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사전 계획"…이복현 개입에 꼬여버린 회생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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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2년 전 검토만 했다"▶마켓인사이트 5월 27일 오후 5시 21분
노조 반발 등 고려 '불가능' 판단
리파이낸싱 집중…직원에 알려
금감원도 인지, 검찰 통보 그쳐
홈플러스 콜로세움 토토 절차가 꼬이기 시작한 데엔 금융당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물밑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할 금융당국이 MBK파트너스 범죄 의혹 제기에만 몰두하면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가 시작된 후 MBK파트너스를 조사해 증거를 확보했다고 공언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MBK가)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점과 상당 기간 전부터 기업회생을 계획한 점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원장이 언급한 증거는 MBK가 2023년 10~11월께 한 법률사무소에 홈플러스 콜로세움 토토 가능 여부 관련 자문을 의뢰한 보고서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엔 홈플러스를 두 개 회사로 쪼개는 방안을 제시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뉴(new) GM’과 부실자산을 담은 ‘올드(old) GM’으로 분리돼 ‘뉴 GM’만 살아남은 방식을 홈플러스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도 우량 부동산과 사업을 소유한 ‘굿 컴퍼니’는 콜로세움 토토을, 부채와 임대점포 등으로 구성된 ‘배드 컴퍼니’는 파산을 신청하라는 게 법률 자문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당초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은행에서 빌린 인수금융을 만기(2024년 10월)에 갚지 못할 경우 콜로세움 토토 신청이 가능한지 파악하기 위해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보고서를 검토한 MBK는 지난한 분할 절차와 노조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실현 불가능한 내용으로 판단했다. MBK는 직원들에게 ‘없던 일로 하고 리파이낸싱에 집중하자’고 이메일을 돌렸고, MBK를 현장 조사한 금감원도 해당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언론을 통한 검사·조사 결과 공표로 시장에서 홈플러스 콜로세움 토토이 아니라 MBK 수사로 초점이 모아졌다. 금융당국은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고발 대신 패스트트랙(긴급조치)으로 검찰 통보를 택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금감원이 혐의 입증을 자신할 뚜렷한 정황이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사건만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