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사이트 공지 범죄수익 666억 동결…피해보상은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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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관련법 개정 건의검찰이 대형 금융사기 수사에서 활용한 ‘자산 동결’ 조치를 불법 토토사이트 공지 범죄로 확대하고 있다. 초고금리 대출과 불법 추심을 일삼은 사금융 조직을 겨냥한 수사에서 수백억원대 범죄수익을 동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이를 피해자에게 돌려줄 법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법무부도 이 같은 제도상 허점을 개선하기 위한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범죄수익 추적' 확대하는 檢
불법 토토사이트 공지 자산동결 늘렸지만
범죄수익 환부대상에 포함 안돼
피해자는 한푼도 못 돌려받아
부패재산몰수특례법 개정 추진에
전문가 "도덕적해이 방지책 필요"
◇범죄수익 환수 4년 만에 70배↑
1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이 토토사이트 공지법 위반 사건에서 자산 동결(보전 결정)한 금액은 2020년 9억871만원에서 2024년 666억1574만원으로 4년 만에 약 70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보전 결정도 18건에서 238건으로 13배 이상 늘었다. 보전 결정은 수사 초기 피의자의 범죄수익으로 의심되는 자산을 법원 승인 아래 임시로 묶어두는 절차다. 이후 형사재판에서 범죄 혐의가 확정되면 국고로 귀속되거나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환부’가 이뤄진다.이처럼 토토사이트 공지법 위반 사건의 자산 동결 실적이 급증한 것은 검찰이 범죄수익 추적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SG발 주가조작’과 스캠코인 사기 등 대형 금융·지능 범죄에서 축적한 수사 역량이 토토사이트 공지법 위반 사건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검찰이 몰수·보전한 범죄수익은 9조344억원으로 2022년(3조4484억원)보다 2.6배 증가했다.
청주지방검찰청 제천지청(지청장 김준선)은 지난해 11월 연이율 1000~5만5000%의 초고금리로 자영업자·서민에게 돈을 빌려준 사금융 조직을 적발해 자금책 등 15명을 기소하고 람보르기니 등 고급 차량과 현금다발 등 7억원 상당의 자산을 동결했다.
◇수백억원 확보해도 피해 구제 못해
문제는 이렇게 동결된 자산이 피해 복구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행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특례법)’상 토토사이트 공지법 위반은 피해자에게 자산을 돌려주는 환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수백억원대 불법 자산을 확보했음에도 피해자 구제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검찰이 지난해 동결한 666억1574만원 가운데 피해자에게 돌아간 금액은 0원이다.검찰은 이 같은 맹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법무부에 토토사이트 공지법 위반 사건의 동결 자산을 범죄수익 환부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부패재산몰수특례법 개정을 건의했다. 이 건의는 지난달 법무부에 접수됐으며 대검은 법무부와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정환 대검찰청 범죄수익환수과장은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인 만큼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토토사이트 공지법 위반 범죄의 환부 대상 확대가 불법 대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만큼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법 개정이 자칫 ‘불법 토토사이트 공지을 이용하면 나중에 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를 막을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