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하루 매출 80% '급감'…"임대료 내려고 투잡·스리잡 뛴다"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이후 손님 뚝"
서울 지하도상가의 눈물
< 썰렁한 강남역 지하도상가 > 서울 시내 지하도상가가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이후 깊어진 불황 여파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6일 강남역 지하도상가는 상당수 점포가 문을 닫아 썰렁했다. /최혁 기자
지난해 12·3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이후 악화한 경기 침체로 서울 시내 지하도상가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상인들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29일 서울시설공단과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에 따르면 공단이 직영하는 지하도상가 349개 점포의 1~4월 대부료(임대료) 체납액은 2억7900만원으로, 작년 전체 체납액(1억2000만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지난 4월 말 기준 공실도 30개 점포로 작년 말(17개)의 두 배에 육박했다.

공단 직영이 아니라 위탁법인이 관리하는 지하도상가의 체납 및 공실 규모는 직영 상가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시내 전체 지하도상가 2788개 중 위탁법인이 관리하는 점포 비중은 92.9%에 달한다. 상인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연합회는 이날 서울시청 앞에서 350여 명의 상인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이후 주말 집회·시위 반복…지하도 유동인구 줄며 매출 타격
상인들 "임대료 감면 절실" 호소…1월엔 吳시장에 탄원서 제출도

지난 28일 오후 7시 의류·잡화·액세서리 등 소규모 매장 80여 곳이 밀집한 서울 영등포역 지하도상가. 초저녁이지만 대부분 점포가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30년간 의류 매장을 꾸려온 이혜영 씨(66)는 “작년 12월 3일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이전만 해도 하루 40만~50만원이었던 매상이 이제 5분의 1 수준이 될까 말까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이씨는 옷 세 벌(8만2000원)을 팔았다. 서울시설공단에 내야 할 월 313만원의 임차료도 연체해 최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서울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지난해 12·3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으로 촉발된 경기 불황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이후 대통령 탄핵, 대선 정국에 이르기까지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이들 상인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임대료 감면 등 서울시 차원의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출 줄어도 임대료는 그대로

상인들은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이후 깊어진 불황을 견디다 못해 거리로 나섰다. 2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모인 350여 명(경찰 추산)의 지하도상가 상인은 ‘생존권 보장’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울시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나온 박정훈 씨(42)는 “잠실역 지하상가에서 8년째 콘택트렌즈 가게를 운영 중인데 12·3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이후 한 달 만에 고객이 20% 이상 줄었다”면서 “이런 사정을 감안한 서울시 지원책이 단 하나도 없어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강남역 지하도상가에서 속옷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민우 씨(49)는 “15년 동안 장사했지만 지금이 최악”이라고 했다. 이씨는 “속옷 판매업은 12월 연말부터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가 낀 3월까지가 대목”이라며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이후 서초동 등에서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면서 1분기 내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고 했다.

임차료 내기에 급급한 상인들은 직원을 해고하고 ‘나 홀로 사장’이 되거나 부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성희 영등포역 지하상가 상인회장은 “임차료 부담은 큰데 월 매출이 안 나오니까 배달, 청소 등 파트타임 일거리를 찾는 상인이 부쩍 늘었다”며 “근처 신발가게에서도 주인 아들이 하루 몇 시간씩 알바하러 다니고 그동안 노모가 물건이 상하지 않게 바깥에 내놓고 앉아만 있다”고 전했다. 아예 점포를 반납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올 들어 직영 지하도상가 내 반납 점포 수는 13곳으로 지난해 전체 수치(12곳)를 훌쩍 넘겼다.

◇“임대료 감면은 선택 아닌 필수”

상인들은 현 상황에서 임대료 감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다. 강남역 지하도상가 상인들은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 선포 후 약 1주일이 지난 작년 12월에도 임대료 인하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진원 강남역 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장은 “강남역은 서울 지하도상가 중에서 가장 임차료가 높다”며 “매출은 급감했는데 그대로인 임차료를 벌기 위해 모두 아등바등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상인은 이미 지난 1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명의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연합회는 탄원서에서 “코로나 재앙 이후 상권 회복을 기다리던 지하도상가에 느닷없이 발생한 비상토토사이트 사고 팔고과 탄핵정국은 다시 상권을 얼어붙게 하면서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최소한 올해 말까지 임대료를 감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올해부터 입찰 방식을 개별 점포 단위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은 임대료 감면은커녕 오히려 경쟁 입찰로 가격을 올리겠다는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