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촉진, 되레 금융안정 침해할 수 있어"
금감원 "금융권 담합 제재 사안, 현안으로 인식"
"이견 있는 만큼, 효과적 의견 개진 고민"

이 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최근 일부 금융회사 간 정보 교환 행위의 경쟁 제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금융업 특성상 필요했던 금융안정 조치가 경쟁제한 논란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업에선 경쟁 촉진 조치가 오히려 금융안정과 소비자권익 침해 소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당국인 공정위는 국내 4대 은행의 LTV 담합, 주요 증권사와 은행의 국고채 입찰 담합에 대해 제재를 추진 중이다. 경쟁 촉진과 시장 질서가 주목적인 공정위가 담합이라고 지적한 금융권의 행위를 두고 이 원장은 "금융시장 특성상 필요한 조치였다"며 시장 방어 논리를 형성한 모양새다.
공정위의 제재 추진에 은행과 증권사들은 '담합'이 아닌 '단순 정보교환'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가 4대 은행 제재를 확정할 경우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 교환 담합'의 첫 제재 사례가 된다.
또 이 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유효경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금융안정과 경쟁 촉진 간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경쟁은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해칠 수 있는 만큼, 공정위에 "무작정 경쟁만 강조해선 안 된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그는 임원들에게 "금융권의 경쟁제한 우려에 대응해 금융산업 내 유효경쟁 촉진과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라"며 "금융당국과 경쟁당국간 협조체계 강화 등 공정 금융과제를 다각도로 추진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이 원장이 공정위 판단을 지적하면서 일각에서는 '부처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같이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업계 의견 수렴과 해외 정보교환 체계 조사 등 이례적 대응에 나서며 공정위 제재에 대한 방어 논리 구축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제재를 추진 중인) 금융권의 담합 사안을 내부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업계 의견도 충분히 들은 상태"라며 "공정위는 담합 적발에 집중하겠지만 금감원은 경쟁 촉진뿐 아니라 금융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즉 공정위도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금감원도 양쪽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사들에 '반독점 잣대'만 들이대는 게 최적인가 하는 고민이 있다"며 "최근의 현안들에 대해 공정위에서는 의견을 물어온 바가 없다. 금융산업의 특수성이 덜 반영된 측면이 있기에 어떤 식으로 효과적으로 공정위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공정위와 금융당국 간의 협의 체계를 모색하겠단 입장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공정위는 2015년 1월 금융사 중복규제 부담을 줄이겠다며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또 2019년 2월에도 금융위-금감원-공정위가 기관 간 정보공유 등 협력 증진을 위한 MOU를 맺었다. 하지만 명문화한 협력 내용이 '정보공유 및 협력 증진' 등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적극적 공동 대응 체계를 끌어올리기가 어렵단 지적이 많았다. 이번 hulk 토토사이트 담합 사안처럼 두 기관 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진 이유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해외 사례들을 조사해 봤는데 공정위와 금감원 간 정보 공유나 협업 체계가 부족했다"며 "지금의 당국 간 MOU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로 과징금을 소폭 깎아주는 정도에 그칠 뿐, 정보 협력과 공유에 있어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외적인 형태가 아니더라도 공감대, 합의를 형성할 수 있는 채널이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민경 토토사이트 추천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