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원책 마련을 위해 현장을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시 제공
소상공인 지원책 마련을 위해 현장을 찾은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시 제공
(사례1) 화물트럭 운송업을 하는 A씨는 트럭에 대한 할부 원리금과 유류비가 최근 부담스러워졌다. 불경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라도 발생하면 차 수리비 등 목돈을 써야 할 상황이 생기는데, 1금융권에서의 대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급전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

(사례2) 전기 조명 공사를 하는 인테리어업체 사장 B씨는 최근 건설업 위기로 대금을 받지 못했다. 자재비 결제에 위험이 닥쳤다. 현금이 돌지 않아 신용등급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제2금융권 대출이라도 받으면 다행이다.

부산시가 ‘위기의’ 소상공인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부산지역 자영업자 수가 3년 연속으로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자영업자가 일시적이나마 자유롭게 자금을 쓸 수 있는 카드를 만들었다. 연회비, 이자, 보증료가 없다고 해서 ‘3무(無)카드’다.

◇급한 불 끄는 열쇠될까

부산시는 최근 금리와 물가 급등, 에너지 비용 증가 등으로 자영업자 경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 2000억원 규모에 3무콜로세움 토토를 만들었다.

3무콜로세움 토토는 소상공인이 자재비 결제 등 시급하게 돈을 써야 할 상항에서 자유롭게 자금을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업체당 500만원까지 쓸 수 있으며, 신용등급 7등급 이상의 지역 소상공인 4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신용보증재단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소상공인들은 3무콜로세움 토토를 통해 활용처를 다양하게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테면 노후 시설 때문에 이사를 결정하거나, 식당의 좌식 테이블을 교체하는 데 이 콜로세움 토토를 쓸 수 있다.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를 당한 운송 사업자나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을 때 급한 불을 끌 수도 있다.

재단은 올해 처음으로 카드 형태의 보증 사업을 시작했다. 별도의 심사 과정 없이 카드 발급이 가능한 데다, 7~10% 정도의 할부 수수료가 붙는 카드와 달리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강점이 있다고 재단은 설명했다. 특히 사용 금액의 일부분은 지역화폐 동백전으로 환급된다. 재단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만든 ‘힘내고 카드’를 참고해 만든 것으로, 경기권은 물론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카드 형태의 소상공인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며 “사용이 편리한 데다, 불경기 속에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힘이 되어줄 카드”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대대적 지원 나서는 부산

부산시는 올해 긴급 추경 편성으로 전통시장 경영 안정과 지역 소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3무콜로세움 토토를 포함한 전체 지원 예산은 4688억원에 달한다. 소비를 일으켜 전통시장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폐업 소상공인의 재취업을 돕는 대책까지 담았다.

부산시는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차보전을 확대했다. 4175억원 규모의 출연자금에 2325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총 65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동백전 혜택을 더욱 키워 시민의 전통시장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골목상권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동백전 캐시백 한도를 확대하는 정책을 다음 달까지 연장했다. 동백전 캐시백 한도 금액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렸다.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해 시장 고유의 특화 요소를 집중 육성·지원하는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과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디지털 전통시장 육성 사업’, 문화관광형 시장이 되기 위한 사전 기반 조성을 지원하는 ‘첫걸음 기반 조성 사업’도 추진한다.

소상공인 경영 개선을 위해 ‘위기 소상공인’ 200개 사를 선정해 업체에 경영 컨설팅과 사업자금, 금융비용 지원 등을 집중한다. 폐업한 소상공인에게는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되는 ‘희망 두 배 통장’을 연결하고, 취업을 돕기 위해 직업훈련 수당 등을 지원한다. 폐업 소상공인을 채용한 고용주에게는 고용 인센티브를 지원해 고용 촉진과 장기근속을 유도한다.

김봉철 부산시 디지털경제실장은 “카드 형태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은 사용 편의성을 확보한 데다 할부 수수료 등 일반 카드에서 나오는 비용이 없다는 점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다”며 “자영업 시장 위기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소상공인 살리기에 전방위적 지원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