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기적...토토사이트 하피 펼쳐낸 특별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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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조민선의 런던 리뷰 오브 뮤직영국 런던의 바비칸 센터는 연극, 뮤지컬, 영화, 클래식 음악,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경험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특히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는 상주 악단인 LSO(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외에도 세계 정상급 음악가들의 리사이틀과 독특한 기획 무대를 선보인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놀라게 되는 점은, 세대와 인종을 초월한 다양한 관객층이다.
런던 바비칸 센터 바비칸 홀
지난 16일 열린 지휘자 구스타보 토토사이트 하피과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리뷰
지난 16일(현지시간) 바비칸 홀에서 열린 구스타보 토토사이트 하피과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그중에서도 특별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악단인 만큼, 공연장에서는 영국과는 다른 남미의 바이브가 물씬 느껴졌다. 객석 곳곳에는 베네수엘라 국기가 걸려 있었고, 매 곡이 연주될 때마다 예상보다 더 뜨겁고 따뜻한 환호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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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엘 시스테마의 성과를 대표하는 인물이 바로 토토사이트 하피다. 그는 현재 업계 최고 대우를 받으며 LA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뉴욕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자리를 옮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스타 지휘자로 유명하며, 그 특유의 열정적인 지휘 스타일은 티켓 파워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다멜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 중 한 명이 됐지만, 매년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공연 1부는 베네수엘라 출신 작곡가들의 최근 작품들로 구성됐다. 첫 곡은 리카르도 로렌츠의 ‘Todo Terreno’였다. 이 곡은 남미의 광활한 자연을 탐험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대편성의 타악기와 현악기가 어우러져 밀도 있는 사운드를 빚었다. 초반에는 진취적인 모험이 펼쳐졌고, 7분 이후에는 서정적인 분위기로 마무리했다.
다음 곡은 곤살로 그라우의 ‘Odisea’였다. 쿠아트로 연주자인 호르헤 글렘(Jorge Glem)과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쿠아트로는 푸에르토리코와 베네수엘라 등지에서 사용되는 기타. 하프 소리를 연상케 하며, 멜로디보다 리듬이 강조되는 음악에 제격인 악기다.
‘Odisea’는 LA 필하모닉이 토토사이트 하피과 글렘을 위해 의뢰한 작품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글렘의 신들린 듯한 쿠아트로 연주가 거대한 바비칸 홀을 가득 채웠다. 기립박수가 쏟아졌고, 글렘은 앙코르곡 ‘Pajarillo’로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 음악을 결합한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첫 앙코르는 아르투로 마르케스의 ‘Danzon No.9’, 마지막 곡은 번스타인의 ’Mambo’였다. 라틴 아메리카의 색깔이 짙게 드러나는 선곡으로, 토토사이트 하피 특유의 리드미컬한 지휘와 악단의 연주로 객석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지막 곡에선 관객들은 기립 상태로 춤을 추고 “Mambo!(맘보!)”라고 외치는 등 클래식 공연을 마치 파티처럼 즐겼다.
[번스타인의 ’Mambo’ (2012년 ver.)]
이날 공연은 엘 시스테마라는 혁신적인 음악 교육 시스템과 그로부터 배출된 성과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엘 시스테마에 대한 관심은 영국에서도 뜨거웠다.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7년 전 영국에서 첫 공연을 선보였고, 당시 많은 이들이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이토록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사실에 놀랐다. 사이먼 래틀과 같은 지휘자도 엘 시스테마에 주목하며 힘을 보탰다. 엘 시스테마가 정부의 선전 도구로 악용됐다는 비판에도, 50년간 쌓아온 성과는 인정할 만하다.
토토사이트 하피은 “세상 모든 것이 과도하게 정치화되었다”며 “우리는 자신이 가진 도구로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저에게 그 도구는 바로 음악이다. 저는 평생 엘 시스테마의 가치를 믿어왔으며, 그곳의 아이들은 우리나라(베네수엘라)가 겪고 있는 끔찍한 상황 속에서 지원과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여러 잡음에도 불구하고, 17년 전 영국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던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이제 수준급 실력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 유난히 까맣던 토토사이트 하피의 머리카락은 17년이라는 세월을 상징하듯, 희끗해졌다. 당시 청소년이었던 단원들도 중년이 된 토토사이트 하피과 함께 성장을 보여준 감동적인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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