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진 입부터 괴상한 코, 가면까지… 뮤지컬 '특수분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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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중한 미모 아닌 흉측한 외모로
주목받는 메이드 토토사이트 속 독보적 캐릭터
특수분장 덕분에 현실감, 몰입감 상승
‘시라노’ 거대하고 못생긴 코 콤플렉스
어린시절 흉터로 고통받는 '웃는 남자'
오페라의 유령 '팬텀', 가면 통해 감정 표현
겉모습만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일 것 같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열등감, 수치심 등 여린 감정에 아파하는 보통의 인간 모습과 다르지 않아서다. 이런 반전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엔 특수분장의 힘이 필수적이다. ‘시라노’ ‘웃는 남자’ ‘팬텀’…. 이색 캐릭터로 주목받는 메이드 토토사이트 속 특수분장의 비밀을 들여다봤다.
지난달 개막한 메이드 토토사이트 ‘시라노’는 17세기 프랑스에서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끈 영웅이자 뛰어난 작가이지만, 거대하고 괴상하게 생긴 코가 콤플렉스라 사랑하는 여인 앞에 당당히 설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작품의 핵심 소재는 바로 주인공의 코다. 평균 길이는 6㎝ 정도지만, 각 배우의 얼굴에 어울리도록 모두 ‘맞춤형’으로 제작되기에 하나의 코를 완성하는 데 보름가량이 소요된다. 고유의 피부색은 물론 배우 각각의 해석도 최대한 반영하기에 코끝의 모양, 콧대의 라인 등 형태가 천차만별이다.
9일 막을 여는 메이드 토토사이트 ‘웃는 남자’도 특수분장을 빼놓고선 말할 수 없는 작품이다.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 인신매매단에 의해 납치돼 입이 찢어지고 귀족들의 조롱감이 된 주인공 그윈플렌의 비극적 삶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메이드 토토사이트에서 기괴한 입은 그윈플렌의 상처이자 아픔, 인간의 추악한 민낯을 의미한다. 멀리서 보면 그저 배우의 뺨 위에 붉은색 입을 그려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흉터의 입체감을 생생하게 살려야 하는 만큼 공연마다 배우의 얼굴 위에 직접 실리콘 재질의 물질을 발라 조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작업에만 40분가량 걸린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가장 많이 움직이는 입 위에 칠하는 분장이기에 고정력이 생명이다. 실리콘 물질의 흉터를 만들기 전과 후 배우의 하관에 접착제를 두 번 덮어주고, 당장이라도 피가 흐르는 듯한 벌건 색깔의 입술이 땀이나 침에 지워지지 않도록 특수분장용 스프레이를 뿌리면 완성이다.
또 배우가 무대 위에서 직접 가면을 바꿔 껴야 하는 장면이 더러 있어 피부에 접착하지 않고 머리 뒤쪽을 감싸는 형태의 와이어를 통해 쉽게 탈부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선 여분을 포함해 총 23~24개의 가면이 제작될 예정이다.
메이드 토토사이트 ‘시라노’ ‘웃는 남자’ ‘팬텀’에 모두 참여한 이무일 특수분장 감독은 "특수분장은 작품 속 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청중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필요한 매우 까다롭고도 섬세한 작업"이라며 "특히, 메이드 토토사이트에선 화면이 아닌 사람의 눈을 통해 이미지가 직접 전달되는 만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