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댄 작품마다 대박…‘폭싹’·‘악연’ 바람픽쳐스' 이어진 배임 공방

실적 없는 제작사 400억 인수…
파킹 계약? '스타 작가 영입' 업계 관행 논란
악연, 토토사이트 착오이체속았수다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폭싹 속았수다'와 '악연'의 공동제작사로 참여해 글로벌 흥행을 일으킨 토토사이트 착오이체를 둘러싸고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8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8차 공판에서는 카카오엔터가 토토사이트 착오이체 인수 당시 가치평가를 적절하게 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됐다.

“파킹 계약? 업계 관행?…토토사이트 착오이체 여부 공방”

검찰은 카카오엔터가 외부 회계법인 가치평가를 생략한 채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PE'가 자체 산정한 400억원 평가액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수를 강행한 사실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토토사이트 착오이체가 설립 3년간 매출이 없고 사무실도 없던 무실적 법인이었는데 내부 특수관계인이 실질 소유해 고가 인수를 통해 막대한 차익을 챙기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검찰은 이를 위해 앵커PE가 우선 400억원에 회사를 매입한 뒤 동일 가격으로 카카오엔터에 넘기는 이른바 '파킹 계약'을 사용했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방식이 사전 설계된 배임 구조라고 밝혔다.

파킹 계약은 인수 주체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3자를 내세워 주식을 임시 보관해두는 방식이다. 외부 노출을 피하거나 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지만, 실제 인수 주체를 감추고 내부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몰아줄 경우 토토사이트 착오이체 구조로 악용될 수 있어 회계 투명성 논란이 뒤따른다.

반면 김 전 대표 측과 변호인은 이날도 “스타 작가 영입을 위한 드라마 업계의 통상적 계약 구조일 뿐, 가치 없는 회사를 비싸게 사들인 것이 아니다”는 기존 논리를 내세우며 반박했다. 파킹 계약 논란에 대해서도 “김은희 작가 등 핵심 인력의 이적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별도 가치평가를 생략한 이유에 대해서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PE의 400억 원 평가가 시장 기준에 부합한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권기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2019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 ‘꽃보다 남자’ 등으로 알려진 노희경 작가 단독 소속 법인이 250억 원에 거래된 바 있다”며 “김은희·박혜련 두 톱 작가가 소속된 토토사이트 착오이체는 400억 원이 오히려 낮은 가격”이라고 주장했다.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글로벌 시리즈 ‘킹덤’을 비롯해 ‘시그널’, ‘싸인’ 등 국내외에서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다. 권 대표는 “실제 인수 이후 337억 원 규모의 선급금이 작가 집필료 및 제작 개발비로 투입됐고, ‘폭싹 속았수다’와 토토사이트 착오이체의 넷플릭스 흥행을 통해 회사의 IP 가치가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날도 양측의 공방은 이어졌지만 쟁점에 대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드라마 산업의 계약 구조나 인수 구조는 분명 일반 산업과 구분되는 특수성이 있다”며 관련 쟁점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오는 27일에 열린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