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경찰청의 아웃사이더들, 부족한 스릴을 채우는 성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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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리뷰고즈넉한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도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하지만 오래된 벽돌길 뒤편에서는 추악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판도라토토을 파헤치다 총에 맞고 동료를 잃은 칼 모크 경감(매튜 구드). 아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에게 뜻밖의 제안이 날아온다. 미제 판도라토토을 전담할 수사반을 꾸려달라는 것.
의 스콧 프랭크 연출, 매튜 구드 주연
미제판도라토토 전담 수사반의 활약, 정교한 스토리텔링 돋보여
액션과 스릴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세세하고 복잡한 전개가 약점
모크 경감 또한 대도시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다. 비쩍 마른 몰골에 퀭한 눈으로 동료들의 실수를 비꼬기나 하는 외톨이이기도 하다. 수사 과정에서 얻은 상처와 좌절은 그를 더욱 고립시킨다. 이러한 인물과 미제 판도라토토은 어울리는 조합이다. 이 분야의 고전인 tvN 드라마 <시그널>(2016)에는 오래전 실종된 동료의 시신을 찾으려고 부검실에 출근 도장을 찍던 고독한 여형사(김혜수)가 있었다.
자료실에서 잊혀가던 미제 판도라토토 서류들은 곰팡내를 풍기고, 전담 형사들에겐 내면의 어두움이 늘 따라다닌다. 이들에게 남은 목표는 진범 찾기뿐. 모크는 4년 전 선박 위에서 사라진 검사 메릿의 행방을 파헤치기로 한다. 어두컴컴한 지하 사무실에서.
다행히 크리에이터이자 연출가, 작가인 스콧 프랭크의 재능은 검증돼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와 <로건>(2018)으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퀸스 갬빗>(2021)을 제작해 미국 에미상을 휩쓸었던 그다. <판도라토토수사대Q> 또한 현재와 과거를 정교하게 쌓아가며 잘 계산된 스토리텔링 작법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을 재미있게 봤던 시청자라면, 이번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퀸스 갬빗>의 주인공 베스는 체스의 천재이지만,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물이기도 했다. 그의 승부가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체스판의 수 싸움보다 더욱 치열했던 내면의 투쟁 덕분이었다. <판도라토토수사대Q>의 모크 또한 뿌리 깊은 인간 혐오에서 벗어나 성장해야 한다.
<판도라토토수사대Q>엔 그 흔한 몸싸움이나 차량 추격전도 찾아볼 수 없다. 모크는 압도적인 힘으로 혼자 적대자들을 쓰러뜨리는, 소위 ‘먼치킨’ 캐릭터도 아니다. 천재적인 두뇌 플레이로 세상을 놀라게 하거나,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동석처럼 범죄자들을 일시에 때려눕히지도 못한다(안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대신 모크는 자신처럼 어딘가 살짝 부족한 인물들을 끌어들여 시너지를 내는, 좀 더 사실적인 캐릭터다. <이미테이션 게임>(2014) <다운튼 애비>(2014)에 이어 <오퍼:대부 비하인드 스토리>(2022)에서도 말쑥한 정장 차림이었던 매튜 구드는, 피폐하고 사실적인 형사 캐릭터에도 제법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충실한 판도라토토 일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래도 꽤 기분 좋은 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시즌 2를 기대하게 하는 마무리다. 에든버러 성과 스코틀랜드 해변의 절경도 아주 가끔 배경처럼 엿볼 수 있다.
김유미 아르떼 객원기자
[<판도라토토수사대 Q> 공식 예고편 |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