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 잡아라…아트바젤 카타르 출범

내년 도하에서 아트페어 개최
홍콩, 파리 등에 이어 5번째

소더비는 사우디서 경매 진행
미술시장서 중동 존재감 커져
지난 2월 소더비가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에서 개최한 경매에 페르난도 보테로의 ‘사교계 여인’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약 100만달러에 낙찰됐다. /소더비 홈페이지
국제 미술시장에서 중동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프리즈와 함께 양대 아트페어(미술품 장터)로 꼽히는 토토사이트 bts이 카타르 상륙을 선언했고,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사 소더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첫 경매를 열었다. 중동이 더 이상 ‘잠재력 있는 시장’이 아니라 ‘당장 선점해야 할 투자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토토사이트 bts은 20일(현지시간) 카타르스포츠투자청(QSI)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내년부터 카타르 수도인 도하에서 ‘토토사이트 bts 카타르’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노아 호로비츠 토토사이트 bts 최고경영자(CEO)는 “국제 미술시장의 성장과 예술가에 대한 지속적 지원, 새로운 컬렉터 형성은 토토사이트 bts의 핵심 사명”이라며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예술 생태계의 질적 도약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토토사이트 bts 카타르는 내년 2월 도하의 문화역사지구인 므쉐이렙에 있는 문화공간 M7에서 열린다. 참여 갤러리는 50여 개다. 200개 안팎의 갤러리가 한데 모이는 토토사이트 bts의 다른 아트페어를 고려하면 작은 규모인데, 침체된 업황 등을 고려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토토사이트 bts 측은 “중동 예술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창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미술시장은 이번 토토사이트 bts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스위스 바젤(1970)에서 시작해 미국 마이애미(2002), 홍콩(2013), 프랑스 파리(2022)를 거쳐 토토사이트 bts이라는 브랜드가 다섯 번째 도시로 도하를 선택한 결정에서 시장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큰손’이 중동으로 향하는 건 토토사이트 bts이 처음은 아니다. 크리스티와 함께 미술품경매 시장을 양분하는 소더비는 지난해 11월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올해 초 첫 경매를 열었다. 사우디에서 열린 첫 국제 경매로, 출품작 117점 중 77점이 낙찰되며 173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부진한 업황 속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중동 주요국은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21세기 유전’ 중 하나로 예술을 꼽고, ‘오일 머니’를 ‘컬처 머니’로 바꾸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 카타르가 ‘국가비전 2030’에 따라 축구 월드컵 유치 등 소프트파워 창출에 열을 올리고, 세계 20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가 지난해 10억달러 규모로 소더비 지분을 인수한 게 대표적 예다.

리야드, 아부다비, 두바이 등 중동 부호들이 머무는 대표적인 도시들은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다녀가는 명소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아랍에미리트(UAE)가 2017년 아부다비 해안가에 파리의 상징인 루브르박물관 분관을 열어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고, 구겐하임 아부다비도 연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사우디는 알울라 지역에 퐁피두센터의 분관을 2028~2029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점차 중동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미디어아트 기업인 디스트릭트가 카타르 국경일 기념행사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사나 카타르’를 선보였고, 서울시립미술관도 최근 아부다비에서 백남준, 이불, 김아영 등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를 열며 한국 미술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매년 3월 열리는 아트 두바이 같은 지역 아트페어는 국내 갤러리들이 한 번씩 들르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한 갤러리 관계자는 “중동 지역 컬렉터의 안목이 높고 한국 미술에 대한 호감이 커 아트페어에 나갈 때마다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