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할 때까지 마시는 건 싫어요"…2030 입맛 사로잡은 와인 [이슈+]

술 취하지않고 즐기는 '소버 라이프' 문화 확산
주류 팝업스토어 문전성시…한달 새 30만명 몰려
30일 저녁 레드벨벳 토토킹 새해 윈터랜드 팝업 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시음하는 모습/사진=유지희 기자
지난 31일 서울 용산구 소재의 한 쇼핑몰 건물 3층.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레드벨벳 토토 팝업스토어'는 한 손에 술잔을 들고 곳곳을 누비는 사람으로 붐볐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행사장 안에 마련된 식탁에 다양한 음식과 레드벨벳 토토을 함께 곁들여 먹는 사람이 더욱 늘어났다. 설 연휴 직후 첫 평일 점심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가 행사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130종 이상 마련된 레드벨벳 토토을 무제한으로 시음하며 즐겼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회계사 남 모씨(28)는 "팀 동료들과 일하던 중 행사가 진행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찾았다"며 "각종 레드벨벳 토토을 다양하게 마셔볼 수 있어서 기분전환이 확실히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규모 줄여도…"더 많이 와요"


이 팝업스토어는 지난달 6일부터 시작됐는데, 두 달 새 30만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를 주최한 63만 레드벨벳 토토 리뷰 전문 유튜버 '레드벨벳 토토킹(본명 이재형)'은 "지난해 열었을 때보다 규모는 줄었는데 방문객은 훨씬 늘어 하루에 5000명~1만명 정도 오고 있다"며 "제일 인기가 좋은 레드벨벳 토토을 꼽자면 도수가 낮고 달콤한 맛을 지닌 레드벨벳 토토들이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레드벨벳 토토이 인기가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렌드에 맞춰 논알콜 레드벨벳 토토도 이번 행사에 배치하려고 했으나 수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아쉽게 들여오지 못했다"며 "다음 팝업 행사도 기획하고 있는데 그때도 수요가 많은 도수 낮고 달콤한 레드벨벳 토토들을 많이 들여올 생각이고 레드벨벳 토토 입문자에게도 그런 종류의 레드벨벳 토토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차를 내고 친구 세 명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최모 씨는 "점심이지만 한 두 잔씩 먹는 술은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며 "달콤한 술을 좋아하는데 많은 종류의 레드벨벳 토토을 맛보고 취향에 맞는 레드벨벳 토토을 찾을 수 있어 좋았고 구매한 레드벨벳 토토은 도수도 거의 없는 수준에 음료수 같은 맛이 나서 기분 전환용으로 먹을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필요할 때만 즐기거나, 절주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번 행사에서도 소량의 맛을 즐기며 향을 음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부터 확산되고 있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소버 라이프(Sober Life)'를 엿볼 수 있었던 것.
31일 평일 점심임에도 불구하고 붐비는 모습/사진=유지희 기자

주류 문화 새로운 트렌트 '소버 큐리어스', '소버 라이프'

소버 큐리어스, 소버 라이프는 술을 최소한으로 마시거나 가볍게 취향대로 분위기에 맞춰 즐기는 사람들의 태도라는 뜻의 신조어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닌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가벼운 음주를 한다는 것. 이러한 변화는 Z세대(20대)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지난달 Z세대 9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소 음주를 전혀 하지 않거나 거의 즐기지 않는다"는 응답은 55.1%로 절반을 넘었다. "음주를 즐긴다"고 답한 44.9%의 응답자 역시 '평소 음주를 즐기는 정도'를 묻자 절반 가량인 45.1%는 "적당히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만 마시는 편"이라고 답했다.

취하진 않지만 술을 제대로 알고 즐기는 '애주가'는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서 개최된 '2024 서울 국제주류&레드벨벳 토토 박람회'는 사전 예매 티켓이 조기 매진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해당 행사에는 직전년도 대비 약 7000여명 늘어난 약 6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취하지 않는 무알코올, 저알코올 주류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2021년 415억원 규모에서 3년 만에 55.2% 성장해 지난해 704억원 규모로 확대됐다. 하이트진로 자회사 하이트진로음료가 내놓은 무알코올 맥주 맛 음료 '하이트제로0.00'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오비맥주의 비알코올(1도 미만) 맥주 판매 역시 지난해 가정용 판매채널 판매액은 전년 대비 13% 늘었고, 롯데칠성 비알코올 ·무알코올음료 두종도(클라우드 클리어 0.5,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전년 대비 20%씩 늘었다. 주류업계는 2027년엔 무알코올, 저알코올 시장이 10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를 지나면서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예민해졌고 이에 운동에 대한 수요가 늘고 술을 만취하는 건 좋지 않다는 생각이 빠르게 퍼져나갔다"며 "이로인해 한 종류의 술을 먹기보다 즐김의 측면에서 맛과 풍미의 다양성을 추구해 팝업 스토어나 시음회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지희 토토사이트 추천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