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장르영화제…올해 화두는 AI

헤어조크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피오트르 비니에비츠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그를 찾아서’(About a Hero)다. 다음달 개막하는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의 개막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은 10일 부천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는 기술과 절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예술”이라며 개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AI기술을 접목한 영화가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산업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 확신했다.
이날 BIFAN 조직위원회는 오는 7월 3일부터 13일까지 11일간 부천시청, CGV소풍, 부천아트벙커B39 등 부천 전역에서 41개국 21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고 밝혔다. 장편 103편, 단편 77편에 AI와 XR(확장현실) 작품이 각각 11편, 26편으로 영화제를 통해 전세계 최초 개봉하는 월드 프리미어 작품만 53편에 달한다. 폐막작은 1987년생인 한제이 감독의 ‘단골식당’이 선정됐다.
BIFAN은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국제영화제로 익숙하지만, 영화 애호가들에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장르 영화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공상과학(SF), 오컬트,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등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장르와 영화적 실험이 시도된 작품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장(場)인 것이다. 신 위원장은 “올해 영화제 슬로건이 ‘이상해도 괜찮아’”라며 “역량 있는 한국 감독들의 영화부터 우리나라에 소개가 안 된 해외 영화까지 온갖 색깔의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영화는 기술과 절대 분리해서 볼 수 없는 예술장르로, 이미 AI기술이 글로벌 영화판도를 뒤엎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시나리오를 잘 써도 자본 규모에 밀려 할리우드를 쫓아가지 못했던 게 과거 우리 영화의 현실이었지만, AI기술이 ‘자본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줄 도구가 되고 있다”며 “이제 영화산업이 자본의 경쟁이 아닌 상상력과 열정의 경쟁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BIFAN은 생성 AI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영화들이 경합하는 국제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 AI 영화’를 진행한다. 올해는 장권호 감독의 ‘고해성사’, 프란 가스 감독의 ‘제7의 지옥’ 등을 포함해 총 11편의 작품이 경쟁한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0여편에 불과했던 출품작이 올해는 350편으로 늘었다. 김관희 프로그래머는 “지난 1년새 감독들의 내러티브 능력부터 모든 면에서 작품의 질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영화제 기간 중 AI로 영화를 만드는 워크숍과 관련 국제 콘퍼런스도 진행한다.
올해 BIFAN은 영화제 기간 중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상영한다. 한국 대표 배우인 이병헌이 주연을 맡은 영화 10편을 상영하는 ‘더 마스터’ 섹션, 추리소설로 유명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 등을 영화로 만나는 '실로 재미있는 천재' 섹션 등을 운영한다. 장미희 BIFAN 공동 조직위원장은 “창의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영화제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며 “미래와 소통하는 젊은 영화인의 열정과 감각을 발굴해내겠다”고 말했다.
부천=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