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 소각장 놓고 서울시·마포구 정면 충돌…區 "행정소송 불사" 市 "절차상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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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마포 뺀 4개 구청과 협약
"협약은 합의 아닌 협의 대상"
박강수 토토사이트 모멘트청장은 9일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전 협의도 없이 추진한 서울시 협약은 즉각 무효화해야 한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토토사이트 모멘트를 제외한 종로구·중구·용산구·서대문구 등 4개 자치구와 상암동 소각장을 ‘시설 폐쇄 시까지’ 공동 이용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2005년부터 시행된 기존 협약에 따라 지난달 31일 만료를 앞둔 소각장 사용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한 것이다. 5개 자치구가 함께 사용하는 상암동 소각장은 하루 750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토토사이트 모멘트를 배제한 변경 협약은 마치 피해자를 빼놓고 가해자들이 모여 합의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소각장 무기한 연장과 추가 소각장의 건립을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해당 시설이 멈추면 민간 소각장 이용에 따라 연간 189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협약 연장은 ‘합의’가 아니라 ‘협의’ 대상이며, 토토사이트 모멘트에 협의 요청을 했지만 구측에서 불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시 관계자는 “토토사이트 모멘트는 입지 지역일 뿐 소유권이나 운영권은 없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이에 “자체 검사를 통해 규정에 어긋난 쓰레기가 소각장으로 못 들어오게끔 막을 권한이 토토사이트 모멘트에 있다”며 쓰레기 반입 제한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해당 검사는 토토사이트 모멘트 주민지원협의체 추천 주민감시요원들이 맡고 있으며 이들 요원에 대한 감독 권한은 토토사이트 모멘트가 아니라 서울시에 있다는 게 시측 입장이다.
서울시와 토토사이트 모멘트는 신규 소각장 건립을 두고도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월 토토사이트 모멘트 주민들이 제기한 신규 소각장 입지 고시 취소 소송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어 서울시의 신규 소각장 건립 계획은 사실상 올스톱한 상태다.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2026년부터 생활 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므로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 기반 마련을 위해 마포에 건립 중인 자원회수시설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절차상 문제를 사전에 면밀하게 점검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