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법절차 따라야"…어렵게 입 뗀 이복현 [금융당국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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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법 집행 기관의 집행에 대해
랜드토토이 됐든 누구든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지적
경제적 불확실성 언급하며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 발언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기자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신년 인사를 위해 찾았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뒤 입을 열었다. 윤석열 랜드토토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우회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한 때 '윤석열의 남자'로 통했다. 하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 같이 입장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 집행 기관의 집행에 대해서는 랜드토토이 됐건 법무부 장관이 됐건 행안부 장관이 됐건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이어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하는 것들은 사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원장의 발언은 지난 3일부터 벌어진 윤 랜드토토의 체포 불응 사태에 대해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랜드토토 경호처는 서울 한남동 랜드토토 관저에서 법원이 발부한 정당한 영장 집행을 막은 데 이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바 있다.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이날 윤 랜드토토 체포를 막기 위해 랜드토토 관저 앞에 모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환율이 1440~1450원에서 조금 더 올라서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변동성은 우리 경제 주체들의 이해관계에 무조건 나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이 안정이 안 되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우면 국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 경제 전체의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도한 주장을 하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그 과도한 주장에 터 잡아서 국가 경제정책 운용에 역할을 못 하도록 부담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검사 시절 윤석열 랜드토토과 자주 호흡을 맞추면서 한때 '윤석열의 남자'로 통했다. 그만큼 부처 안팎에서 이 원장의 위상은 종전 금감원장 수준을 크게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 앞에서 소신 발언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