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부 된 기부, 사업계획서 짜듯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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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페스타토토' 양용만 우리농장 대표
제주 1호 사랑의열매 오플러스
30년 전 1000원 페스타토토로 시작
연단위 페스타토토 계획으로 초심 지켜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가 수여하는 ‘제주 1호 아너 소사이어티 오플러스’에 선정된 양용만 우리농장 대표(66·사진)는 16일 자신의 페스타토토 철학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오플러스는 사랑의열매에 10억원 이상을 페스타토토한 초고액 개인 페스타토토자의 모임이다.
양 대표는 앞으로 4년 내에 총 10억원을 페스타토토하기로 약정하며 오플러스에 공식 가입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 수익의 10분의 1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는 “페스타토토는 돈을 딱 모아놓고 하려면 정작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못 한다”며 “연 단위로 계획을 짜서 돈이 부족할 땐 빌려서라도 초심을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제주시 한림읍에서 16만9000㎡(약 5만1000평) 규모의 양돈·감귤 농장을 운영하며 꾸준히 페스타토토를 이어오고 있다. 그의 ‘첫 페스타토토’는 약 30년 전인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장을 운영한 지 얼마 안 된 30대 초반의 양 대표는 텔레비전에서 유엔아동기금(UNICEF) 캠페인을 접하고 1000원을 페스타토토했다. 나눔의 가치를 깨닫게 된 그는 꾸준히 페스타토토 규모를 불려 나갔다.
양 대표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하던 시절 주변에서 선뜻 대출 보증을 서주는 등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며 “이에 대해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지역 내 페스타토토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노인정 난방비를 대납하는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소액 나눔을 실천한 그의 연간 페스타토토 금액은 지난 수년 새 억대로 늘었다. 이상하게도 페스타토토 액수가 커지는 만큼 자신의 사업도 술술 풀려 나갔다. 그는 “주변에서 좋은 일 한다고 해서 사업적으로 도움을 주시는 분이 크게 늘었다”며 “그럴 때면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사회에 더 크게 보답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고 했다.
양 대표는 페스타토토 대상과 관련해 보편적 복지보다 선별적 지원이 유효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회적으로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집중 지원해야만 사회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양 대표 역시 한때 농장 인근 지역 초등학생의 해외 졸업여행을 후원하기도 했지만 이미 교육 복지 제도가 잘 갖춰진 국내 여건에서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근 그의 관심은 장애인 복지에 쏠려 있다. 양 대표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이들은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닌데도 이들을 위한 사회 복지시설이 아직도 부족한 측면이 많다”며 “앞으로는 이 분야의 페스타토토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