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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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신약개발 사업으로 회사를 쪼개는 인적분할 계획을 공시한 후 급락했다. 물적분할과 비교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적은 인적분할을 추진했지만 주가가 하락한 점이 증권가의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공시에 앞서 주가가 급등한 데 따른 차익실현, 신설회사로 편입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복 상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등의 영향으로 풀이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토토사이트 w로직스는 5.93% 하락한 10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인 22일 장중엔 8.18% 오른 119만원까지 치솟았다가, 하락 전환해 1.82% 빠진 108만원으로 마감됐다. 장중 고점과 비교하면 2거래일 동안 14.62%나 급락했다.

공시 전 토토사이트 w로직스가 회사를 분할할 것이란 이야기가 퍼지며 미리 주가가 상승해 공시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토토사이트 w로직스 주가는 7.11%나 급등했다. 장중 8.96% 상승한 111만9000원까지 치솟자 한국거래소는 회사를 분할한다는 풍문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개장 직전 인적분할 계획을 공시했다. CDMO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존속회사로 남기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한 자회사 관리 및 신규투자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를 신설회사로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비교해 주주가치 훼손이 적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현재 주주들이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주식을 지분율대로 나눠 갖기 때문이다. 반면 물적분할은 신설회사의 주식 전부를 존속회사가 소유한다. 존속회사가 신설회사를 기업공개(IPO)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기존 주주들은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서 존속회사 주식 가치에 지주사 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미래의 물적분할 추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주가를 끌어 내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 논란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5년 동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정관에 넣겠다고 처음부터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년 뒤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장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재차 제기됐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인적분할된 초기에는 연구·개발(R&D)와 기술이전, 기업 인수·합병(M&A)에 다소 비용을 소진할 수밖에 없고, 부채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 결정을 두고 “결국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자체적인 외부 자본 조달이 용이한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고도 평가했다.

분할 비율이 시장에서 인식하는 부문별 가치와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 135만원은 CDMO 사업 가치 88조원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가치 9조원의 합산으로, 9대 1의 비율”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할을 마치고 재상장된 뒤 법인별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주가 흐름과 달리 토토사이트 w로직스의 분할에 대한 증권가의 평가는 대체로 호평 쪽으로 크게 기운다.

우선 이전부터 제기된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개발·판매 사업 사이에 이해충돌 문제가 해소된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CDMO 사업 특성상 생산을 위탁하게 되는 품목의 공정 등 생산 관련 기술 대부분을 고객사가 CDMO 회사에 이전하게 된다”며 “CDMO 고객사 입장에선 위탁품목의 제반 기술이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유출되는 데 대한 우려가 지속돼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 모멘텀이 생길 가능성도 기대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할 결정을 두고 “삼성(그룹)에서 본격적으로 신약 개발을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텍 업체들에게도 오픈이노베이션의 기회가 열려 (바이오섹터 전체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우 토토사이트 추천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