6월의 어느날(1899).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6월의 어느날(1899).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그 남자는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아름다운 미소, 자상한 말투, 따뜻한 마음. 삶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남자에게 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느껴졌습니다.

다행히도 ‘막장 드라마’와 같은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사랑을 결코 티 내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스스로 어찌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의 사리 분별은 있었으니까요. 그녀를 생각하고 그리는 애틋한 마음, 때때로 함께 하는 따뜻한 시간. 남자에게 허락된 건 그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짝사랑은 최악의 형태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남자와 친하게 지내던 한 유명 소설가가 그의 사랑을 눈치채고,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서 발표해 버린 겁니다. 하필이면 그 소설가는 훗날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친구와 친구의 아내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소설을 보자마자 이게 남자의 이야기라는 걸 단번에 알아채고 말았습니다. 남자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요. 덴마크의 ‘국보급 화가’로 손꼽히는,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 안데르센 링(1854~1933)의 삶과 작품 이야기.
로스킬데 피오르드의 여름날(1900). 덴마크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작품이다. /란데르스 미술관
로스킬데 피오르드의 여름날(1900). 덴마크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작품이다. /란데르스 미술관

변화를 기다리다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1854년 덴마크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수레와 문짝을 만드는 가난한 목수, 어머니는 농민의 딸. 허름하고 비좁은 집에는 늘 퀴퀴한 가난의 냄새가 풍겼습니다. 가난한 시골 아이들이 보통 그렇듯이,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어릴 때부터 형과 함께 부모님의 일을 도왔습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이 싹튼 건 열다섯 살 때. 집의 벽면을 칠하는 도장공 견습생이 되면서부터였습니다. 도장공으로 일하며 라우리츠는 ‘자기 손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의 즐거움을 깨닫게 됐습니다. ‘예술가가 되고 싶어.’ 그는 밤마다 홀로 드로잉을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독학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라우리츠는 열심히 번 돈을 모아 열아홉 살 때 코펜하겐 기술학교에 입학합니다. 순수 미술이 아닌 실용적인 건축 드로잉을 가르치는 학교였지만, 당시로서는 서민이 입학할 수 있는 유일한 예술 관련 학교였습니다.
카레베크스민데의 다리와 방앗간(1898). /덴마크 총리실
카레베크스민데의 다리와 방앗간(1898). /덴마크 총리실
동시대 화가 크누드 라르센이 그린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초상화.
동시대 화가 크누드 라르센이 그린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초상화.
기술학교 선생님들은 라우리츠의 빛나는 재능을 알아봤습니다.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는 게 어때? 네겐 진짜 화가가 될 만한 재능이 있어.” 덕분에 그는 선생님들의 추천을 받아 덴마크 최고 예술가 양성기관인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출신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기대와는 달리 학교의 가르침은 실망스러웠습니다. 기초적인 드로잉 연습과 별 쓸모 없어 보이는 고전 미술 이론 수업만 반복됐거든요.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과 달리, 스스로 돈을 벌어 학교에 다녀야 하는 라우리츠는 당장 작품에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배우는 게 급했습니다. 게다가 상류층 ‘금수저’ 학생들은 ‘흙수저’ 라우리츠를 은근히 따돌리고 무시했습니다. 결국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아카데미를 자퇴하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의 나이 스물세 살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보낸 시간이 마냥 낭비는 아니었습니다. 소외와 고독 속에서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깨달았습니다. ‘내가 정말로 그리고 싶은 것, 나만이 그릴 수 있는 건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생생하게 표현한 그림이야. 아카데미의 부잣집 도련님들은 절대로 그릴 수 없는 작품이지.’ 그리고 그건 정답이었습니다. 20대 후반, 라우리츠의 작품은 덴마크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회 중 하나인 ‘샬로텐보리 춘계전’에 걸립니다. “그림이 너무 거칠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품에 담긴 사실성과 진정성에 주목했습니다. 평론가 칼 마드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우리츠는 자신이 그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정말로 잘 알고 있는 게 확실하다.”
링 마을의 철도노동자(1884). 그림 속 인물은 허름한 옷을 입고 낡은 신을 신고 있다. 피곤에 지친듯한 분위기, 축 늘어진 어깨 등을 감안하면 그의 형편이 넉넉잖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는 덴마크에 철도가 깔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국가 전체의 경제 발전은 가속화됐지만, 사람과 물건이 도시로 빨려들어가면서 농촌 지역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스톡홀름 국립박물관
링 마을의 철도노동자(1884). 그림 속 인물은 허름한 옷을 입고 낡은 신을 신고 있다. 피곤에 지친듯한 분위기, 축 늘어진 어깨 등을 감안하면 그의 형편이 넉넉잖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는 덴마크에 철도가 깔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국가 전체의 경제 발전은 가속화됐지만, 사람과 물건이 도시로 빨려들어가면서 농촌 지역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스톡홀름 국립박물관
가을풍경(1885).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장 프랑수아 밀레 등 현실의 풍경을 그린 프랑스 자연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초기작에서 과장이나 미화가 없는 날것의 현실을 그렸다. 그림 속의 모델은 화가의 형이다. /덴마크국립미술관
가을풍경(1885).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장 프랑수아 밀레 등 현실의 풍경을 그린 프랑스 자연주의 화가들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초기작에서 과장이나 미화가 없는 날것의 현실을 그렸다. 그림 속의 모델은 화가의 형이다. /덴마크국립미술관
자신감을 얻은 라우리츠는 현실 참여적인 작품을 계속 그리며 정치와 사회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했습니다. 철도 노동, 감자 캐는 소녀, 구걸하는 아이들…. 그는 이런 작품들을 통해 농민과 노동자의 고귀함을 강조하고, 이들의 권리와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습니다. 자신의 이름 뒤에 고향 마을의 이름인 ‘링’을 자랑스레 붙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습니다. ‘내 그림을 보면 사람들도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에 눈을 뜰 거야.’ 라우리츠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의 그림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를, 정치가 세상을 바꿔주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구원을 기다리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환멸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그림 한 장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가 참여한 사회 운동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서민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그가 볼 수 있었던 건 자기 배만 불리는 정치인과 잘난 척하는 지식인들 뿐. 이를 보며 예술의 본질에 대한 라우리츠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예술은 정치적인 도구가 아니야. 삶과 죽음, 고독과 사랑 같은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다뤄야 해.’ 그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삶에 폭풍우가 몰아칩니다. 스물아홉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 뒤 마음을 의지하던 형도 자살로 세상을 떠난 겁니다. 그 충격으로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음, 상실, 인간의 유한함 등 어둡고 심오한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였습니다. 현실적인 묘사(사실주의), 그리고 비유와 상징을 사용해 심오한 생각을 담는 방식(상징주의)이 합쳐진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 특유의 화풍이 탄생한 거지요.
늙은 여자와 죽음(1887).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가던 노인이 길가에서 쉬고 있다. 해는 저물고 있고, 축 늘어진 팔에서 노인의 힘이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인은 길 끝에 닿지 못할 것이다.  이 길은 노인이 걸어온 삶의 길을 상징한다. 노인의 위 하늘에서는 사신이 새로운 영혼을 거둬들일 생각에 미소짓고 있다. /스타텐미술관
늙은 여자와 죽음(1887). 무거운 짐을 지고 길을 가던 노인이 길가에서 쉬고 있다. 해는 저물고 있고, 축 늘어진 팔에서 노인의 힘이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인은 길 끝에 닿지 못할 것이다. 이 길은 노인이 걸어온 삶의 길을 상징한다. 노인의 위 하늘에서는 사신이 새로운 영혼을 거둬들일 생각에 미소짓고 있다. /스타텐미술관
괴로워하며 마음을 쉴 곳을 찾던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마침내 사랑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녀가 친한 친구(알렉산더 빌레)의 아내인 요한네 빌레였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성품이 따뜻한 여성이었습니다.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얼어붙은 마음도 그녀와 함께하는 순간만큼은 녹아내릴 정도로요. 빌레 부부와 함께 성탄절과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며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마음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자신이 바라는 삶의 모습이 그녀의 온화한 미소 속에 담겨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그가 갖지 못한 행복의 상징이었습니다.

물론 이는 짝사랑으로 끝날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하는 운명이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고 있었거든요. 라우리츠가 자신의 마음을 철저히 숨겼기에 그녀는 애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라우리츠를 ‘친절하고 사람 좋은 남편의 친구’로 여겼을 뿐이었지요. 하지만 아무리 라우리츠가 주제 파악을 잘하더라도, 짝사랑이란 괴로운 법입니다. 라우리츠가 서른일곱 살 때 그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슬픔과 외로움, 우울은 더욱 깊어지게 됐습니다.
요한네 빌레가 야생화를 따고 있는 모습(1890). 그는 빌레 부부와 친하게 지냈고, 자신의 마음을 철저히 숨겼기에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았다. 그는 빌레 부부의 초상화를 여럿 그려 줬다. /덴마크 총리실
요한네 빌레가 야생화를 따고 있는 모습(1890). 그는 빌레 부부와 친하게 지냈고, 자신의 마음을 철저히 숨겼기에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았다. 그는 빌레 부부의 초상화를 여럿 그려 줬다. /덴마크 총리실
이렇게 복잡한 감정에 괴로워하던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를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친구였던 소설가 헨리크 퐁토피단이었습니다. 소설가란 늘 눈에 불을 켜고 이야기를 찾아헤매는 존재. 퐁토피단은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말과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며 그가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고, 라우리츠의 이야기를 1894년 발표한 ‘야경꾼’이라는 소설에 써 버렸습니다. ‘한때 급진적 사회주의자였지만 현실에 실망하고, 가장 친한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며, 그 감정을 고백하지도 못하고, 끝내 아무 말 없이 혼자 감정을 묻고 사는 화가.’

소설이 발표되자마자 덴마크 사교계의 모든 사람은 그 주인공이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퐁토피단의 묘사가 워낙 생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퐁토피단은 훗날(1917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대문호였거든요. 충격을 받은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퐁토피단과 절교했고, 친구 부부와도 영원히 관계를 끊게 됩니다.
이제 낮이 저물고 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1899). /덴마크국립미술관
이제 낮이 저물고 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1899). /덴마크국립미술관
팔레르모 근처 카푸친 묘지에 있는 세 개의 해골(1894). 이탈리아에 있는 카푸친 지하 납골당은 미라화된 시신들이 안치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1년간 이탈리아에 건너가 그림을 공부하며 실력을 갈고닦았고, 조금이나마 지친 심신을 회복할 수 있었다.
팔레르모 근처 카푸친 묘지에 있는 세 개의 해골(1894). 이탈리아에 있는 카푸친 지하 납골당은 미라화된 시신들이 안치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1년간 이탈리아에 건너가 그림을 공부하며 실력을 갈고닦았고, 조금이나마 지친 심신을 회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퐁토피단은 소설에서 화가를 ‘재능은 있지만 실패한 예술가’, ‘스스로도 자신의 진정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묘사했습니다. 라우리츠는 깊은 회의감에 빠졌습니다. ‘정말 나는 예술가가 맞을까. 나에게 재능이 있기는 한가.’ 이 무렵 라우리츠는 우울한 분위기의 풍경화들을 그렸습니다. 그건 황폐해진 라우리츠 내면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기다림을 끝낸, 그녀

구원은 갑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그에게는 도자기 공장을 운영하는 헨리크 켈러라는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켈러는 도자기를 디자인할 때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곤 했는데, 라우리츠도 그중 하나였지요. 친구의 부탁으로 공장을 찾아 도자기 디자인을 의논하던 라우리츠. 그의 눈에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들어옵니다.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라우리츠는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저 사람은 누군가?” “아, 저건 내 딸이네.” “그림을 그리려는데 모델이 필요하던 참이네. 저 친구에게 모델을 부탁해도 되겠나?”
히르슈스프룽 컬렉션(1895). 오른쪽이 아내가 될 시구르드, 왼쪽은 시구르드의 동생이다. 봄을 그린 그림이지만, 아직까지 화가의 마음에 남아 있는 우울감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결혼 이후 화풍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히르슈스프룽 컬렉션
히르슈스프룽 컬렉션(1895). 오른쪽이 아내가 될 시구르드, 왼쪽은 시구르드의 동생이다. 봄을 그린 그림이지만, 아직까지 화가의 마음에 남아 있는 우울감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결혼 이후 화풍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히르슈스프룽 컬렉션
그녀의 이름은 시그리드 켈러. 다행히도 이번에는 금지된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화가와 모델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시그리드 역시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를 사랑하게 됐고, 친구도 이 관계를 허락했습니다. 1896년, 마흔두 살의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와 스물한 살의 시그리드는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삶에는 빛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시그리드를 모델로 삼아 초상화와 집안의 풍경을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정원의 문간에서 햇빛을 받으며 서 있는 아내, 집안에서 의자에 앉아있는 아내…. 마침내 라우리츠는 사람의 온기를 그림에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정원 문에서, 예술가의 아내(1897). 대표작 중 하나다. 아내는 임신 중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삶의 기쁨이 잘 드러나 있는 밝은 색조의 작품이다. /덴마크국립미술관
정원 문에서, 예술가의 아내(1897). 대표작 중 하나다. 아내는 임신 중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삶의 기쁨이 잘 드러나 있는 밝은 색조의 작품이다. /덴마크국립미술관
식탁에서 신문 읽는 아내(1898). /스웨덴 국립 박물관
식탁에서 신문 읽는 아내(1898). /스웨덴 국립 박물관
시그리드와의 생활은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났고, 집안은 웃음소리로 떠들썩했습니다.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삶은 안정감과 자신감으로 충만해졌습니다. 이 시기 그의 작품에 담긴 밝고 부드럽고 화사한 색조는 이전의 우울한 색조와 전혀 다릅니다. 그림 곳곳에 숨겨져 있던 죽음에 대한 상징은 사랑의 상징으로 바뀌었습니다. 관찰은 더 정밀해졌고, 그림 구성은 더욱 탄탄해졌습니다. 덕분에 그는 40대에 접어들어 덴마크 최고 권위의 미술 훈장들을 연달아 수상했고,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 덴마크 대표 화가로 전시를 여는 등 덴마크 밖에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복은 영원하지 못했습니다. 1923년, 사랑하는 아내 시그리드가 49세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겁니다.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나이는 어느덧 69세. 그는 회복하기 어려운 극심한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예술가의 아내가 있는 실내(1898). /덴마크 국립미술관
예술가의 아내가 있는 실내(1898). /덴마크 국립미술관

끝을 기다리며

시그리드가 죽고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는 수 년간 그림을 그리지 못했습니다. 그의 주름진 손은 우울증으로 완전히 멈춰버렸습니다. 몇 년 뒤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다시 붓을 잡았지만, 이전과 같은 열정은 되찾기 어려웠습니다. 이 시기 그가 그린 작품들은 대부분 노년의 고독, 계절의 순환, 젊음과 죽음의 대비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라우리츠의 말년 작품들이 마냥 우울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의 관찰력과 구성력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그림에 담긴 감정은 절망이라기보다는 고요함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1933년, 라우리츠는 79세의 나이로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덴마크 미술계는 그를 ‘국민 화가’로 애도했고, 당대의 미술 평론가 페터 헤르츠는 이런 문장으로 라우리츠의 작품을 요약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깊은 곳에서 고요하게 흐르는 물과 같다.” 고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진정한 힘이 느껴진다는 의미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오늘날 덴마크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른 봄(1901). /오르드룹가드 미술관
이른 봄(1901). /오르드룹가드 미술관
라우리츠의 그림을 다시 돌아봅니다. 그는 평생 ‘기다림’을 주제로 한 작품을 유달리 많이 그렸습니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 길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 창밖을 내다보며 뭔가를 기다리는 소녀, 문간을 내다보는 노인…. 그처럼 라우리츠의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자신의 그림이 사람들의 마음과 세상을 움직이기를 기다렸고, 친구의 아내가 자신을 돌아봐 주기를, 세상이 자신을 인정해주고 받아들여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괴로워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진정 행복을 느꼈던 때는, 그 무엇도 기다리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며 시그리드와 함께 보낸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라우리츠가 말년에 그린 ‘기다림’에 관한 숱한 그림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기다리며 삶을 낭비하지 말라고. 기다리는 시간, 그 자체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삶의 소중한 순간들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창밖을 바라보는 젊은 남자(1930). /란데르스미술관
창밖을 바라보는 젊은 남자(1930). /란데르스미술관
창가에서(1925). /오르드룹가드 미술관
창가에서(1925). /오르드룹가드 미술관
나쁜 날씨, 발데르스브뢴데(1908). /리베미술관
나쁜 날씨, 발데르스브뢴데(1908). /리베미술관
봄과 노인(1926). /개인소장
봄과 노인(1926). /개인소장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이번 기사는 Laurits Andersen Ring(Eric Maurice Fonsenius 지음), In Another Light: Danish Painting in the Nineteenth Century(Patricia G. Berman 지음) 등을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은 미술 담당 기자가 미술사의 거장들과 고고학, 역사 등을 심도 있게 조명하는 연재물입니다. 매주 토요일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옵니다. 네이버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술 소식과 지금 열리는 전시에 대한 심층 분석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구독 중인 7만여명의 독자와 함께 아름다운 작품과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앞서 다뤘던 화가들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들은 두 권의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과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으로 곁에 두고 즐길 수도 있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