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토토 동결'에도 15% 상승, 신고가 찍은 한국전력

한국전력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올 3분기 전기프리미어토토을 사실상 동결하는 조치를 밝혔지만 여전히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영향이다.

24일 오전 장중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은 15.04% 상승한 3만2500원에 거래됐다. 장중 3만2700원에 거래돼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올 3분기 전기프리미어토토 동결 조치를 밝혔지만 이날 주가가 크게 뛰었다. 전날 한전은 올 3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기존과 같은 수준인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2022년 3분기 이후 13개 분기 연속 동결 조치다.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한 채 전기프리미어토토을 올리려면 전력량 프리미어토토, 기후환경프리미어토토 등을 조정하면 된다. 하지만 새 정부가 물가 부담을 의식해 이들 요소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물가 안정 대책 마련을 각 부처에 요구했다. 후보 시절 유세 기간엔 “지금은 국내 경제 상황이 너무 나쁘고 민생이 어려워 당장 전기프리미어토토에 손대기는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른 프리미어토토도 올라가지 않으면 일반용 전기프리미어토토은 9개분기 연속 동결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프리미어토토 동결은 이미 시장이 예상해 앞서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여름철엔 민간 전력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에 정부도 이 시기를 앞두고는 통상 전기프리미어토토을 올리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대부분 정부가 정권 초기에 공공프리미어토토을 동결한 만큼 한전이 이번에 전기프리미어토토을 올릴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았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전기프리미어토토 동결 조치와 관계없이 한국전력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작년 말 기준 한전의 누적 부채는 205조4450억원에 달한다.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496.7%이다.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만 연간 4조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한국전력의 올해 실적 개선은 분기별 연료비 조정단가와 상관없이 달성될 전망"이라며 "전기프리미어토토이 유지되고 있는 와중 국제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낮아지고 있어 한국전력의 마진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 등 전력망 투자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하면 한국전력의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과거에도 그랬듯 정부는 한국전력의 큰 폭의 흑자 전환을 용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중동 내 분쟁으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은 것도 증시에선 호재로 작용한 분위기다. 한전은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원유 등을 발전원으로 쓴다. 장기 계약 LNG 가격은 통상 유가와 연동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유가가 안정되면 한국전력의 실적 개선 가능성은 더 커지는 구조다.

최근 급등한 국제 유가는 이날 오전 장중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 일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은 2.98% 하락한 66.4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일 73.84달러로 치솟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벌 기준물인 북해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은 2.80% 내린 69.48달러에 거래됐다. 전날(현지시간)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을 하는 것으로 완전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힌 영향이다.

한전 주가는 한국전력 주가는 올들어 65.39% 올랐다. 새 정부가 인공지능(AI) 전력 수요 등에 대응해 전력망 확대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최근 상승세를 탔다. 외국인투자자는 전날까지 지난 5거래일간 한국전력을 약 2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권가는 정부가 한전의 전기프리미어토토을 중장기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프리미어토토 인상 없이는 전력망 투자 재원을 제때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과 전력망 확충을 위해 필요한 투자비는 최소 20조원에서 최대 50조원으로 추정된다"며 "투자비와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한전의 중장기 프리미어토토 인상 명분이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