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이 안 통하면 통곡하는 사람도 있어요."

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는 옛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잠시 근무했던 예산실 경험을 회상하면서다. 국비를 타내려는 부처·지자체 '로비전'은 격렬하고 치열하다. 예산실이 자리잡은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5층에는 전투복을 입은 장교와 검사 경찰 외교관 지자체장들로 북적인다. 근무지에서는 기세가 당당한 이들도 예산실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본격적 ‘예산철’을 앞두고 예산실은 풀가동 중이다. 대선을 앞뒀고, 기획예산처로 쪼개진다는 풍문도 돌지만 야근은 이어진다. 예산실이 최근 세부 예산지침을 작성해 각 부처에 돌렸다. 세부 지침의 골자는 청년 일자리다. 흩어진 청년 사업을 하나로 모으는 동시에 청년 사업 비중이 얼마인지 표기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청년 일자리 사업을 독려하고 최악으로 치닫는 청년 실업 문제를 대응하려는 정책 의지가 읽힌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2026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 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했다. 각 부처는 매년 세부 지침을 토대로 기재부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이달 말까지 각 정부 부처로부터 예산 요구안을 일괄 제출받는다. 이후 6~8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 예산안을 편성하고 9월1일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세부 지침의 주요 개정내용에는 청년 일자리 사업을 별도 분류·관리하도록 각 부처에 요청했다. 일자리 사업 예산요구 양식을 작성할 때 청년 일자리인지 여부와 청년의 수혜 비율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청년 일자리 사업 구성을 독려하려는 장치로 해석된다.

청년정책과 청년일자리 사업을 묶어서 정책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표도 깔려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흩어진 청년 일자리 사업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의 일환"이라며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청년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부처와 사업별로 흩어진 청년 일자리 예산사업을 망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실이 이처럼 청년 일자리에 관심을 쏟는 것은 그만큼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3%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 4월까지 12개월 연속 하락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5000명으로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사업은 60세 이상 연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4월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작년 동월보다 34만명 늘었다. 정부 일자리 사업이 몰린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을 중심으로 4월 취업자 수가 21만8000명 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설 경우 정부는 이 같은 지침을 일부 변경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도 각각 2017년과 2022년 5월 10일 출범하면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담은 예산안 편성 추가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메이드 토토사이트 일자리 지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선후보 모두가 메이드 토토사이트 실업문제를 공감하고 해결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한편 이번 세부 지침에는 연구·개발(R&D) 예산 누수를 막기 위한 각종 장치도 배치했다. R&D 기반 구축 사업을 진행할 때는 민간자본을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라는 지침이 포함됐다. 여기에 바이오 분야 R&D 사업은 지난해 신설된 국가바이오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에 검토를 진행하라고도 요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