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별자리’라고 부르는 별의 무리는 사실 서로 아무런 연관도 없습니다. 연결되기는커녕 별에서 별까지의 거리는 아득히 멀기만 하죠. 다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연결을 상상할 따름입니다. 각각의 별자리는 오랜 세월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글로 기록되면서 ‘원래부터 연결 지어진 것’으로 인식되었으니 말입니다.
‘연결된 것’은 ‘연결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존재하게 된 것일 터인데요. 신기하게도 한번 연결 지어진 것은 웬만해선 잊히지 않고 우리에게 끝없는 믿음과 따뜻한 위로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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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에 관한 깊은 상념에 빠져 있었던 지난 가을, 우연인지 위대한 작가 한강 선생이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으로 “언어는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아, 또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토토사이트 운영 썰하는 디자인
대개 금속성의 소재나 콘크리트로 마감한 건축·가구는 자칫 차갑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에 목재와 섬유(패브릭)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따뜻함을 느끼게 하죠.
그런데 정작 디자인의 냉정과 열정을 가르는 것은 다른 데에 있습니다. 사람을 향한 마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 등이 따뜻함과 차가움을 좌우합니다. 우리가 산책하다 보면 ‘밀어내는 대신 기꺼이 품어주고’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내어 주는’ 건축물이나 구조물을 마주치게 됩니다.
오랫동안 단절됐던 윗길과 아랫길을 잇는 계단, 비바람에도 학교에 오갈 수 있도록 해주는 지붕, 마을과 공원을 이어주는 모노레일까지, 불현듯 ‘연결’하는 디자인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목멱의 유니버셜 디자인
서울의 남산(옛 지명 목멱)에는 언제든 산책을 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 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고리처럼 이 도심 산을 둘러싼 순환도로가 있죠. 이름도 아름다운 ‘소월길’입니다. 소월길을 걷다가 남산자락의 아랫동네인 후암동으로 가려면 급경사의 계단이나 언덕을 통해야만 하는데, 그마저도 온전치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산도서관 건너편의 가파른 언덕과 계단에는 일찌감치 승강기가 놓였습니다. 이미 10년이 넘었는데요. 유모차나 보조 기구에 의지해야만 하는 보행자에게는 더없이 반가웠을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윗길의 승강기를 기다리는 공간은 마치 전망대처럼 꾸며 놓았습니다. 이름마저 ‘후암동전망대’인 이곳에서 서울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승강기가 도착할 때까지의 기다림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승강기를 타고 아랫길로 내려가면 후암동의 한적함을 더욱 오롯이 느낄 수가 있습니다. 두텁바위길이라고 불리는 길은 차량이나 보행자의 통행도 잦지 않아 한결 이국적입니다. 연결은 참 고마운 일입니다.
1943년, 일본 제국주의 권력은 당시 민초들을 괴롭히는 것을 넘어 도시의 본모습을 훼손하곤 했는데 108계단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전쟁으로 사망한 자들을 위로하겠다며 호국 신사를 세웠는데, 바로 그곳에 이르는 길이 108계단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를 전복시키듯 덮어낸‘108 하늘 계단 경사형 승강기’가 갖는 의미는 더욱 커졌습니다.
캐나다 퀘백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앙드레 가뇽(Andre Gagnon)은 그가 살았던 곳만큼이나 시적(詩的)인 연주곡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바다 위의 피아노(Un piano sur La mer)’, ‘머나먼 추억(souvenir lointain)’ 등은 앙드레 가뇽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음악인데요. 악보를 보면 붙임줄과 이음줄이 많고 물이 흐르듯 부드럽게 연결되는 연주곡이기 때문이죠. 듣는 순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퀘백의 설경을 상상하게 됩니다. 앙드레 가뇽의 음악은 ‘그 음악적 연결됨’으로 우리를 경험하지 못했던 세계로 연결합니다.
[Andre Gagnon - Un Piano Sur La Mer (바다 위의 피아노)]
[Andre Gagnon - Souvenir lointain(머나먼 추억)]
앙드레 가뇽은 클로드 드뷔시로 연결됩니다. 드뷔시의 ‘어린이 세계 여섯 곡’ 가운데 골리웍스 케이크 워크를 제외하면 나머지 음악이 모두 물 흐르듯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라베스크,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에 이르러 그 연결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드뷔시와 함께 인상주의 작곡가로 분류되는 에릭 사티의 ‘그노시엔느 1번(영화 <파리의 딜릴리(2018)>에도 삽입된 곡)’. 모리스 라벨의 ‘바다 위의 작은 배(une barque sur l'océan)’(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에도 삽입된 곡)도 마찬가지죠.
[드뷔시의 ‘어린이 세계 여섯 곡’]
[Satie - Gnossiennes No. 1]
[Maurice Ravel - une barque sur l'océan(바다 위의 작은 배)]
중요한 사실은 앙드레 가뇽부터 클로드 드뷔시, 에릭 사티, 모리스 라벨의 음악은 모두 연결되어 오늘날의 우리에게 위로를 전한다는 점이죠. 위로의 음악이라고 하니 또다시 사카모토 류이치가 떠오릅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풋 유어 핸즈 업(Put your hands up, 손을 머리 위로)’을 들으면, 왠지 마음이 맞는 이들이 서로 연결된 손을 하늘 위로 드높여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무언가 실패했더라도, 슬픈 일이 있더라도 소매라도 붙잡아 번쩍 들어올려주는, 그런 ‘풋 유어 핸즈 업’ 말입니다.
[사카모토 류이치 - put your hands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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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우리를 서로 연결한다는 감동적인 문장에 닿았을 무렵에 유발 하라리의 새 책 <넥서스>를 읽었습니다. 오래전에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부터 시작해 그의 박사논문을 책으로 출판한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까지 연이어 읽으면서 새로운 책 <넥서스>까지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이죠.
우연인지 <넥서스>는 ‘연결’에 관한 책입니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넥서스’란 연결고리, 중심 연결점 정도의 의미를 갖습니다.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에 관해 조명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죠. 유발 하라리는 ‘연결의 대가’라는 사실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