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개발한 FLNG의 액화 설비인 센스포. 기체인 천연가스를 액체로 바꾸는 핵심 장비다.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FLNG의 액화 설비인 센스포. 기체인 천연가스를 액체로 바꾸는 핵심 장비다. /삼성중공업 제공
요 몇 년간 한국 조선업계를 먹여 살리는 선종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이다. 일반 컨테이너선보다 수익성이 좋은 데다 중국이 완전히 따라잡지 못한 몇 안 되는 선종이어서다. 이렇게 재주는 한국이 부리지만, 돈 버는 업체는 따로 있다.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 GTT다. LNG운반선의 핵심 설비인 LNG 보관설비(화물창) 기술을 독점한 이 회사는 한국이 LNG운반선 계약을 따낼 때마다 수주 금액의 5%(약 180억원)를 따박따박 로열티로 걷어간다. 이른바 ‘GTT 세금’이다.

이뿐이 아니다. 국내 조선업체는 애프터서비스(AS)도 반드시 GTT를 써야 한다. 자체 기술이 없으니 문제가 생기면 GTT만 쳐다볼 수밖에 없어서다.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하지 못한 허울뿐인 ‘조선 강국’의 민낯이다.

◇해양 플랜트 ‘기술 표준’ 잡아라

삼성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의 핵심 장비인 ‘액화설비’(센스포·SENSE IV) 내재화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LNG운반선의 화물창처럼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FLNG에서도 ‘알짜배기’를 외부에 내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조선업계에 불황이 몰아친 10여 년 전에도 핵심 프랑스 토토사이트 연구개발(R&D)을 접지 않았다. 이렇게 손에 넣은 게 센스포다. 천연가스를 연간 200만t가량 액화할 수 있는 이 설비는 여러 장점이 있다. 전력 소모량이 기존 장비보다 최대 14% 적다는 점, 장비 크기가 작은 가스 팽창 방식이어서 안 그래도 좁은 FLNG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최대 매력 포인트는 가격이다. FLNG 건조 비용은 상부 구조물(톱 사이드)과 하부 구조물(헐 사이드)이 각각 70%, 30%를 차지한다. 센스포는 톱 사이드 건조 비용의 50%를 차지하는 핵심 설비다. 삼성은 액화장비 후발주자인 데다 FLNG를 건조하면서 액화장비를 함께 개발해 탑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하니웰 제품을 따로 구입해 장착하는 것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에너지기업이 삼성에 센스포 납품을 요청한 이유다.

삼성은 센스포를 설계하고 제작하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몇몇 장비는 외국 제품이다. 이들 장비 생산을 맡길 국내 업체가 없어서다. 삼성은 중장기적으로 해외 장비까지 국내로 돌려 물류비 등을 절감하는 동시에 국산 프랑스 토토사이트 밸류체인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LNG선 ‘풀 밸류체인’ 갖춘다

삼성중공업이 센스포 기술을 확보한 건 2021년이다. 하지만 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글로벌 ‘톱 티어’ 에너지 기업들이 검증된 미국 기자재만 찾는 탓에 납품 기회가 없었다. 상황이 바뀐 건 작년 말부터다. ‘화석연료로의 귀환’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세계적으로 ‘LNG 개발 붐’이 일어서다. FLNG를 찾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수요가 늘어나며 전반적인 건조 가격이 오르자 가성비가 좋은 센스포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FLNG를 발주한 기업이 이들 장비도 승인하면 국산화 비중은 한층 더 올라간다. FLNG의 국산화 비율은 헐 사이드는 60~70%에 이르지만, 주요 프랑스 토토사이트가 장착되는 톱 사이드는 30~40%에 불과하다.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핵심 프랑스 토토사이트는 센스포뿐이 아니다. LNG운반선에 필요한 연료 공급 시스템인 에스퓨가스와 재기화 시스템인 에스리가스는 이미 적용하고 있다. LNG를 운반하는 엑스랠리, 증발하는 가스를 처리하는 가스이젝터, LNG를 선박에 하역하는 리퀴드 이젝터 연구도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했다는 건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조선 강국’이 됐다는 의미”라며 “지역 기자재 업체로의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형규 프랑스 토토사이트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