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기울었다"…백기투항 압박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 회의가 끝나기 전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토토사이트 아띠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무조건 항복하라”고 토토사이트 아띠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토토사이트 아띠 최고지도자를 거론하며 “그는 쉬운 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토토사이트 아띠 상공에 대한 완전하고 전면적인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했다.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토토사이트 아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새벽 SNS에 “테러리스트인 시오니스트(이스라엘) 정권에 강한 반격을 해야 한다. 자비는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또 페르시아어로 “전투가 시작됐다”는 글도 올렸다. 항복이 아니라 항전을 택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면서 “무조건 항복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캐나다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예정보다 일찍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1시간20분에 걸친 회의를 가졌다.

미국이 토토사이트 아띠-이스라엘 분쟁에 개입할 것인지를 논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국무부는 20일까지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폐쇄하고 자국민에 토토사이트 아띠·이스라엘·이라크 지역으로 여행하지 않도록 촉구했다.

○참전의지 드러낸 트럼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토토사이트 아띠 최고지도자의 엑스(X) 계정에 올라온 사진. / X
CNN은 이날 NSC 회의 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을 동원해 토토사이트 아띠 핵시설을 타격하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이 “토토사이트 아띠의 우라늄 농축을 끝낼 추가조치를 결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토토사이트 아띠이 ‘중대한 양보’를 할 경우 외교적 해결도 가능하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갑자기 강경해진 것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미군 동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CNN은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토토사이트 아띠의 핵 시설을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美 전력 중동배치 확대

미국은 지난 주말부터 중동지역에 전력 배치를 늘리고 있다. F-35 전투기 등을 추가로 보낸 데 이어 유럽 주요 지역에 공중급유기를 30여대 배치했다. 남중국해에 있던 니미츠 항공모함도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당초 중동지역에서 활동 중인 칼 빈슨 항공모함을 대체할 예정이었으나 당분간 칼 빈슨호와 함께 중동 지역에서 대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관건은 지하 깊숙이에 숨어 있는 토토사이트 아띠 핵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와 이를 떨어뜨릴 수 있는 B-2 폭격기를 지원할 지 여부다. 벙커버스터의 폭발력이 미치지 않는 더 깊은 곳에 핵시설이 있을 수 있으나 반복적으로 타격하면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사일 반격을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토토사이트 아띠의 전쟁 역량은 이스라엘에 현격히 떨어진다. CNN은 토토사이트 아띠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샤하브-3 미사일과 유도 미사일 뿐이지며, 미사일 발사대가 상당부분 파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전투기 50대 이상을 동원해 테헤란 지역을 공습했다. 미국이 참전할 경우 열세를 극복하기는 더욱 어렵다. 토토사이트 아띠 정권교체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핵 개발 사실놓고 ‘분분’

문제는 미국이 이 전쟁에 참전할 명분이 있느냐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털시 개버드 국장은 지난 3월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토토사이트 아띠이 현재 핵개발을 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토토사이트 아띠이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참전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녀(개버드 국장)가 말한 것은 상관 없다”면서 “나는 토토사이트 아띠이 곧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DNI는 이스라엘의 첩보내용에 대해서도 핵무기 제조의 결정적 증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개버드 국장은 이후 “내 의견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다”고 말을 바꿨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며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 후 막상 무기를 찾지 못했던 기억이 있는 미국인들에게는 이 전쟁의 명분이 사실에 근거했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워싱턴포스트는 토토사이트 아띠이 고농축 우라늄은 1주일 내에 만들어낼 수 있으나 실제 무기를 만들려면 몇달에서 1년 가량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MAGA 지지층은 "내 전쟁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세력은 대체로 참전을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올라올 때마다 무조건적인 지지와 열광을 보내던 이들은 현재 트루스소셜과 엑스(X) 등에 “내 전쟁이 아니다(Not my war)”는 글을 잇따라 게시하고 있다.
큰돈을 들여 외국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에 반한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꾼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 하원에선 토머스 마시 의원(공화당·켄터키)과 로 카나 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이 의회 승인 없이 미군이 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전쟁권한 결의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미국이 참전할 경우 전쟁은 중동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토토사이트 아띠의 지원을 받는 후티 민병대가 홍해에서 선박 공격을 재개하고,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미군 기지가 공격당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은 분석했다. 로즈메리 케라닉 국방우선순위 연구소 중동국장은 NYT에 “일단 전쟁에 개입하면 정말로 물러서기 어렵다”면서 “모든 것을 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