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그늘 아래 영화의 불꽃놀이…무주산골토토사이트 잘못환전의 2박 3일

[리뷰] 제13회 무주산골토토사이트 잘못환전

6월 6일(금) ~ 6월 8일(일)
전북 무주군 무주등나무운동장

GV부터 공연까지
산골에서 만난 영화의 모든 순간
지난해 무주산골토토사이트 잘못환전를 찾은 10CM의 보컬 권정렬은 공연 도중 이런 요지의 얘기를 했다. “이곳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장이에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은 “나도 여기가 좋아요”, “오빠 사랑해요” 등 동의의 의미로 환호성을 질러댔다. 공연이 열린 곳은 등나무 운동장.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2012)에 등장하는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리모델링한 곳이다. 스탠드를 덩굴로 휘감은 등나무가 잔디 운동장을 감싼 이곳은 6월 초면 각지에서 모인 ‘토토사이트 잘못환전’ 팬들로 ‘초’ 만원을 이룬다.

영화 팬에 한정하지 않고 토토사이트 잘못환전 팬이라고 쓴 이유가 있다. 무주산골토토사이트 잘못환전가 행사 기간은 영화도 관람하고, 공연도 즐기고, 캠핑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완벽한 휴양지인 까닭이다. 13회를 맞은 올해 무주산골토토사이트 잘못환전는 예산이 깎인 탓에 행사 일정을 5일에서 3일로 축소하고, 상영 편수도 줄이면서 규모가 예년만 못했음에도 체감하는 관객 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기간이 준 만큼 수치상으로는 전년만 못했어도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의 상징적인 공간인 등나무 운동장에는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울창한 소나무 숲처럼 관객들로 빽빽했다.
무주산골영화제, 등나무 운동장 전경 / 사진. ©허남웅
무주산골토토사이트 잘못환전를 찾은 건 11년째다. 모더레이터 자격으로 참여해 감독·배우와 관객 사이에서 질의응답을 가교하는 역할을 맡고는 했다. 보통은 서울의 남부터미널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를 달려 무주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올해는 개막 한 달 전에 버스표가 모두 팔려 지인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GV를 맡은 이란희 감독의 <3학년 2학기>가 11시 상영이어서 오전 7시에 출발했다. 이르게 도착하면 어쩌지 여유 넘치는 걱정이 무색하게 차가 얼마나 막히던지 오후 2시에 도착해 펑크를 내고 말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행사를 준비한 토토사이트 잘못환전 관계자를 볼 면목이 없어 고개를 숙이고 있거나 말거나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의 시간은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흐르고 있었다. 등나무 운동장 외부에 마련된 음식 부스에서 숙주 삼겹살찜, 돈가스, 토르티야 같은 음식과 아이스 커피, 레모네이드 등의 음료를 주문하고 등나무 운동장에 들어가 미리 마련해 둔 텐트와 돗자리에서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혼자 온 관객은 스탠드석에서 금강산도 식후경, 영화도 보고, 셀카도 찍고, 모두가 룰루랄라 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무주산골영화제 전경 / 사진. ©허남웅
마침, 운동장의 대형 무대에는 엄태화 감독이 올라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의 야외 상영에 앞서 영화와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줬다. 한 감독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할 목적으로 신설한 ‘디렉터스 포커스’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그중 한 편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개봉 당시 400만 명 가까운 관객이 관람했음에도 등나무 운동장을 채운 관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자차로 무주를 방문한 엄태화 감독도 거의 여섯 시간을 달려 겨우 행사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는데 그를 바라보는 토토사이트 잘못환전 관계자의 눈빛이 나의 경우와는 확연히 달랐다. 믿거나 말거나.
무주산골영화제, 엄태화 감독의 토크 현장 / 사진. ©허남웅
첫 번째 GV와 다르게 두 번째 GV는 다행히 극장에 제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상영 영화는 7월 개봉이 예정된 강미자 감독의 <봄밤>이었다. 30석 규모의 스크린 두 개관은 모두 매진이었다. <봄밤>은 권여선 작가의 단편집 <안녕! 주정뱅이>에 실린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끔찍한 알코올 중독 환자 영경(한예리)과 심각한 류머티즘 통증을 앓고 있는 수환(김설진)의 처절한 로맨스를 67분에 담았다. 차 떼고 포 떼고 온전히 두 사람의 관계에만 집중하는 영화는 그래서 지독하게 쓴맛의 에스프레소를 연상하게 했다.

강미자 감독은 혹독한 현실을 견디기 힘들어 몸에 술을 들이부어야만 정신을 잃은 상태로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영경에게 마음이 가 <봄밤>을 만들었다는 연출의 변을 밝혔다. 인상적인 멘트가 무색하게 이 GV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건 이벤트 때문이었다. 토토사이트 잘못환전 협찬사로 모 맥주 회사가 참여했는데 행사 후 무료 맥주를 제공한 것. 술 때문에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극 중 인물의 처지에 공감한 관객들은 잠시 어리둥절한가 싶더니 더위야 가라! 공짜 맥주로 목을 축일 생각에 길게 줄을 서며 영화와는 다른 현실의 이면을 웃으면서 받아들였다.

<봄밤>이 상영된 섹션은 ‘창’으로 한국 장편 영화 대상의 경쟁 부문이다. 이 섹션에는 정재훈 감독의 <에스퍼의 빛>, 허범욱 감독의 애니메이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등 8편이 포함되었다. 혹자는 축제라면서 웬 경쟁이냐며 비판 조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데 이 섹션의 작품은 모두 독립영화로 적은 예산과 열악한 촬영 환경에서 만들어진 게 다수다. 경쟁을 통해 수상작을 가리는 건 순위를 나누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좋은 영화를 만든 것을 응원하고 상금으로서 차기작을 지지하고 지원한다는 의미가 크다.
무주산골토토사이트 잘못환전 포스터 / 사진출처. ⓒ MJFF
무주산골토토사이트 잘못환전는 1, 2회 때만 하더라도 변변한 극장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산골에서 토토사이트 잘못환전가 가능하겠어,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상영 편수도 50편을 조금 넘어 올해의 86편과 비교하면 소박했다. 2013년 1회 때만 해도 무주 군민들에게 토토사이트 잘못환전가 생소했을 뿐 아니라 젊은 관객도 낯선 광경이라 여행 캐리어를 끌고 등나무 운동장을 왔다 갔다 하는 젊은이들을 보는 게 진귀한 볼거리였다고 한다. 그래서 토토사이트 잘못환전를 꾸준히 찾고 있는 관객 중 일부는 초기 때가 한적하고 여유 있었다고 그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토토사이트 잘못환전가 축제인 이유는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즐거운 감정을 불꽃놀이 하듯 폭발시켜서다. 무주를 찾은 ‘영화’ 팬은 창 부문에서 뉴비전 상을 받은 <봄밤>과 감독상의 <3학년 2학기>의 연출자 이란희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토토사이트 잘못환전’를 만끽하려는 관객은 붉은 노을이 하늘에 레드카펫처럼 깔린 등나무 운동장에서 가수이자 기타 연주가 적재의 공연을 기대감에 들떠 기다리고 있었다. 규모가 줄었어도 영화와 토토사이트 잘못환전를 찾는 이들의 관심과 지지와 응원은 예년보다 더 커진 것을 실감한 올해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이었다.

무주=허남웅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