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의료데이터 공유한 국민에 신약 배당금 주자"

"韓, 건보 기반 의료 빅그랜드토토 보유
신약개발 활용한 뒤 성과 나눠야"
한국이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 점유율 ‘2%의 덫’을 넘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국민 의료 그랜드토토를 신약 개발에 폭넓게 활용한 뒤 성과의 일부를 배당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사업단장은 11일 설명회를 열고 “정부가 ‘국민신약배당’ 정책을 추진해 글로벌 의료 그랜드토토 플랫폼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한 K-멜로디사업은 신약 개발에 제약사와 병원, 연구소 등의 그랜드토토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시작했다. 올해 3월부터 의료·통신 분야에 ‘마이그랜드토토법’이 적용돼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료 그랜드토토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다른 산업군과 달리 의료 분야는 ‘민감 정보’라는 특수성 때문에 광범위하게 그랜드토토를 공유하는 데 제약이 큰 상황이다.

김 단장이 이날 제안한 국민신약배당 정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모든 국민이 하나의 공적 건강보험에 가입해 의료 서비스를 받는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의료 빅그랜드토토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대학병원엔 진료·유전체 그랜드토토가 많이 쌓여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 등이 이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한 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모델이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엔 신약 개발용 인공지능(AI)을 개발할 때 의료기관이 보유한 그랜드토토를 제약회사 등이 직접 공유받는 ‘그랜드토토 퍼스트’ 방식의 연구가 많이 이뤄졌다. 최근엔 특정 목적의 AI를 만든 뒤 이를 개별 의료기관에 전달해 학습시키는 ‘모델 퍼스트’(연합학습) 연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후자를 활용하면 민감한 그랜드토토의 이동 없이 AI가 여러 그랜드토토를 학습할 수 있다.

김 단장은 “공적 그랜드토토를 공유한 뒤 배당하는 모델이 나온다면 세계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