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독이 원하는 여배우 0순위,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
극사실적 연기를 보여준 드라마
'더 글로리, '태양의 후예'로 얻은 높은 인기
오히려 발목 잡아...


이 ‘태평륜’은 지금 시대에 맞게 드라마로 다시 만들어지는 게 나을 것이다. 영화만으로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우삼 감독은 이 영화 이후 몰락했다. 다만 작품의 소재는 좋았다. 중국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쫓겨 갈 때 이용했던 여객선 이름이 태평륜이었고 이 선박은 인근 해안에서 침몰해 거의 모든 사람이 사망했다. 그 얘기가 ‘태평륜’의 스토리였다. 솔직히 송혜교는 이 영화에서 소모됐다.

송혜교의 영화 필모그래피는 드라마 쪽에서의 찬란한 성공에 비하면 솔직히 다소 초라한 성적이다. 이번 신작 ‘검은 수녀들’도 개인적으로서는 불만투성이이다. 물론 송혜교의 연기 탓은 아니다. 이건 순전히 (너무 대놓고 얘기해서 그렇지만) 기획과 연출 탓이다. ‘검은 수녀들’은 ‘검은 사제들’의 성공에 편승한, 안이한 기획이다. 무엇보다 이런 오컬트는 공포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어야 한다.
12형상에 관계된 악마가 왜 어린 청소년의 몸에 빙의됐는지, 그가 이 세상으로 숨어 들어와 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래서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 ‘검은 수녀들’에는 그런 것이 없다. 공포영화가 이런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개인 취향일 뿐이라고 치부한다면 뭐 할 말은 없으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 작품은 분명 송혜교가 맡은 유니아 수녀가 주인공인 건 맞는데 종종 또 다른 수녀 미카엘라(전여빈)에게 시점이 옮겨 가며 이야기가 우왕좌왕 흐릿해진다는 것이 느껴진다. 연출이 가닥을 정확하게 잡지 못한 탓이다.
가장 억지스러운 건 송혜교의 메가 히트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맡았던 문동은 캐릭터의 일부를 차용하려 했다는 점이다. ‘검은 수녀들’에서 유니아 수녀는 담배를 피우고, 욕도 하며, 여사제임에도 무당과 승려와 콜라보 작업을 하려 한다. 파격은 파격인데 ‘더 글로리’ 때를 좀 베끼고 있다는 의혹을 사게 한다. 결론적으로 송혜교는 또 한 번 소비된 느낌을 준다.

그런 여배우가 있다. 드라마가 워낙 인기가 높아서 영화 쪽에서는 별반 성적을 내지 못하는 배우가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 여배우 코트니 콕스 같은 경우가 그렇다. 콕스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전설의 드라마로 대우받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명성의 작품 ‘프렌즈’의 일원이고, 절대 얼굴을 잊을 수 없는 배우이지만 영화 쪽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나마 팝콘 공포영화 ‘스크림’시리즈 정도가 대표작이다. 코트니 콕스 역시 송혜교처럼 이목구비 면에서는 같이 출연했던 제니퍼 애니스톤이나 리사 쿠드로와는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예쁘고 뛰어난 인물이다.
송혜교는 드라마에서의 높은 인기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케이스이다. 모두 ‘글로리 1, 2’와 ‘태양의 후예’를 얘기하지만, 송혜교가 사실 드라마의 극사실적 연기(좀 더 빨리 찍어야 하는 특성상 개인 연기력이 없으면 드라마 연기는 영화 연기보다 더 하기가 어렵다는 측면에서)를 제대로 보여 준 작품은 노희경이 쓴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다. 송혜교는 여기서 드라마 감독 역할을 맡았다. 송혜교와 현빈은 이 작품에서 진짜 드라마 PD 혹은 드라마 감독들 같았다. 방송사 드라마국 얘기가 진짜처럼 펼쳐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 드라마를 찍기 전 4년 동안 송혜교는 영화에 전념했지만, 이렇다 할 대업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영화 ‘파랑주의보’는 기억도 나지 않는 작품이었다. 송혜교는 이상하게 거대한 영화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감독과 제작자)이 열정적으로 원하고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인데... 금강산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던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도 그렇다. 영화가 만들어진 2006년, 2007년은 남북한 화해 무드가 최고조였던 시기였다. '남북 통일을 염원하는 영화의 여배우로 송헤교가 나와야 한다'가 당시의 제작 분위기였다.


송혜교의 필모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뉴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손수범 감독의 ‘페티쉬’라는 영화이다. ‘아무도 모르는 영화의 죽음 같은’ 작품이다. 미국의 기독교적 삶과 한국의 무속신앙의 중간지대에서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두 개의 문화를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뒤섞으려 한 일종의 크로스 오버 형 작품이었지만 난해를 넘어서 난독에 가까운 영화였다. 실패했다. 이정향 감독의 ‘오늘’이란 영화는 ‘집으로’를 만든 감독의 명성과는 달리 너무 흥행이 되지 않았다. ‘누구나 다 아는 영화’의 실패였다. 송혜교의 영화 이력은, 쓰면 쓸수록, 마음이 아파진다.


영화는 뭘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뭘 안 하려고, 의도적으로 힘을 빼려고 할 때, 이상한 위업을 달성한다.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는 1981년생이고 44살이다. 아직 한창이다. 미모도 10년 이상 갈 것이다.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는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향후 영화 메가 히트작이 나올 것을 기대하는 건 아직 그녀에겐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모든 감독은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를 원한다. 0순위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욕망만큼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에게 맞는 캐릭터를 창출하고 만들어 나갔는지는 좀 새겨 볼 일이다.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는 자신에게 딱 맞는 영화 작품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곧 나타날 것이다.
오동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