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만 경제 상황이 나쁜 점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인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방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선 수도권과 전기요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군산 구시청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전기요금이) 지금도 비싸다고 느끼겠지만 어쩔 수 없다”며 “전기요금을 앞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다만 연설 이후 취재진의 질의에 인상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그는 “장기적으로 결국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도 “전기요금을 올리겠다는 정책을 말한 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국내 경제 상황이 너무 나쁘고 민생이 어려워 당장 전기요금에 손대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는 2023년 11월과 지난해 10월 두 차례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한 뒤 전기요금을 동결하고 있다. 특히 국민 저항이 심한 주택용과 일반용(자영업자 등이 사용하는 전기)은 2023년 5월 인상이 마지막이었다. 그사이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와 부채 규모는 각각 30조원, 200조원을 넘어섰다. 2022년 러시아 전쟁 당시 폭등한 연료비 부담을 한전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만 70% 올린 탓에 한전의 ‘큰손 고객’인 대기업들의 ‘탈한전’을 야기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전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이 후보의 전기료 인상 필요성 발언은 지방에 기업을 유인하기 위해 전기료 차등 인상을 당근책으로 제시하겠다는 구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후보는 “전기요금을 올릴 때 지방은 덜 올리거나 유지를 해서 에너지 요금의 차이, 규제의 차이, 세금의 차이를 만들면 지방도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전남 광양 유세에서도 “앞으로는 전기요금도 거리비례제가 도입된다”며 “지방 생산지에는 (전기요금을) 좀 더 싸게 하면 지방에 가려는 산업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하는데 호남과 충남을 이 분야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지방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해당 지역에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방은 송배전에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전기요금이 저렴해야 한다는 취지다.

군산=최형창/김리안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