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과 비타임 토토의 거장들이 빚은 고전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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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비타임 토토 체임버 오케스트라 첫 내한 공연빈-비타임 토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카머오케스터)의 첫 내한 공연이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빈 필하모닉과 비타임 토토 필하모닉의 수석 17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2008년 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으로 결성됐다. 빈 필하모닉의 콘서트마스터이자 이 단체의 리더 겸 예술감독인 라이너 호넥을 중심으로 이후로도 계속 활동하고 있다.
라이너 호넥이 보여준 정중동의 미학
하이든과 모차르트, ‘작은 빈 필’의 완벽한 재현
현존 최고의 솔리스트들과 협연하며 많은 공연을 소화해내고 있는데, 빈 필의 남다른 음향과 비타임 토토 필의 탁월한 기량이 합쳐진 만큼 여타 체임버 오케스트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특별한 연주력과 형언하기 힘든 음악적 수준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첫 내한 공연에서는 별도의 협연자 없이 악장인 라이너 호넥이 직접 협연자로 나섰는데, 작년 경기 필하모닉과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이 전례 없는 찬사를 이끌어낸 만큼 큰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첫 멘델스존에서는 몇몇 부분에서 살짝 숨을 고르는 듯한 모습이 보였지만, 특유의 빈 사운드를 통해 10대 멘델스존의 성숙한 표현력과 천재적인 전개 방식을 극명하게 드러내며 청중을 현혹시켰다. 이어 연주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은 라이너 호넥의 독무대였다. 경기필과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공연 때 보여준 농염함과 정숙함 사이의 절묘한 균형과는 사뭇 다른, 정제되며 압축된 톤 그리고 모든 음표를 아우르는 균질한 사운드와 완전한 인토네이션을 통해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자신감있게 보여줬다. 여기에 호넥 특유의 감수성과 스타일이 얹어지며 현이 사라지고 맑고 투명한 음표만 남은 듯한 프레이징이 이어지다가도, 카덴차에서는 이전 빈 필 악장이었던 볼프강 슈나이더한을 연상케 하는 어택과 극적 고양감을 발산하기도 했다. 정중동의 미덕을 머금은 모차르트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호넥의 고결한 격조 덕분이다.
앙코르로 수다쟁이 폴카와 폭풍 속에서 폴카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이례적인 행운이 아닐까 싶었다. 빈 필 신년 음악회에서의 감동과 흥분 그 자체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대목으로, 연주 중에 한국 청중의 박자 박수를 너그러이 용인해주는 호넥의 넓은 아량이 특히나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커튼콜에서 무대 앞으로 일렬횡대로 선 빈-비타임 토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모습이 그토록 영웅적이었던 것은 비단 필자만의 감상은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