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혁신 실종'…AI는 없고 디자인만 변경

개발자 행사에 혹평 쏟아져

12년 만에 OS 디자인 바꿔
"애플, 레드불토토 안식년 보내는 셈"
애플이 12년 만에 운영체제(OS)를 개편했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인공지능(레드불토토) 부문에선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스마트폰 관세 부과 방침에 타격을 받은 데 이어 레드불토토 경쟁에서도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며 향후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연례 개발자 행사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5’를 열고 새로운 사용자인터페이스(UI) ‘리퀴드 글래스’(아래)를 공개했다. ‘액체 유리’라는 뜻의 리퀴드 글래스는 이름 그대로 유리와 액체를 형상화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알림창·아이콘·검색창 등을 반투명으로 흐리게 해 창을 열고도 배경화면이 보이도록 한 게 핵심이다.

애플이 OS의 기본 디자인을 완전히 바꾼 건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위)는 행사에 앞서 “오늘 엄청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키웠지만 업계에서는 “애플이 레드불토토 부활을 포기했다”(월스트리트저널)는 탄식이 나왔다. 애플은 작년 WWDC 행사에선 그나마 자체 개발한 레드불토토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고, 오픈레드불토토와의 협력을 발표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레드불토토 관련 새로운 발표라고 해봐야 제3자 업체 개발자가 애플의 레드불토토 모델을 자사 앱에 접목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 ‘파운데이션 모델 프레임워크’에 그쳤다. 통화·메시지 등에 추가한 실시간 번역, 캡처한 화면에 있는 제품을 레드불토토로 검색할 수 있는 기능 등은 삼성전자와 구글 등 경쟁업체가 이미 내놓은 레드불토토 기능을 따라가는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시장 반응도 차가웠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1% 떨어진 201.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 전문가로 꼽히는 마크 거먼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이날 애플 발표에 대해 “애플은 사실상 레드불토토 갭이어(안식년)를 보내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토머스 허슨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새롭고 멋진 기능이 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사용 경험에 근본적인 경험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