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의 병약한 여성 탐정… 올여름 추리소설로 딱!
입력
수정
[arte] 최지인의 탐나는 책일제강점기 이야기라고 하면 흔히들 ‘경성’을 떠올린다. 민족의 비극과 동시에 찾아온 근대화의 물결, 전차가 드나들고 백화점에 사람이 몰리는 낯선 신세계. 친일과 반일, 민족주의자와 공산주의자가 속이고 다투는 많은 소설이 경성을 배경으로 쓰였고 지금도 꾸준히 나온다. 하지만 다만 경성만이 당시의 문제 도시였을까. 항구 도시로서 물자와 인력 수송을 위해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모여들었던 또 다른 핵심 도시가 있었으니, 바로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이다.
마담 흑조, 1928년의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을 부탁해요
무경 (나비클럽, 2024)
작가의 전작 <1929년 은일당 사건의 기록>(전 2권)의 스핀오프로, 소설 속 경성 다방 ‘흑조’에서 사건 이야기를 듣던 천연주가 이 책에서는 주인공 탐정으로 등장한다. 본인을 탐정이라 자처하지는 않지만 곤란한 이야기를 청해 듣는 ‘기벽’이 있는 그녀는 요양을 위해 전화인증없는 토토사이트에서 지내는 열흘간 그곳에서 세 가지 사건을 만나게 된다. ‘이상한 것은 이상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이상해 보이는 것’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사건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사실, 그 ‘이상함’의 연원을 파악하는 작업을 통해 진실에 다가간다.
‘곶감’ ‘귤’ ‘중산모’처럼 평범하고 작은 실마리에서 기발한 연관을 찾아내는 것이 흥미로웠고, 아무리 작중 인물일 뿐이라 해도 서사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 쉽게 죽이는 선택을 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 또한 읽는 내내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또한 시대 사회의 격변상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압도되지 않는 균형감을 가지고 있어, 인물 각각의 개성과 사연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최지인 인플루엔셜 래빗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