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블랙토토 상원서 막히나…재정적자 안줄이면 과반 확보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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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내부에서도 블랙토토 반대
재정적자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
머스크도 블랙토토 관련 "역겹고 혐오스러워"
월가 “미국 경제 심장마비…늑대가 문 앞에”
“공화당 의원 4명 반대”
공화당의 랜드 폴(켄터키) 상원 의원은 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블랙토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폴 의원은 법안에 포함된 5조 달러 규모의 부채한도 인상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그는“부채 한도 인상 조항이 여전히 수용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히며, 이는 (재정) 보수주의 가치에 반한다”며 “부채 한도를 5조 달러 늘리면 결국 그 수준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채 한도를 늘린 만큼 실제 부채도 증가할 것이라는 뜻이다.
폴 의원은 대신 부채 한도를 블랙토토과 분리해서 다룬다면, 나머지 감세안이 담긴 조항은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폴 의원은) 모든 사안에 반대표만 날리고 아무 건설적인 아이디어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폴 의원이 법안에 반대할 경우 “민주당과 급진좌파를 돕는 셈이며, 켄터키 주민들은 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폴 의원 말고도 3명이 해당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상원에서 공화당은 53석을 보유하고 있으며,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최소 50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폴 의원을 포함해 론 존슨(위스콘신), 마이크 리(유타), 릭 스콧(플로리다) 등 최소 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이 재정 적자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재정적자 3조 8000억 달러 늘어
OBBBA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 시행돼 올해 말 종료가 예정된 주요 감세안의 연장을 골자로 한다. 개인소득세율 인하를 비롯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밖에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제, 미국산 자동차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에 대한 신규 세액공제 허용 등도 포함됐다.
감세안으로 줄어드는 정부 세수의 빈자리는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SNAP(저소득층 식품 지원 프로그램), 청정에너지 및 전기차 세금 공제, 교육 보조금 등 다양한 연방 보조금과 복지 프로그램을 삭감해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의회블랙토토국(CBO)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했을 때 미국 재정적자는 3조8000억 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적자는 세수 등 정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을 때 생긴다. 미국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는 등 빚을 져서 재정적자를 메운다. 미국의 2024 회계연도(2024년 9월 30일 기준) 재정 적자는 약 1조 8300억 달러였다. 이에 따른 정부 부채는 36조 4000억 달러였다. 이후 재정적자 규모와 이에 따른 정부 부채가 늘어 4일 기준 미국의 정부 부채는 약 36조 9300억 달러다.
재정적자 경고 이어져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돼 연방 정부 구조조정과 예산·지출 삭감을 진두지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블랙토토을 비판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 블랙토토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며 “이 블랙토토에 표를 던진 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월가에서도 미국의 국가 부채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최근 급증하는 미국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에 대해 다시 경고를 내놨다. 그는 3일 출간된 책 ‘국가들이 파산하는 방식’)에서 미국의 부채 상황을 심장병 환자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경제적 심장마비를 피할 수 있는 시기가 “3년 ± 1년 정도 남았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라자드의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오재그도 최근 경고에 동참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블랙토토국장을 지낸 그는 “정부 재직 시절에는 적자 지출과 부채 수준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던 이들을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양치기 소년처럼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늑대가 우리 문턱에 훨씬 가까이 다가왔다”고 우려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