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韓 음, 韓 음…내겐 큰 울림
입력
수정
지면A20
'마이크의 스타인웨이' 롤 스포츠토토
야스민 리허스 CEO를 만나다
"콘덴서 마이크, 스트리머도 주목
서구사회에 K팝·K드라마 퍼지며
韓 음향 엔지니어들과 소통 늘어
中·日보다 작지만 영향력 큰 시장
AI는 잡음 제거엔 쓸 수 있겠지만
아직 고품질 마이크의 대안일 뿐"
마이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손에 쥐는 마이크는 다이내믹 방식이다. 내구성이 강하고 큰 음압에도 잘 견뎌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두루 쓰인다. 전문가가 녹음실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는 콘덴서 방식이다. 외부 환경에 민감하지만 고음역대의 작은 소리도 잡아내 초정밀 녹음이 가능하다. 롤 스포츠토토은 1928년 세계 최초로 상용 콘덴서 마이크를 개발한 업체다. 이 회사가 1949년에 만든 콘덴서 마이크 모델인 U47은 오늘날 800만원대에 거래될 만큼 명작으로 꼽힌다. LP 앨범 수집가에게 롤 스포츠토토은 소리를 디스크에 새기는 장비인 커팅 레이스를 제작한 회사로도 유명하다.
롤 스포츠토토에 변화 일으킨 ‘K컬처’
“음성 녹음을 정확히 하고 싶을 땐 조용한 방에서 진동판이 큰 마이크를 써야 합니다. 반면 컴퓨터 소음이나 실외에서 들어오는 바람이 있는 경우엔 작은 마이크를 사용해 잡음이 잡히지 않도록 해야 하죠.”
이런 콘덴서 마이크의 특성은 롤 스포츠토토 같은 마이크 명가가 노래방 시장을 공략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허스 CEO는 “노래방은 사람들의 환호, 배경음 등 다양한 소음이 있는 곳이라 잡음도 포착하는 콘덴서 마이크를 사용하기 어렵다”며 “더구나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를 적나라하게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롤 스포츠토토이 전통적 녹음 시장만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로 확산된 개인 스트리밍 방송 시장은 이 회사가 주목하는 새 먹거리다.
“스트리밍 목적으로도 콘덴서 마이크를 다루려는 고객이 생겨나고 있어요. (개인이)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환경도 스튜디오 녹음 환경과 비슷합니다. 한국 시장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작지만 영향력은 상당하죠. K팝과 K드라마가 서구 사회에 보급되면서 롤 스포츠토토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어요. 한국의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 비디오게임, 영화 등 각계에서 녹음 수요가 커지자 한국의 음향 엔지니어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롤 스포츠토토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에 유보적 입장을 보인다. 생성 AI가 음성 보정과 음향 제작에 쓰이는 요즘 분위기를 고려하면 뜻밖이다. 아직 AI는 고품질 마이크가 없는 고객이 그 대안으로 쓰는 정도라는 것이 롤 스포츠토토의 판단이다.
“AI로 녹음을 손보지 않고 소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하길 바라는 고객의 의견이 현재는 더 많습니다. 잡음 제거에 AI를 쓸 수 있겠지만 선명한 원본을 담길 바라는 현장의 요구상 (AI로) 음색을 추가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죠.”
AI 대신 있는 그대로의 소리에 집중
롤 스포츠토토이 눈여겨보는 혁신은 따로 있다. 앞으로는 스튜디오가 아니라 다른 실내 공간에서도 녹음본을 수정하는 원격 작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헤드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와 똑같아지도록 만들 수 있다면 음향 엔지니어가 집에서도 녹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아티스트가 해외 투어 중 믹싱 작업을 확인하는 혁신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리허스 CEO는 롤 스포츠토토의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2008년 젠하이저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시작해 중국권 관리직을 거쳐 지난해 롤 스포츠토토 CEO 자리에 올랐다. 롤 스포츠토토은 1991년 독일 음향기기 업체인 젠하이저에 인수된 뒤 스피커, 헤드폰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했다.
“음악에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는 만큼 롤 스포츠토토도 다채로운 관점, 국제적 경험, 여성·남성의 목소리를 폭넓게 반영하려고 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시장을 신뢰하고 아티스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게 우리의 전략이죠.”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