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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두현 기자
    고두현 기자 편집국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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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토토사이트 운영의 해외 토토사이트 운영을 품은 우주적 대모 | 한국경제

       가진 것                   한성례  몽골의 초원에서 나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가능한 한 덜고 버리고서 빠드득 물기 마른 지평선 한 자락 몰고 올라가 산뜻하게 걸린 무지개처럼 정말이지 몸이 가벼워지는 것. 지구라는 행성에 나란히 동거하면서도 우린 서로 가진 것이 달랐지요. 몇 마리의 양과 말, 한나절이면 거뜬히 접어 길 떠나, 발 닿으면 다시 세우는 서너 평 남짓한 ‘겔’. 고작 그 안을 채울 만큼이 온 가족이 가진 것 전부. 그러기에 몽골의 유목민들에게는 짙푸른 하늘과 끝없는 초원, 머리 위로 열리는 밤하늘의 수박만 한 별들, 이 모두가 다 그들 차지였지요. ----------------------------------------------- 한성례 시인을 수식하는 말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우주적 대모(代母)’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거 같습니다. 혼자 살면서도 키우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우주적 대모’라는 멋진 수식어를 붙여준 김영산 시인의 얘기를 잠깐 들어볼까요. ‘어느 해 여름 인사동 거리를 걷고 있는데 중고차 한 대가 옆에 와 섰다. 차창이 열리고 “잘 지내지?” “네……” 짧은 대화 속에 차가 떠났다. 그 안에 아이들이 네다섯 명 타고 있었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녀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보다 더한 우주적 사랑으로 한껏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 풍경은 한 폭의 거룩한 성화(聖畵)와 같았다.’ 한성례 시인은 그날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누구였는지 끝까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들보다 훨씬 많은 소년 소녀를 거두어서 학교에 보내고 취업과

    2025.05.30 00:38
  • 상상을 현실로 만든 닐 암스트롱의 꿈 [레프레 토토사이트 인생명언]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1969년 7월 20일,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는 순간 한 말이다. 그가 달에 착륙한 순간, 전 세계가 숨을 죽이고 그의 첫 발자국을 지켜봤다. 그는 수천 년 동안 인류가 별을 바라보며 꿈꿔온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들었다. 그것은 빛나는 과학의 성과이자 위대한 인간 정신의 대서사시였다. 닐 암스트롱은 미국 오하이오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6세 때 아버지를 따라 처음 비행기를 탔다. 그때부터 가슴 한구석에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꿈을 품었다. 그는 모형 비행기를 만들면서 공기의 흐름을 읽었다. 그는 책상 앞에서가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며 미래를 그렸다. 꿈만 꾼 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조용히, 끈질기게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웠다. 퍼듀대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했고, 16세에 조종사 자격을 따냈다.  그가 자란 시절에는 ‘우주비행사’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상상력 속에서 꿈을 한 겹씩 펼쳐나갔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했듯이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곧 상상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상상력을 실현하기 위해 과학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시험조종사로 활동하면서 극한의 상황을 마주했을 땐 치밀하게 계산하고 냉철하게 판단했다. 그런 노력 끝에 마침내 아폴로 11호의 사령관이 됐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첫발을 딛는 임무를 맡았다. 달의 표면에 남은 그의 발자국은 사실 수많은

    2025.05.27 17:10
  • 진정한 부자, 세상이 모두 내 집일세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십 년을 경영하여송순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 세 칸 지어내니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 두고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면앙정 송순(宋純, 1493~1583)은 조선 중기 문신으로 시조에 뛰어났습니다. 문집으로 <기촌집> <면앙집>이 있고, ‘면앙정가(俛仰亭歌)’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지요.이 시조 ‘십 년을 경영하여’에서 그는 초가집 한 채를 지어놓고 그 속에 세상을 다 들여놓았습니다. 내가 묵을 방 한 칸, 달이 들어올 방 한 칸, 거기에 청풍이 노닐 방 한 칸. 더 이상 들여놓을 데 없는 강산까지 병풍처럼 둘러놓고 보니 남부러운 것 없는 집입니다. 얼마나 여유로운가요. 덕분에 초가삼간은 천하를 품을 만큼 커다란 집, 우주(宇宙)의 집이 됐습니다.욕심과 여유의 차이점은?욕심과 여유는 매우 다르지요. 욕심은 ‘마이너스 에너지’여서 남의 것을 빼앗아야만 채워집니다. 그래서 자신과 남을 다 같이 빈곤하게 만들죠. 그러나 여유는 ‘플러스 에너지’입니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게 아니라 그것을 공유함으로써 더 큰 풍요를 선사하지요.그래서 욕심 많은 부자는 남의 곳간을 탐내고, 진정한 부자는 남의 곳간이 가득한 데서 기쁨을 느낍니다. 세상엔 부자가 많지만 이처럼 마음마저 풍요로운 부자는 드물지요.척 피니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집도 차도 없는 ‘가난뱅이’입니다. 시계도 몇만 원짜리를 차고 다니고 밥도 허름한 식당에서 먹습니다. 그러면서도 25년간 4조원이 넘는 돈을 남몰래 기부해왔습니다.그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 ‘숨은 억만장자’입니다. 미국과 아일랜드, 베트남, 태국, 남아공, 쿠바 등 세

    2025.05.26 10:00
  • 재능토토사이트 로그인 뚫기에서 대상 받은 시 | 토토사이트 로그인 뚫기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리며                                정일근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 위해서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린다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다면나는 혁명할 것이다, 조국에서내 사랑의 시작은 신기루였고내 사랑의 끝은 폐허였다세계는 오래전부터 하나인데사랑하는 조국은 여전히 나눠져 있다21세기의 하나뿐인 분단 민족이여나는 이 이분법이 이제는 지겹다초원으로 가서 사랑을 하고 싶으니쇠를 녹이는 불 끓는 사랑을 하고칸이 될 수 있는 사내를 낳을 것이다그 아이에게 내 성씨를 물려주고네 제국을 만들라 유언할 것이다고백하자면 반도는 사랑하기에 너무 좁다북쪽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남쪽에서의 꿈은 꿈마다 숨이 막힌다칸이 아니면 또 어떠랴, 딸이 태어난다면살리흐라는 뜨거운 이름을 주고초원의 시인으로 살게 할 것이다아시아의 처음에서 유럽의 끝까지그녀의 시가 하나의 언어가 되는유라시아의 시인으로 살게 할 것이다나는 울란바토르행 버스를 기다린다나는 몸에 꿈 하나 숨기고남쪽과 북쪽의 국경을 넘을 것이다국경을 넘는 것이 죄가 된다면나를 구금하라, 대륙의 피에반도의 피를 섞으려는 것이 유죄라면나도 혁명가처럼 서서 죽을 것이다-------------------------------------지난해 12월 재능시낭송대회 본선에서 이 시를 낭송한 문혜경 씨가 최고의 영예인 대상을 받았습니다. 시 자체도 좋지만 낭송 솜씨도 뛰어났습니다. 이 시는 낭송의 감정 곡선을 타기 좋은 구조를 지녔습니다. 여기에다 강한 리듬과 선명한 이미지, 개인과 민족의 서사를 담은 웅대한 주제 의식까지 갖췄습니다. 우선

    2025.05.23 01:46
  • 뒷사람의 몫을 남겨두라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난을 가꾸는 뜻                                  정섭구 원(畹) 넓이 난초 가꾼 강변 텃밭팔 원(畹)만 그리고 다 마치지 못하였네.세상만사 만족스러운 때 언제 있었더냐나머지 가꾸는 일은 뒤에 오는 사람의 몫.八畹蘭九畹蘭花江上田, 寫來八畹未成全.世間萬事何時足, 留取栽培待後賢.시서화에 뛰어났던 청나라 시인 정섭(鄭燮, 1693~1765)의 시입니다. “대나무를 그리면서 벌과 나비가 수선 떠는 것을 피하려 꽃을 그리지 않았다”던 그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죠.이 시에 나오는 구원(九畹)은 초나라 시인 굴원의 난초밭 넓이를 말합니다. 시인은 구원 중에서 팔원만 그리고 나머지는 뒤에 오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놓는다고 노래합니다. 완전무결한 결과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배움, 또는 덕성을 중요히 여기라는 뜻이기도 하지요. 결과 지상주의 사회가 잃어버린 건…누구나 무슨 일을 할 때 완결을 목표로 하지만 미완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 지상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성과에 집착하게 되죠. 그렇다 보니 과정의 정당성과 노력의 가치보다 요령과 편법이 우대받는 현상까지 생깁니다.많은 사람을 감동케 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떠오릅니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다룬 것이지요.결과 지상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들에게 메달의 가능성은 없어 보였습니다. 이미 은퇴하여 아줌마가 다 된 선수들을 불러 모아 급조한 팀인데다, 국가대표 선수라고는 하지

    2025.05.19 10:00
  • ‘그대여 아직 절반의 길이다’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해와 달            명재신해가 지기 전에달이 떴다함께한 세월이 있어닮았구나 싶었는데어찌 보니무색하고 무감하구나.화상전화로잠시 만나건성으로 아이들 안부만대충 묻고 마는요사이의아내와 나만 같이동쪽에 돋은해 같은 달서쪽에 지는달 같은 해내일을 위해이만자기 자리로 돌아가자고손을 흔드는.-------------------------------------------------------- 명재신 시인의 시집 『아라비아 사막 일기』에 나오는 시입니다. 시인은 건설회사의 베테랑 엔지니어로 오랫동안 해외에서 근무했습니다다. 아라비아 반도 남단의 아랍에미리트와 쿠웨이트 등에서 보낸 시간만 13년에 이르지요. 그 경험들이 시집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사막은 막막한 곳입니다. 섭씨 45도가 넘는 열사의 땅에서 까다로운 발주자의 대리인을 상대로 여러 나라 엔지니어와 작업자들을 이끌어야 하는 프로젝트 자체가 그에게는 또 다른 사막이었을 겁니다. 그 고단한 시간 속에도 한 줄기 오아시스 같은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고국의 가족과 나누는 영상통화입니다. ‘해와 달’은 바로 그 짧은 순간에 스치는 온갖 상념을 20행의 단문에 응축해낸 작품이지요.  사막의 건설 현장에서 퇴근해 숙소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오후 7시. 시인은 작업복을 벗자마자 서울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부터 겁니다. 그때 한국 시각은 새벽 1시. 아쉽고 안타까운 영상통화로 식구들의 안부를 묻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날마다 연애하듯 달콤한 시간입니다. 새벽 6시 반에 출근해야 하는 아내는 하루에 다섯 시간도 못 자는 생활이지만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속 깊은 반려자이지요. 

    2025.05.16 00:00
  • 누가 큰 인물 될지…항상 갤럭시 토토사이트 갤럭시 토토사이트하오 | 한국경제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체육 시간이 끝나갈 무렵 갑자기 머리가 핑 돌았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운동장이 기우뚱하는 순간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선생님이 “너… 영양실조구나”라고 말했다. 너무 가난해서 절집 곁방에 얹혀살던 그때 제대로 먹지 못하고 20리 가파른 길을 매일 오르내린 탓일까. 그날따라 더 빈약해 보이는 팔다리가 유난히 부끄러웠다.이 사건 이후 담임 선생님이 절집으로 ‘가정 방문’을 왔다. 이래저래 집안 사정을 알고 학자금이 밀린 사연도 알게 됐다. 얼마 후 교무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선생님이 “다들 월급에서 1%씩 떼어 마련했다”며 하얀 봉투를 건넸다. 그러고는 인기 만화 주인공에게 하듯 “고 박사! 장학생이 됐으니 더 열심히 하고 먹는 것도 잘 드시게”라며 반존댓말로 자존감을 높여줬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펌프장서 손에 '물(water)' 철자어린 제자를 존대하며 기를 살려준 선생님의 마음은 얼마나 깊고 따뜻한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남강 이승훈은 오산학교를 설립한 뒤 모든 제자에게 존댓말을 사용했다. 그는 “누가 장차 큰 인물이 될지 모른다”며 “이들 중 나라를 빛내고 광복에 기여할 훌륭한 인물이 나올 수 있으니 항상 공경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제자들이 쓰레기 줍기에 나서려 하자 “훌륭한 인재가 될 사람들에게 어찌 이런 일로 시간을 뺏기게 하겠는가”라며 직접 궂은일을 했다.그가 민족 계몽에 힘쓴 계기는 도산 안창호의 ‘교육진흥론’ 강연이었다. 안창호 역시 “내 제자가 나보다 클 수 있다”며 학생에게 높

    2025.05.13 17:49
  • 롱펠로에게 배우는 노년의 지혜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나이 든 이가 보내는 경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초서는 우드스톡에서 꾀꼬리를 곁에 두고예순에 캔터베리 이야기를 썼지.괴테는 바이마르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여든에 파우스트를 완성했고.( …중략… )우리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네.비록 차려입은 옷은 다르지만노년은 젊음에 못지않은 기회인 것을,저녁 어스름이 옅어져 가면낮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가득하다네.헨리 워즈워스 롱펠로(1807~1882)의 이 시를 읽다가 마지막 5행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비록 차려입은 옷은 다르지만/ 노년은 젊음에 못지않은 기회’라는 구절과 ‘저녁 어스름이 옅어져 가면/ 낮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가득하다’는 대목에는 두 번씩 줄을 그었죠. 원래는 엄청나게 긴 시인데, 그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앞부분에 나오듯이 영국 시인 제프리 초서는 예순에 최고 걸작 <캔터베리 이야기>를 썼고, 독일 문호 괴테는 여든에 <파우스트>를 완성했지요. 조각가 미켈란젤로는 팔순을 넘기면서 성베드로 성당 천장을 어떻게 완성할지 고민했고,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아흔에도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는 90세에 하루 6시간씩 연습하며 “난 지금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62세에 ‘지동설’을 확립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68세에 ‘대성당’을 조각한 오귀스트 로댕, 71세에 패션계를 평정한 코코 샤넬, 62세 때 광견병 백신을 발견한 루이 파스퇴르….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는 93세 때 기자로부터 “언제가 인생의 전성기였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열심히 저술

    2025.05.12 10:00
  •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별정진규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지금 대낮인 사람들은별들이 보이지 않는다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별들이 보인다지금 어둠인 사람들만별들을 낳을 수 있다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별은 어둠을 먹고 자랍니다. 정진규(1939~2017) 시인은 ‘별’에서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고 노래했지요. 또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별은 어둠이 깊을수록 더욱 빛난다는 의미이지요.별들의 바탕인 우주는 실제로 어둡습니다. 광대한 우주 공간의 95% 이상이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로 이뤄져 있으니까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보통의 물질은 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지구와 태양 등 ‘우리은하’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전체 에너지의 0.4%밖에 안 된다죠? <천자문>도 첫 문장에서 “하늘(天)은 검고(玄) 땅(地)은 누르다(黃)”고 했습니다.암흑의 시작과 끝은 어디?모든 천체를 아우르는 우주(宇宙)는 넓고 커서 끝이 없지요. 한자로 ‘집 우(宇)’는 지붕과 처마처럼 넓고 큰 공간의 확대, ‘집 주(宙)’는 집의 기둥처럼 하늘과 땅을 떠받치는 시간의 격차를 뜻합니다.이 시간과 공간을 포함해 천지간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 말이 곧 우주(space, the universe, the cosmos)이지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합니다. 이런 시공간의 변화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일어난다니 놀라운 일이지요.암흑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요. 빈센트 반 고흐는 죽기 전에 별을 많이 그렸습니다. 1888년 남프랑스 아를에서

    2025.05.05 10:00
  • 108세 어머니의 은근한 채근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삼대(三代)                       정성욱 울 엄마 마흔넷에 날 가지시고 산꽃 드신 만큼 배불러 오자 남사스러워서 문지방 한번 넘어보지 못하시고 진주 촉석루 초롱 빛에 넘실대는 새벽 남강 바라보시다가 날 낳았다고 하시네. 구박이 서 말이라 행여 누가 볼까 봐 다락방에 핏덩이 올려놓고 끙끙 앓았다고 하시네, 봉래산 마른버짐 가득한 국민학교 입학식 날 울 엄마 손잡고 갔더니 연지 볼그스름한 처녀 선생님 엄마는 어디 가고 할머니 모셔 왔냐고 어린 마음에 대못을 꽝꽝 박았네. 지금은 선생님도 할머니가 되었겠지.울 엄마 날 늦게 낳은 죄 얼마나 한(恨)이 강물처럼 깊으신지울 막내 연애하는 걸 눈치채고 경로당 오랜 친구 장모님 만나서 울 막내 장가 빨리 보내야 한다고 쑥덕대다 날 평생 지옥에 빠뜨렸네.내년이면 울 엄마 백수(白壽)이시네 소원대로 다 큰 손주 데리고 고향 가면 오냐오냐 그놈 참 잘 자랐다고 하시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는데 증손자 언제 보냐고 또 채근하시네. 빌어먹을, 이래저래 할 일이 아직도 난 많이 남아 있네. ---------------------------------가정의 달 5월에 생각나는 시입니다. 1960년대만 해도 40대 중반에 아이를 갖는 일이 흔치 않았습니다. 그러니 ‘행여 누가 볼까 봐/ 다락방에 핏덩이 올려놓고/ 끙끙 앓았다’고 할 만하지요. 아이도 자신이 늦둥이인 줄을 압니다. 입학식 때 ‘엄마는 어디 가고 할머니 모셔 왔냐고’ 묻는 선생님이야 ‘어린 마음에 대못을 꽝꽝’ 박은 사실을 몰랐겠지만, ‘마

    2025.05.02 01:22
  • 여긴 ayo 토토사이트 밤의 끝인 ayo 토토사이트 | 한국경제

           푸른 밤의 여로             -강진에서 마량까지                                김영남    둥글다는 건 슬픈 거야. 슬퍼서 둥글어지기도 하지만 저 보름달을 한번 품어보아라. 품고서 가을 한가운데 서봐라.  푸른 밤을 푸르게 가야 한다는 건 또 얼마나 슬픈 거고 내가 나를 아름답게 잠재워야 하는 모습이냐. 그동안 난 이런 밤의 옥수수 잎도, 옥수수 잎에 붙어 우는 한 마리의 풀벌레도 되지 못했구나. 여기에서 나는 어머니를 매단 저 둥근 사상과 함께 강진의 밤을 걷는다. 강진을 떠나 칠량을 거쳐 코스모스와 만조의 밤안개를 데리고 걷는다. ‘무진기행’은 칠량의 전망대에 맡겨두고 부질없는 내 시와 담뱃불만 데리고 걷는다. 걷다가 도요지 대구에서 추억의 손을 꺼내 보름달 같은 청자 항아릴 하나 빚어 누구의 뜨락에 놓고, 나는 박처럼 푸른 눈을 욕심껏 떠본다.  구두가 미리 알고 걸음을 멈추는 곳, 여긴 푸른 밤의 끝인 마량이야. 이곳에 이르니 그리움이 죽고 달도 반쪽으로 죽는구나. 포구는 역시 슬픈 반달이야. 그러나 정말 둥근 것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거고 내 고향도 바로 여기 부근이야.                               ----------------------------------------------------------------------------- 김영남 시인은 등단작이자 첫 시집의 제목인 ‘정동진역’이라는 시로 잘 알려져 있지요. 정동진은 우리가 아는 동해안의 그 정동진입니다. 그는 제주를 노래한 두 번째 시집 『모슬포 사랑』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습

    2025.04.25 00:13
  • 늦게 토토사이트 자유게시판 꽃이 오래간다 [고두현의 문화살롱]

    봄바람이 들판을 어루만질 때마다 새로운 꽃이 피고 진다. 초봄의 산들바람 속에 진달래가 왔다 간 뒤, 늦봄의 남실바람 타고 철쭉이 망울을 터뜨린다. 3월에 피는 진달래는 해가 잘 드는 곳에서 자라고, 잎보다 꽃을 먼저 내민다. 4~5월에 피는 철쭉은 그늘진 곳에서 자라고, 꽃과 잎을 함께 밀어 올린다. 일찍 피는 꽃이 얇고 연한 데 반해 늦게 피는 꽃은 잎이 두껍고 실하다. 생명력이 강하고 향기도 오래간다.꽃 모양이 작은 호리병을 닮은 병꽃나무는 다른 꽃들이 지고 난 5~6월에 꽃을 피운다. 늦은 만큼 꽃 피는 기간이 길다. 그동안 꽃 색이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한다. 음지식물이어서 그늘에서 잘 자라고, 추위에도 강해 응달이나 계곡 부근에 산재한다. 목재 또한 화력이 좋아서 옛날에 숯으로 많이 썼다고 한다. 꽃과 나무의 생명력이 모두 강하다.자랄수록 더 단단해지는 사람여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다. 그중 제일은 배롱나무꽃이다. 7~9월 땡볕에 피는 배롱나무꽃은 한 번 피면 100일 이상 간다고 해서 백일홍(百日紅), 목백일홍이라고도 불린다.배롱나무의 붉은 꽃이 석 달 반 이상 가는 비결은 한 송이가 오래 피는 게 아니라 여러 꽃망울이 이어가며 새로 피는 것이다. 아래에서 위까지 꽃이 다 피는 데 몇 달이 걸려서 꽃말이 ‘변하지 않는 마음’이다. ‘늦게 피는 꽃이 오래간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것 같다.예부터 “큰 열매를 맺는 꽃은 천천히 늦게 핀다”고 했다.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소설가 이순원 씨의 ‘천천히 피는 꽃’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백일장에 나갔다가 아무 상도 못 받고 돌아와 낙담했는

    2025.04.22 17:25
  • 산돌을 주워다 물을 주어 기르는 마음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첫사랑의 시서정주초등학교 3학년 때나는 열두 살이었는데요.우리 이쁜 여선생님을너무나 좋아해서요.손톱도 그분같이 늘 깨끗이 깎고,공부도 첫째를 노려서 하고,그러면서 산에 가선 산돌을 줏어다가국화밭에 놓아두곤날마다 물을 주어 길렀어요.미당 서정주 시인이 살아 계실 때 서울 관악구 남현동 자택으로 찾아가 뵙곤 했습니다. 지금은 ‘미당 서정주의 집’이라는 문화공간으로 개방돼 있지요.그 집 정원 한편에 작은 쉼터가 있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단장하면서 새로 만든 공간이죠. 방문객들이 앉아 쉬거나 간혹 시낭송회를 여는 곳인데, 몇 해 전 찾아갔을 때 여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미당의 시를 낭송하고 있었습니다.좋아하면 닮고 싶어지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지요. 저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미당의 ‘첫사랑의 시’를 읊조려 보았습니다. 어릴 적 이쁜 여선생님을 좋아하던 열두 살 소년 시절로 금방 돌아간 듯했지요.좋아하면 닮고 싶어진다고 했습니다. 땟국 꾀죄죄한 시골 촌뜨기의 눈에 여선생님의 연분홍 손톱은 얼마나 맑고 고왔을까요. 부드러운 눈빛과 목소리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그런 여선생님을 닮고 싶었을 것입니다. 잘 보이고 싶어서 공부도 1등을 노려서 열심히 하고, 손짓발짓 온갖 행동도 더 착하게 하려고 노력했겠죠.여기까지는 그래도 열두 살짜리의 생각이라 납득이 갑니다. 그런데 그다음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요. 혼자 산에 가서는 속마음과 닮은 돌을 하나 주워 와서 국화밭에 놓아두고 물을 주다니요. 그렇게 물을 주어 기르는 생각을 했다니요! 날마다 물을 주어 기르면 산돌이 자랄 거라고 믿는 그 마음이 정말 이쁘

    2025.04.21 10:00
  • 덧토토사이트 사라짐 토토사이트 사라짐 상징 토토사이트 사라짐’ | 한국경제

             오지만디아스                       퍼시 비시 셸리고대의 나라에서 온 여행자를 만난 적이 있네.그가 말하길 “거대하지만 몸통 없는 두 다리의석상을 사막에서 보았네. 근처 모래 위에는부서진 두상이 반쯤 묻혀 있는데, 찌푸린 얼굴,주름진 입술과 독선적인 냉소가 감도는 걸 보니조각가가 그의 열정을 잘 읽었구나 싶었지.그 열정이 주인을 따르던 손과 심장을 뛰어넘어생명 없는 돌에 새겨져 여태 살아남았다네.그리고 받침대 위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네.‘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너희 강대한 자들아, 나의 위업을 보라, 그리고 절망하라!’그 옆엔 아무것도 없었네. 뭉툭하게 삭아버린그 엄청난 잔해의 주위로, 끝이 없고 황량하게외로운 모래벌판이 멀리까지 뻗어 있었네.”----------------------------------------------영국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1792~1822)가 26세 때인 1818년에 발표한 시입니다. 제목의 ‘오지만디아스’는 이집트 람세스 2세의 그리스어식 이름이지요. 영국이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을 이집트로부터 들여온 것을 계기로 쓴 시입니다. 오지만디아스는 고대 이집트의 태양왕으로 불린 파라오였습니다. 선대의 투탕카멘, 후대 여왕 클레오파트라와 더불어 가장 널리 알려진 제왕입니다. 26세에 즉위해 64년간 제국을 통치하다 90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그는 시리아와 리비아 등을 정복했고,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거대한 조각상과 아부심벨, 라메세움 등의 신전을 곳곳에 건립했습니다. 수많은 전승기념비도 세웠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권력과 영화도 세월과 함께 덧없이 스러

    2025.04.18 01:20
  • 신달자 시인 “비가 손을 적시는데 등이 따스하다”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내 앞에 비 내리고                               신달자밤새 내리고 아침에 내리고 낮을 거쳐 저녁에 또 내리는 비적막하다고 한마디 했더니 그래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계속 보여 주는구나고맙다, 너희들 다 안아 주다가 늙어 버리겠다 몇 줄기는 연 창으로 들어와반절 손을 적신다 손을 적시는데 등이 따스하다죽 죽 죽 줄 줄 줄 비는 엄마 심부름처럼 다른 사람에게는 내리지 않고춤추듯 노래하듯 긴 영화를 돌리고 있다 엄마 한잔할 때 부르던 가락 닮았다큰 소리도 아니고 추적추적 혼잣말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비이젠 됐다라고 말하려다 꿀꺽 삼킨다 저 움직이는 비바람이 뚝 그치는그다음의 고요를 무엇이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표현이 막막하다.-------------------------------------------------------- 하루 종일 비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지난밤부터 쉬지 않고 내리는 비를 보면서 ‘혼잣말’을 나직하게 되뇝니다. “적막하다”.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비는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고맙다”. 평생 보듬어 키운 인연처럼 그 빗줄기를 “다 안아 주다가 늙어 버리겠다”고 한마디 보태자 몇 줄기가 창 안으로 슬며시 들칩니다. 그렇게 들어온 비가 손을 적시는데 뜻밖에도 등이 따스합니다. ‘죽 죽 죽’ 쏟아지는 비는 ‘춤추듯’ 노래하고, ‘줄 줄 줄’ 흐르는 비는 ‘노래하듯’ 춤춥니다. 그 사이로 지난 시절이 긴 영화처럼 펼쳐집니다. 화면 속으로 ‘엄마 심부름’과 ‘엄마 한잔’의 인생 여정이 흐릅니다. 지나온 세월

    2025.04.11 00:01
  • 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곡강이수-1꽃잎 한 점 질 때마다 봄날이 줄어들거늘바람에 만 점 잎이 흩날리니 시름겹도다.막 지려는 꽃이 눈에 스치는 것 잠시 바라보고몸 상한다 하여 술 마시는 일 마다하지 않으리.강가 작은 집에 물총새 둥지 틀고동산 옆 높다란 묘 기린 석상 누워있네.천천히 물리를 헤아리며 마음껏 즐겨야지무엇하러 헛된 명예에 이 몸을 얽어매리요.곡강이수-2두보조회 끝나고 돌아와서는 봄옷 저당 잡히고날마다 강가에서 흠뻑 취해 돌아가네.외상 술값은 가는 데마다 깔렸느니인생 칠십이 예로부터 드물다 했지.나비들은 뚫을 듯이 꽃에 파묻히고잠자리는 물을 찍으며 천천히 날아가네.아름다운 풍광도 인생처럼 흘러가는 것이 좋은 경치를 어찌 아니 즐길 건가.* 두보(杜甫, 712~770) : 당나라 시인하룻밤 비바람에 한 봄이 오가는데…제가 참 좋아하는 시입니다. 사람 관계도 그렇듯이 오는 봄보다 가는 봄이 애잔하지요. 곡강(曲江)은 장안 동남쪽 끝에 있는 연못입니다. 주변 경치가 수려하고 서남쪽에는 부용원이 있지요.아름다운 곡강은 ‘안녹산의 난’ 이후 피폐해졌고, 주인 없는 집 처마에는 물총새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화려하던 부용원 근처의 큰 무덤 역시 돌보는 이 없어 석상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상한 모습을 그리면서 시인은 세상 이치를 잘 헤아려 인생을 즐기는 게 중요하지 부질없는 공명에 몸을 묶어두면 되겠느냐고 묻습니다.조회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봄옷을 저당 잡히고 외상술을 마시는 것도 난분분 떨어지는 꽃잎처럼 세상이 허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구나 인생 칠십을 넘기는 사람이 드무니 어찌 술로 그 슬픔을 달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죠. 바로 이 구절 &lsq

    2025.04.07 10:00
  • 번뜩이는 영감은 어디서 오는가 [레프레 토토사이트 문화살롱]

    올해는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1805~1875)이 세상을 떠난 지 150년이 되는 해이고, 4월 2일은 그가 220년 전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집에서 태어난 날이다. 그는 11세 때 아버지를 여읜 뒤 직조공과 재봉사 견습생으로 일했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빈곤층을 위한 자선 학교에 다녔다. 연극배우를 꿈꾸며 희곡을 썼지만 맞춤법이 서툴러 퇴짜를 맞곤 했다.그가 동화를 쓰기 시작한 것은 30세 때였다. 처음에는 어린 시절 들은 민간 설화를 각색하다가 32세에 순수 창작품인 <인어공주>로 극찬을 받자 용기를 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쓴 동화가 156편에 이른다. 그의 작품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125개 이상 언어로 번역돼 읽히고 있다.'성냥팔이 소녀' 모티브는 엄마‘동화의 아버지’ ‘창작 동화의 개척자’로 불리는 그의 영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평론가들은 그가 겪은 극도의 빈곤과 놀림, 왕따 경험에서 영감의 원천을 발견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일용직 노동자 신세로 전락했고 못생긴 외모를 지닌 데다 키만 멀대같이 컸다. 코와 발도 지나치게 컸다. 소년 시절 연극 무대에 서려고 했지만 변성기 때문에 이상한 소리를 내 심한 놀림을 받았다.이런 경험이 <미운 오리 새끼>의 창작 모티브가 됐다. 어느 연못가, 엄마 오리가 품고 있던 알들에서 아기 오리가 태어났다. 그중에 외모가 다른 녀석이 하나 있었다. 주변 오리들은 녀석을 괴롭혔다. 견디다 못한 아기는 연못가를 떠나 여러 곳을 떠돌다가 어른이 된 뒤 자신이 오리가 아니라 백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얘기에는 작가 데뷔 후에도 출신 때문에 홀대받은 안데르센의 아픔이 그대로 스며 있

    2025.04.01 17:18
  • 등려군 노래에 이렇게 애절한 사연이…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도성 남쪽 장원에서(題都城南莊)                             최호지난해 오늘 이 문 앞에서사람 얼굴 복사꽃 서로 비쳐 붉었는데어여쁜 그 얼굴은 어디로 가고복사꽃만 예처럼 봄바람에 웃고 있네.去年今日此門中 人面桃花相映紅人面不知何處去 桃花依舊笑春風* 최호(崔護) : 당나라 시인 복사꽃처럼 발그레한 그 얼굴짧고 간명하면서도 긴 여운을 주는 시죠? 작품 속에 숨겨진 사연이 더욱 흥미를 끕니다. 시인이 청년 시절에 겪은 이야기라고 합니다.어느 해 청명절(淸明節), 그는 도성 남쪽으로 놀러 갔다가 복숭아꽃이 만발한 농장(農莊)을 발견했습니다. 갈증이 나서 대문을 두드렸더니 복숭아꽃처럼 예쁜 아가씨가 문을 열어줬지요. 물그릇을 가져오는 모습이 복사꽃처럼 곱고 발그레했습니다.아가씨를 잊지 못하던 그는 이듬해 다시 그 농장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지요. 복숭아꽃은 예전처럼 흐드러지게 피었건만, 대문은 잠겨 있고 아가씨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안타까운 마음을 누를 수 없었죠. 그는 대문에 시를 한 수 적어 놓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게 오늘 소개한 시입니다.이 사연은 <본사시(本事詩)>와 <태평광기(太平廣記)> 등에 실려 있습니다. 원나라 때는 ‘최호알장(崔護謁漿)’이라는 제목의 잡극(雜劇)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고 하네요.덧붙여진 이야기도 있습니다. 며칠 뒤 그가 다시 찾아갔는데 안에서 곡성이 들렸다고 해요. 무슨 일인가 하고 기웃거리는데, 한 노인이 나와서 “내 딸이 문에 붙은 시를 읽고는 병이 나서 죽었네”라고 하지 뭡니까.충격을 받은 그는 곧 빈소로 들어갔습

    2025.03.31 10:00
  • 시인의 눈에 비친 송해의 인생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노래하는 마음 곁에서-고(故) 송해 방송인                  장재선세상 고샅고샅 노래를 전하는 삐에로를 자처했으나그는 망향의 시간을 다스리느라나날이 면벽한 도인이었는지 모른다어느 날 도통해 청춘으로만 살게 돼푸른 계절의 빛을 노래에 실어가을과 겨울에도 마구 퍼트렸다무거운 세월을 경쾌한 웃음으로 바꾸고취흥에 겨워서 흔들거리는 척모든 계절의 곡조를 다 품어주다가툭, 사라졌으나지금도 누구 눈에는 그가 보인다노래하고 춤추며 웃는그 봄의 마음들 곁에서.-----------------------------‘전국 노래자랑’을 34년간 진행한 단일 TV 프로그램 최장수 진행자,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 TV 음악경연 프로그램 쇼 진행자’, 3년 전 95세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무대 위에서 수많은 사람을 울리고 웃긴 ‘국민 MC’…. ‘영원한 현역’으로 불린 방송인 송해의 인생을 장재선 시인이 14행의 짧은 시에 응축해 냈습니다. 장 시인은 문화일보 기자로 오랫동안 대중문화계를 취재하며 스타들의 이면을 가까이에서 보아 왔습니다. 그가 최근 대중문화 스타 37명의 이야기를 담은 시집 <별들의 위로>를 펴내면서 맨 앞에 선보인 작품이 송해의 삶을 다룬 이 시입니다. 송해는 34년간 전국을 누비며 ‘노래자랑’을 진행했지만, 정작 고향 황해도 재령에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시인은 그 안타까운 망향의 사연을 ‘세상 고샅고샅 노래를 전하는/ 삐에로를 자처했으나/ 그는 망향의 시간을 다스리느라/ 나날이 면벽한 도인이었는지 모른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무거운 세월을 경쾌한 웃음으로 바꾸고/

    2025.03.28 00:21
  • 높은 곳에선 왜 잘못을 빌고 싶을까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발왕산에 가보셨나요고두현용평 발왕산 꼭대기부챗살 같은 숲 굽어보며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더니전망대 이층 식당 벽을여기 누구 왔다 간다, 하고빼곡히 메운 이름들 중에통 잊을 수 없는 글귀 하나.‘아빠 그동안 말 안드러서좨송해요. 아프로는 잘 드러께요’하, 녀석 어떻게 눈치챘을까.높은 자리에 오르면누구나 다잘못을 빌고 싶어진다는 걸.* 고두현(1963~) : 시인용평 숲에서 사흘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나무의 입김이 손끝에 닿을 때마다 감미로운 추억이 밀려왔지요.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오솔길은 책갈피 속의 행간처럼 아늑했습니다. 낙엽송이 군락을 이룬 능선의 공기는 또 얼마나 싱그럽던지요.그곳에 머문 지 이틀째 되는 날, 뒷집 아저씨처럼 마음씨 좋게 생긴 발왕산에 올랐습니다. 정상에 도착했더니 전망대 안 식당 벽에 수백 장의 편지가 매달려 있더군요. 아무개 왔다 간다, 하는 메모부터 가족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는 문구까지 온갖 ‘말씀’들이 사방 벽을 채우고 있었습니다.그중에서도 유쾌한 감동을 준 건 초등학교 1~2학년쯤 되는 녀석의 ‘고해’였습니다.산에서는 모두가 겸손해집니다‘아빠 그동안 말 안드러서 좨송해요. 아프로는 잘 드러께요’비록 맞춤법은 틀리지만, 제게는 가장 진솔한 마음의 표현으로 다가왔습니다.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높은 곳에 오르면 누구나 잘못을 빌고 싶어진다는 것을.산에서는 모두가 겸손해집니다. 자연의 거울에 자신을 비춰보기 때문이겠지요. 얼굴도 모르는 그 개구쟁이의 글귀가 그래서 더욱 살갑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찬물에 세수하고 난 뒤의 청량감처럼 산에서 얻은 뜻밖의 깨우침이었습니다.그날

    2025.03.24 10:00
  • ‘자유의 여신상’ 받침대에 새겨진 시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새로운 거상(巨像)                       엠마 라자러스두 개의 땅을 정복자의 발로 밟고 있는저 그리스의 청동 거인과 달리여기 파도에 씻기고, 석양에 빛나는 관문에횃불을 든 승리의 여신이 서게 되리라.그 횃불은 번개를 품고, 그녀의 이름은망명자의 어머니. 횃불 든 손은 온 세계를 환영의 빛으로 밝히고온화한 눈은 다리로 이어진 두 항구 도시를 보네.“오랜 대지여, 너의 옛 영광을 간직하라!”그러면서 굳은 입술로 그녀는 외치리라. “나에게 보내다오. 너의 지치고, 가난하고, 자유롭게 숨쉬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을,풍요로운 해안가의 가련한 사람들을,폭풍우에 시달려 갈 곳 없는 사람들을,나 황금 문 곁에서 등불을 높이 들고 있을 테니.”--------------------------------------------------미국 이민자의 희망,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시입니다. 미국 시인 엠마 라자러스(Emma Lazarus)가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건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1883년에 썼습니다. 그의 염원에 힘입어 여신상은 3년 뒤인 1886년에 세워졌지만, 그는 완공 다음 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1903년 여신상의 받침대에 이 시가 새겨짐으로써 그의 이름은 영원히 남게 됐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항 입구의 리버티섬에 세워진 키 93.5m, 무게 204톤의 거상(巨像)이지요. 프랑스가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맞아 미국에 선물한 것입니다. 이 선물이 미국 땅에 전달된 것은 1885년 1월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분해한 200여 개의 구리판을 배로 운반해 조립해야 했는데, 그 예산이 없어서 한동안 하역장에 방치돼 있었지요. 이 사연을 들은

    2025.03.21 00:03
  • 폭풍을 만났을 때 키잡이를 알아본다 [레프레 토토사이트 인생명언]

    “폭풍을 만났을 때 키잡이를 알아본다.”고대 로마 스토아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의 <섭리(攝理)에 관하여(De Providentia)>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말은 고난과 위기의 순간에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 확인된다는 뜻이다. 평온한 시기에는 누구나 배를 몰 수 있지만, 폭풍이 닥쳤을 때에야 진정한 키잡이(조타수)의 실력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스토아 철학의 핵심 사상과도 연결된다. 세네카는 “어려움과 고난은 인간의 덕을 시험하는 기회”라며 “역경을 견디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인물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디세우스와 스키피오 등 영웅적인 인물들을 예로 들었다.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 호메로스가 쓴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트로이 전쟁 후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10년 동안 온갖 시련을 겪지만 끝내 이겨냈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고대 로마의 장군. 제2차 포에니 전쟁 때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에 맞서 위기의 로마를 구했지만 정치 무대에서는 무참하게 패배했다. 그를 질시한 로마 원로원으로부터 뇌물수수죄로 처벌되는 등 수많은 시련을 겪었다. 세네카는 이들을 통해 “영웅은 고난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과 “진정한 강자는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시련이 닥쳐야 진정한 용기와 인격이 드러난다” “고난을 피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아 성장해야 한다” “위대한 사람들은 어려움을 원망하지 않고,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가르쳤다. 세네카

    2025.03.18 15:20
  • 영랑과 모란과 '찬란한 슬픔의 봄'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1903~1950) : 시인, 본명은 윤식(允植). 두 집안이 반대한 사랑시인 김영랑(1903~1950)의 생가가 있는 전남 강진. 거리 곳곳에 그의 시구절을 딴 모란공원, 모란상회, 모란미용실 등이 보입니다. 영랑사진관과 영랑다방, 영랑화랑도 있습니다. 컴퓨터 가게 간판에도 시인의 이름이 붙어 있군요.군청 옆길로 걸어 올라가니 고즈넉한 초가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의 옛집이지요. 안채에 딸린 마당의 장독대도 정겨운 풍경입니다. 해마다 봄이면 마당 한구석에 모란이 피어나는 곳. 진한 모란 향기가 그의 시비를 감싸는 모습이 그림 같습니다.툇마루에 걸터앉아 그의 시집을 펼칩니다. 가는 길에 읽다가 접어두었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꽃이 피기까지의 기다림과 낙화한 뒤의 절망감을 반복적인 리듬으로 노래한 시죠.기다림이 무산된 순간의 절망을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뚝뚝 떨어지는 모란에 빗댄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울면서 그토록 기다린 ‘찬란한 슬픔의 봄

    2025.03.17 10:01
  • 실낙원’의 온라인 토토사이트 신고이 눈 멀고 쓴 시 | 온라인 토토사이트

     내 눈의 빛이 사라진 걸 생각하니                                 존 밀턴내 눈의 빛이 사라진 걸 생각하니,이 어둡고 광활한 세상에서 반생도 살기 전에생명 같은 재능이 쓸모없어졌구나.비록 내 영혼은 창조주를 간절히 섬기길 원하나,그분이 훗날 탓할까 봐, 내 한 일을 설명하려 할 때,나는 어리석게 묻네, “내 눈을 멀게 하시고는 어찌 노동을 원하시는지요?”하지만 그 불평을 가로막고 신중한 대답이 들려오네,“신은 인간의 노동이나 재능을 필요로 하지 않네,그의 가벼운 멍에를 가장 잘 메는 자가 그를 가장 잘 섬기나니. 그는 왕과 같네. 그의 말 한마디에 수천의 무리가육지와 바다를 건너 쉬지 않고 달려올 테니.묵묵히 서서 기다리는 자들도 그를 섬기는 사람이네.”--------------------------------------------------------영국 시인 존 밀턴(1608~1674)이 44세 때 시력을 잃고 쓴 시입니다. 그의 실명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전해집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너무 많이 읽으면서 눈을 혹사했고, 청교도 혁명 때 크롬웰 정부의 라틴어 비서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과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시의 제목은 원래 ‘소네트 19’였다가 훗날 편집 과정에서 ‘소네트 16’으로 바뀌었습니다. ‘실명(On his blindness)’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시인은 생을 절반밖에 살지 못했는데 벌써 눈이 멀었다고 불평합니다. 이제 내 삶은 끝났다고 한탄하다가 신을 원망하기도 합니다. 이 대목에 등장하는 ‘생명 같은 재능(Talent)’은 성경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와 맞닿아 있다고 합

    2025.03.14 00:13
  • 진실이 신발 신는 동안 거짓은 지구 반을 돈다 [레프레 토토사이트 문화살롱]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62세 되던 1897년. 그는 뉴욕저널 특파원으로 빅토리아 여왕 재위 50주년 취재차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병에 걸렸다는 루머가 돌더니 어느 날 뉴욕헤럴드에 그의 사망 소식이 보도됐다. 이름이 비슷한 사촌이 중병에 걸렸다가 회복된 사실이 와전된 것이다. 그는 특유의 유머로 “내 죽음에 관한 보도는 과장됐다”는 글을 뉴욕저널에 실으며 뉴욕헤럴드의 가짜 뉴스를 날카롭게 꼬집었다.트웨인의 위트와 유머에 열광한 사람들은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는 명언도 그의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는 트웨인의 말이 아니라 몇 단계에 걸쳐 변형된 영국 속담이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약 200년 먼저 비슷한 표현을 남겼다. 그의 문장은 “거짓말은 날아가고, 진실은 절뚝거리며 뒤따른다”였다.토리당과 휘그당의 '선동' 대결스위프트는 세계 최초의 정당인 영국 토리당과 휘그당이 사사건건 대립하던 1710년, 정치 선동과 허위 정보가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 지적하며 이 표현을 썼다.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 중이던 당시 휘그당은 “토리당이 전쟁 영웅 말버러 공작을 배신하고 영국의 승리를 방해하려 한다” “프랑스와의 비밀 협상으로 조국을 배신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대중의 뇌리에는 ‘배신자’ 이미지가 박혀 버렸다. 스위프트가 이를 개탄하며 쓴 문장 “거짓말은 날아가고…”는 “거짓이 세상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진실은 아직 부츠를 신고 있다” 등으로 바뀌었다가 불특정 다수의 속담

    2025.03.11 17:38
  • 거친 바다가 유능한 뱃사람을 만든다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실패할 수 있는 용기    유안진                              눈부신 아침은하루에 두 번 오지 않습니다.찬란한 그대 젊음도일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어질머리 사랑도높푸른 꿈과 이상도몸부림친 고뇌와 보석과 같은 눈물의 가슴앓이도무수히 불 밝힌 밤을 거쳐서야 빛이 납니다.젊음은 용기입니다.실패를 겁내지 않는실패도 할 수 있는 용기도오롯 그대 젊음의 것입니다.“시도한 모든 일에서 나는 실패와, 실패와, 실패를 경험했다. 세일즈맨이 됐을 때 수백 번의 실패를 경험했고, 경영진이 되어서도 끝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성공하기 전에 내 인생의 모든 단계에서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실패의 눈물 속에서 성공의 꽃망울 피워성공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실패학’을 ‘성공학’의 지렛대로 활용한 사람이지요. 그가 거친 직업만 22개. 쓰라린 생의 변곡점마다 그는 실패의 눈물 속에서 성공의 꽃망울을 피워 올렸습니다.캐나다 동부의 한 섬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곧바로 밑바닥 생활을 시작했죠. 접시닦이부터 시작해서 벌목공·주유소 점원·화물선 잡역부 등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중고차에서 새우잠을 잤습니다.그러다 세일즈맨이 돼 일선 판매에 나섰는데, 애송이의 영업 실적은 형편없었지요. 생활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래, 내 인생을 바꾸자!” 그리고 종이 한 장을 펼쳐 자신의 목표를 하나씩 썼습니다. ‘방문 판매를 통해 한 달에 1000

    2025.03.10 10:00
  • 서로 등에 등을 기댄다는 것은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사람 인(人)                   오세영서로 등에 등을 기댄다는 것은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랴.어려울 때슬며시 내주시는 아버지의 등.슬플 때넌지시 들이미시는 어머니의 등.외로울 때남몰래 빌려주는 친구의 등.그의 체온과 숨결과 맥박이고스란히 나와 하나 되어 모진 추위를 막아주는,이 한겨울 밤,침대가 아니라, 침낭이 아니라따뜻한 온돌바닥의 등짝이 내미는 그어부바!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서어린 시절 어머니의 등에 업혀 그랬듯적막한우주의 숨소리를 듣는다.--------------------------------------우리 마음을 ‘온돌바닥의 등짝’처럼 따뜻하게 덥혀주는 시입니다. 오세영 시인의 새 시집 <등불 앞에서 내 마음 아득하여라>(서정시학 펴냄)에 실린 작품인데, ‘서로 등에 등을 기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일깨워줍니다. 제목에 쓰인 ‘사람 인(人)’은 본디 허리를 굽히고 선 사람의 옆모습을 본뜬 글자입니다. 갑골문을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린 사람 형상을 하고 있지요. 다른 관점으로는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등을 맞댄다는 것은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지요. 등을 대면 ‘체온과 숨결과 맥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체온의 따스함과 숨결의 부드러움, 맥박의 내밀한 파동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한 교감이 없습니다.이 시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친구의 등이 나옵니다. 그 속에는 어떤 내력들이 숨어 있을까요. 이번 시집과 함께 나온 책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구술총서 11-오세영>에 시인의 인생사가 상세히 정리돼

    2025.03.07 00:16
  • 명문가 자녀 교육은 다르군요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제자에게한 줄기 푸른 산 아름다운 경치조상의 땅 후손이 물려받는구나.후손들아 얻었다고 기뻐만 마라.다시 거둬들일 사람 뒤에 있느니.書扇示門人一派靑山景色幽 前人田地後人收.後人收得休歡喜 還有收人在後頭.* 범중엄(范仲淹, 989~1052) : 북송(北宋) 때의 정치가이자 문인.세상 이치를 터득하게 돕는다범중엄은 뛰어나고 청렴한 재상이었습니다. 실력이나 인품이나 당대 최고였지요. 육경에 통달하고 송나라의 사대부 기풍을 바로 세운 주역인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러웠습니다. 제자와 자녀에게도 늘 모범을 보였지요.이 시에서 밝힌 것처럼 푸른 산의 절경을 보고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 경탄하는 게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라는 것까지 일깨워줍니다. 시의 원제는 ‘서선시문인(書扇示門人, 부채에 적어 제자에게 보이다’입니다.큰 인물일수록 꼼꼼하고 따끔그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개가한 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남다른 노력으로 재상 자리에 올랐습니다. 온갖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지만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산의 절경을 보고 조상과 후손을 동시에 생각하는 도량까지 지녔지요.그는 인재 양성과 부국강병의 개혁 조치인 경력신정(慶曆新政)을 추진했습니다. 기득권 세력에 막혀 실패하긴 했지만, 나중에 왕안석에 의해 개혁은 다시 이루어졌습니다. 그가 시에서 땅과 순환의 연결고리를 이야기한 것과 닮았지요.이 시를 읽다가 선인들의 가훈을 엮은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를 다시 펼쳤습니다. 거기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호걸이 되는 일은 내가 실로 바라는 바가 아니다. 다만 너희가 이 가훈을 지켜서 날마다 삼가고 삼

    2025.03.03 10:00
  • 최후의 심판은 ‘불’일까 ‘얼음’일까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불과 얼음                로버트 프로스트어떤 이는 세상이 불로 끝날 것이라 하고,어떤 이는 얼음으로 끝날 것이라 하네.내가 맛본 욕망에 비춰 보면불로 끝난다는 쪽을 편들겠네.하지만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난 증오에 대해서도 잘 알기에얼음의 파괴력 역시 불에 못지않게 엄청나며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하겠네.-------------------------------------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가 46세 때인 1920년에 발표한 시입니다. 9행짜리 짧은 시이지만 의미는 깊습니다. 시인은 인간의 욕망과 증오를 ‘불’과 ‘얼음’에 비유하면서 이것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이 시를 보는 세 가지 관점이 흥미롭습니다. 우선 프로스트의 전기 작가에 따르면 이 시는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지옥’ 편에 나오는 ‘끓는 피’와 ‘화염 속’ 불의 형벌, 몸 전체가 얼음 속에 갇히는 형벌이 그것이지요. 둘 다 세상의 종말을 부르는 죄악입니다.또 하나는 자연과학적 관점입니다. 저명한 천문학자 할로 섀플리는 자신이 ‘불과 얼음’에 영감을 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 시가 발표되기 1년 전에 프로스트와 만났다고 합니다. 그때 자기가 천문학자라는 것을 안 프로스트가 “세상이 어떻게 끝날 것 같습니까?” 하고 물었답니다.이 질문을 받은 그는 “태양의 폭발로 지구가 불타거나 그렇지 않다면 광대무변한 우주 공간에서 천천히 얼어붙을 것”이라고 대답했는데, 1년 뒤에 ‘불과 얼음’이 발표된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는 것입니다. 그는 “과학이 예술 창작에 어떻게 영향을 미

    2025.02.28 00:29
  • 그대를 위해서는 나를 대적하여 싸우리라 [레프레 토토사이트 아침 시편]

    소네트 89                        윌리엄 셰익스피어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절리라,그대의 말에 구태여 변명 아니하며.사랑을 바꾸고 싶어 그대가 구실을 만드는 것은내가 날 욕되게 하는 것보다 절반도 날 욕되게 아니하도다.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그대 가는 곳에는 아니 가리라.내 입에 그대의 이름을 담지 않으리라.불경한 내가 혹시 구면이라 아는 체하여그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그대를 위하여서는 나를 대적하여 싸우리라.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랑할 수 없나니.*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 영국 시인 극작가.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랑할 수 없나니.참으로 애틋하고 절절한 시죠? 사랑은 우리를 봄날 풀꽃처럼 부드럽게 만듭니다. 사랑에 빠지면 육체의 눈만 아니라 마음의 눈도 멀게 되지요. ‘사랑은 모든 방황하는 배의 북두칠성’400여 년 전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그랬습니다. 어떤 허물도 너그럽게 감싸고, 어떤 결함도 포근하게 껴안는 사랑의 청맹과니! 사랑은 영혼의 일탈까지 부드럽게 보듬어 안는 마법의 팔을 지녔죠. 더욱이 ‘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며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앉습니다.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지고지순의 사랑. ‘소네트 89번’의 마지막 두 행은 사랑의 숭고함을 가장 뛰어나게 묘사한 절창 중의 절창입니다. ‘그대를

    2025.02.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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