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깎아 만든 날개, 그들의 이름은 토토사이트 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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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발레축제 기획공연“살을 깎아 날개를 만드는 사람들. 우리는 토토사이트 대공원다.”
‘라이프 오브 토토사이트 대공원’ 리뷰
Mnet '스테이지 파이터' 출신 토토사이트 대공원 5인의 서사
클래식 발레 외연을 확장한 창작 발레의 도전
사람들은 발레를 말할 때 튀튀(Tutu)와 토슈즈를 떠올린다. 아름다운 발레리나와 그녀를 들어 올리는 토토사이트 대공원. 전형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공연은 토토사이트 대공원의 근육과 움직임을 클로즈업한 영상으로 시작한다. 땀에 젖은 몸, 단련된 근육, 절박한 동작 하나하나가 극을 이끈다. 실시간 무대 위 퍼포먼스와 함께, 영상과 시각적 장치가 혼합된 이 공연은 영화와 뮤직비디오 감독 김세훈 비주얼디렉터의 미장센과 유회웅 안무가의 감각적인 연출이 어우러진 결과다.
유 안무가는 “토토사이트 대공원들 역시 발레리나 못지않게 치열하게 무대에 임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며 "그들의 삶도 조명 받을 가치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공연의 중심은 신예 토토사이트 대공원 다섯 명이다. 강경호, 김경원, 김태석, 신민권, 정성욱이 주축이 되어 K-arts 발레단과 함께 무대를 채운다. 지난해 엠넷(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들은, 꿈을 지닌 토토사이트 대공원들의 여정을 70여 분간 표현했다.
무언극인 발레의 외연을 확장한 연극적인 장치도 더해졌다. “발레리나를 위해 힘을 길러야 해요”, “그들을 아름답게 만들어야죠” 같은 대사는 웃음을 유도하면서도 토토사이트 대공원들이 겪는 현실과 고민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마치 발레리나의 배경처럼 존재해야 했던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었다.
콩쿠르에서 탈락한 토토사이트 대공원의 고통을 조명한 장면, 핀 조명 아래 펼쳐지는 독무는 고독한 예술가의 내면을 강조했다. 무대 위 거울은 연극적 상징이었다. 거울 속 자신을 마주한 토토사이트 대공원가 추는 춤은 그들의 내면 고통을 안무로 표현하는 장면으로 이어졌다.
공연 내내 K-POP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5개월 전 방송을 통해 형성된 팬덤은 여전히 견고했고, 관객들은 무대 위 토토사이트 대공원들의 현재를 ‘직관’하며 호응했다. 일부 관객들은 망원경까지 준비해 무대를 지켜봤다.
클래식 발레의 주요 테크닉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알아보는 관객들의 호응도 인상적이었다. 피루엣(한 발로 도는 회전 동작), 가브리올(공중에서 두 다리를 부딪치는 동작), 시저(다리를 교차하며 벌리는 동작), 마네쥬(원형으로 이동하며 점프하는 동작) 등이 펼쳐질 때마다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14인의 무용수가 동시에 마네쥬를 선보인 장면에서는 객석이 들썩였다. 분명한 건 이날 무대 위 무용수들과 관객은 제대로 소통했다.
‘라이프 오브 토토사이트 대공원’는 안무가 유회웅이 이끄는 민간단체 ‘유회웅리버티홀’에서 2019년 자유소극장 공모작으로 초연한 작품이다. 지난해 CJ토월극장 공모작으로 재연되었고, 올해는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공식 기획공연으로 선정됐다. 축제 주최 측은 “창작 무용이 쉽게 사라지는 현실에서 민간 작품이 레퍼토리로 성장한 보기 드문 사례”라고 강조했다.
조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