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연이은 대형 수주를 앞세워 성장 중인 국내 방위산업 업체들이 시중프리미어토토의 핵심 여신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주로 발주받은 무기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급보증을 대거 받고 있다. 방산업체들의 급부상으로 반도체, 자동차 등이 중심이던 프리미어토토권 여신 지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LIG ‘1兆 고객’ 등극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프리미어토토은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총 1조1877억원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LG디스플레이 부영주택 삼성전자 다음으로 큰 규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나프리미어토토의 상위 20대 여신 기업에도 들지 못했던 곳이다.
또 다른 대형 방산업체인 LIG넥스원도 최근 들어 신한프리미어토토의 중요 여신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사가 신한프리미어토토에서 받은 신용공여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조475억원(17위)으로 집계됐다. LIG넥스원 또한 2023년 말까지 신한프리미어토토의 상위 20대 여신 기업에 들지 못했지만 지난해 1분기(9994억원)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 방산업체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무기 수출계약으로 주목받아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루마니아 인도 등과 대규모 무기 공급계약을 맺으며 실적을 쌓고 있다. 이에 힘입어 2023년 말 27조9000억원이던 수주잔액이 올해 1분기 말 31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LIG넥스원도 중거리 유도무기, 감시·정찰 장비 등의 수출을 늘려가고 있다. 이 회사의 수주잔액도 2023년 말 19조6000억원에서 올 1분기 말 22조83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권에서 받는 신용공여 규모도 함께 늘어가는 추세다.

불어난 신용공여의 상당 부분은 지급보증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 물량이 급증하면서 국책프리미어토토인 산업프리미어토토과 수출입프리미어토토이 이와 관련한 모든 거래를 지급보증하기 어려워지자 시중프리미어토토으로도 일감이 넘어가는 추세다.

◇‘호황기’ 조선사에도 대규모 여신

프리미어토토들은 새로운 대형 고객의 등장에 미소 짓는 분위기다. 지급보증은 수수료율이 대출 금리보다는 낮지만, 방산업체들의 조 단위 수출과 관련한 보증의 경우 거래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이 쏠쏠하다. 우리금융그룹도 이 같은 점을 눈여겨보고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과의 협약을 통해 관련 산업에 2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주 규모가 커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방산업체를 상대로 한 은행들의 여신 규모도 함께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어토토들은 방산업체뿐 아니라 최근 본격적인 호황기에 진입한 조선사들을 상대로도 여신 실적을 쌓고 있다. 국민프리미어토토의 경우 삼성중공업(1분기 말 신용공여액 1조3750억원), HD현대중공업(1조2690억원), HD현대삼호(7320억원), 한화오션(7060억원) 등 조선사 네 곳이 상위 20대 여신 기업 명단에 올라 있다.

호황기를 맞은 기업들의 파이낸싱 과정에 잇달아 참여하면서 프리미어토토들의 지급보증 규모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프리미어토토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지급보증 규모는 80조1398억원으로 올 들어 1조461억원 증가했다. 2022년 말(62조7736억원) 이후 17조3662억원 불어났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