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는 주사 '위고비' 풀렸다…월 4회 80만원 안팎

전국 병·의원 '물량확보 전쟁'…품절대란 조짐

뇌 '가짜 포만감' 느끼게 만들어
체중 15% 감량…머스크도 애용

식약처 "구토·설사 등 부작용도
비만환자만 처방받아 사용해야"

병원당 용량별 구매물량 제한
주문 사이트 한때 다운되기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의 체중 감량 비결로 유명해진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시노 스 토토사이트’가 15일 국내 출시됐다. 시노 스 토토사이트 국내 유통사인 쥴릭파마코리아는 이날부터 병의원과 약국을 상대로 시노 스 토토사이트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물량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주문이 몰리면서 품절 대란 조짐마저 나타나는 등 국내 비만약 시장 급변을 예고했다.

주 1회 피하주사 투여

시노 스 토토사이트는 약물이 충전된 주사제(프리필드펜) 형태로 주 1회 피하주사로 투여한다. 펜 한 개당 0.25㎎, 0.5㎎, 1.0㎎, 1.7㎎, 2.4㎎ 등 총 다섯 가지 용량으로 나뉘었으며 펜 하나가 4주 투약분이다. 가장 적은 용량인 0.25㎎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용량을 점차 늘리는 과정을 거친다.

제품 공급가는 펜 하나당 37만2025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노 스 토토사이트는 비급여 제품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마다 환자 부담 가격이 다르지만 대략 80만원 안팎이다.
시노 스 토토사이트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30㎏/㎡인 과체중 환자가 처방받을 수 있다.

올해 7월에는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도 추가 품목허가를 받았다. 확증된 심혈관계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27㎏/㎡ 이상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등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처방할 수 있다.

고용량은 11월부터 순차 공급

시노 스 토토사이트 출시 첫날 전국 의료기관의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며 품절 대란 조짐이 나타났다. 노보노디스크는 의료기관별 구매 물량을 용량당 펜 2개로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섯 가지 용량 중 저용량 세 가지만 출시된 만큼 의료기관 한 곳이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은 총 펜 6개다.

고용량은 오는 11월과 12월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날 주문이 폭주해 쥴릭파마코리아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시노 스 토토사이트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이다.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원리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먼저 승인됐으나 높은 체중 감량 효과가 증명돼 비만약으로도 개발됐다. 시노 스 토토사이트는 임상에서 68주간 체중 약 14.8%를 감량하는 효과를 증명했다.

의료계에선 당분간 시노 스 토토사이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효능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일라이릴리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 국내에는 미국 유럽 등에 비해 비만환자가 많지 않아 시노 스 토토사이트로도 충분히 효능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시노 스 토토사이트의 빠른 진입과 초기 점유율 확보는 경쟁 우위를 강화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식약처 “비만 처방약 오남용 경계해야”

높아지는 비만약 인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약처는 한 달간 부작용 및 오남용에 대한 시판 후 안전관리를 추진할 방침이다. 온라인 또는 SNS 등에서 불법으로 판매·광고하는 행위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은 지난해 기준 8조원으로 매년 50%씩 증가해 2030년 135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에는 GLP-1 계열 비만약이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빠른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