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괄임금제가 공짜야근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폐지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사실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근절하겠다는 정책은 이미 2023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실무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제’와 ‘고정OT수당제’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혼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따라 포괄임금제의 정확한 의미와 유효 요건을 살펴본 후, 과연 이 제도가 진정 공짜야근의 원흉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토토사이트 개념

우선, 토토사이트 판례에 의해 정당성이 인정되는 제도인데, 판례가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주된 이유는 근로수행방식, 업무특성상 근로시간을 정확히 산정하는 게 어렵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포괄임금제란 (i) 기본임금과 별도로 법정 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통상임금 전체를 일괄 산정하여 지급하거나(정액급제), (ii) 기본임금을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수당을 구분하지 않고 일정액을 일괄 지급(정액수당제)하기로 약정한 임금 체계를 말한다.

대법원은 다음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토토사이트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8다6052)
① 포괄임금 약정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존재할 것
② 근로시간 산정이 객관적으로 곤란할 것
③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을 것


◆고정OT수당제와 구별

포괄임금제와 유사하지만 구별되는 제도로는 고정OT수당제가 있다. 이는 일정 시간의 연장근로를 전제로 해당 수당을 사전에 정액 지급하는 방식으로, 초과 근로 시에는 추가로 수당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포괄임금제와 구별된다. 다시 말해, 고정OT수당제는 연장근로에 대한 정산이 전제로 되며, 토토사이트 유효한 경우 추가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가 없다.

고정OT수당제의 경우 어떻게 도입했는지에 따라 근로자에게 유리한 제도인지 등이 달라진다. 예컨대, 처음 도입할 때 이미 특정 금액을 월급으로 정하면서, 그 세부항목에서만 고정OT수당을 넣은 경우라면 순수한 의미의 연장근로수당 선지급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월급과는 별도로 회사에서 계속 어느 정도의 연장근로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매번 정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나 노동조합의 요구 등에 따라 일정시간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수당을 고정OT수당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라면, 연장근로수당의 선지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고정OT수당제를 어떻게 활용해 왔는지에 따라 고정OT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할 위험이 있다. 예컨대, 조기출근제를 폐지하며 ‘시간외근로수당’ 명목으로 기본급의 20%를 고정 지급한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해당 수당이 연장근로의 대가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20다224739 판결). 반면, 기존 복리후생비를 없애고 ‘고정시간외수당’을 신설한 경우에는 명칭 변경에 불과하다고 보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다241100 판결).


◆판례를 통해 본 토토사이트 유효 여부

판례가 포괄임금제를 부정한 경우를 살펴보면, 골프장 내 식당에서 근무하는 봉사원, 조리사들의 경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대법원 2008다6052 판결), 버스 운전기사의 경우 임금협정서에 기본급과 별도로 연장·야간근로수당 등이 세부적으로 기재되어 있고 실제 월 고정액 외에 별도의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한 점 등을 이유로 포괄임금약정 성립을 부정한 경우(대법원 2915다233579, 2015다233586 판결), 요양보호사들의 경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대전고등법원 2014나1636 판결), 종합병원 수련의의 수직·일직 업무도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은 경우(대전고등법원 2013나11186 판결) 등이 있다. 반면 포괄임금제를 인정한 경우는, 요양병원에서 야간 당직의로 근무한 의사의 경우 근로시간 산정이 곤란한 경우(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0가단53530 판결), 2인 1조 형식으로 교대제 근무를 한 경비직 근로자의 경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대법원 2019다241516 판결) 등이 있다.

토토사이트가 무효가 되면, 정액수당제 포괄임금약정의 경우에는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수당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금액만큼만 추가 지급해야 한다(대법원 2023다221359 판결). 다만, 포괄임금이 무효라도 기지급한 정액수당이 실제 연장근로수당보다 많으면 추가 임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대법원 2023다221359 판결).


◆제도의 문제인가, 운영의 문제인가?

살펴본 바와 같이, 판례가 인정하는 토토사이트(유효성이 인정될 경우 추가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 없음)는 근로시간 산정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경우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유효성이 인정되는 제도이므로, 애초에 근로자에게 불리한 경우라면 그 유효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고정OT수당제 역시 근로자에게 일정 연장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고정OT수당을 선지급하는 것이므로, 실제 근로자가 선지급된 연장근로수당만큼 연장근로를 하지 않더라도 해당 금원을 받게 되는 것이고, 만약 그 시간보다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되면 초과된 부분만큼 연장근로수당을 받게 되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제도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들 제도가 '공짜야근'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본래 취지를 벗어난 무분별한 적용과 악용이 문제인 것이다. 실제로 근로시간 산정이 충분히 가능한 업무에 토토사이트를 적용하거나, 정해진 고정수당 외 초과 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토토사이트와 고정OT수당제는 그 자체로 비난받아야 할 제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 설계의 정당성, 약정의 명확성, 운영의 투명성이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