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보다 번화가 토토사이트 매출이 더 큰 약국도
진료시간 지나서까지 병원 대기실 만석
미용 목적 오·남용에 부작용 호소도 늘어
전문가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 선행 必"

◇ '탈모약 성지'에서 '번화가 토토사이트 성지'로

인근 병원의 방문 리뷰에는 "탈모약보다 위고비 처방하러 오는 사람이 더 많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원래는 탈모약 처방을 위해 남성분들이 많이 오셨다면 요즘은 비만 치료제 처방을 위해 내원하시는 환자가 늘면서 방문객 성비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정오께가 되자 위고비 성지로 알려진 한 병원의 대기실은 만석이 됐고, 접수처 앞에도 7명의 환자 줄이 길게 늘어섰다. 병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위고비 최저가 판매 약국으로 유명한 인근 약국의 A 약사는 "확실히 '위고비 성지'가 된 게 맞는 것 같다"며 "요즘 우리 약국은 탈모약보다 위고비를 구매하러 오시는 분들이 두 배는 더 많다"고 강조했다.
오픈런뿐 아니라 '퇴근런'도 벌어지고 있었다. 전날 오후 7시 20분께 기자가 찾은 '위고비 성지'로 유명한 한 병원 대기실은 당일 진료 시간이 20분이나 지난 시점에도 위고비 처방을 위해 방문한 환자 대기가 이어졌다. 처방전을 받고 나온 이필규(38)씨는 "종로에서 최저가로 구매하면 우리 동네보다 8만원이나 저렴하다"며 "퇴근하자마자 왔는데도 내 앞에 10명 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 위고비 가격 인하에 오·남용↑…"보조적으로만 활용해야"

위고비 인기 배경에는 유명인들의 체중 감량 경험담도 영향을 줬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체중을 14㎏ 감량한 비결로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를 언급한 바 있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도 10㎏ 감량의 비결로 위고비를 소개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위고비가 미용 목적으로 오·남용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덩달아 늘고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위고비 부작용은 구역, 구토, 췌장염 등이다. 실제 유튜버 빠니보틀은 지난달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속 울렁거림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위고비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약물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기동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위고비 처방 전 식이 조절과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이 선행돼야 하며, 약물 치료는 평생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기 동안 보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위고비는 투약 직후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므로 무리한 용량 증량은 피해야 한다"며 "정상 체중인 사람이 투약할 경우, 체중 감량 효과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부작용 발생 가능성은 유사해 오·남용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민형 토토사이트 추천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