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컬쳐 인기있는 국가서 '통화 주권' 넓혀야

민 의원은 "우리의 통화 주권이 잠식되고 달러에 종속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K컬쳐(문화), 웹툰, 게임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플랫폼에 기반해서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 원화 기반 생태계를 성장시킨다면 달러 중심의 시장에서 우리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조 발제를 맡은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프랑스나 스웨덴의 청소년이 BTS 굿즈를 구매하며 사용하는 최초의 디지털 지갑이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는 단순한 결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진입점이 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이준석 후보가 지난 18일 첫 TV 토론에서 한 비판에 대해 민 의원은 "반크립토적인 시각"이라며 "글로벌 기업이 이미 주도하고 있다고 후발 주자가 포기하는 건 마치 김대중 정부 시절에 초고속 인터넷망의 투자를 반대하는 논리랑 똑같다"고 반박했다. 당시 이준석 후보는 "달러 담보의 스테이블코인 이외에는 사용되는 사례가 없다. 그중 테더(USDT)와 유에스디(USDC) 코인의 시장 지배력이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 히어로토토 발행 주체는?
업계에서 쟁점으로 다뤄지는 건 스테이블 히어로토토 발행 주체의 인가 문제다. 크립토 업계에선 디지털 화폐 종류를 크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와 민간기업이 발행하는 자산연동형 스테이블 히어로토토 두 가지로 나눈다. 민 의원이 최근 공개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은 스테이블 히어로토토 발행인을 금융권으로 한정하지 않고 있다.이날 토론회에서도 발행 주체를 금융권으로 한정해서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박사는 "은행권만 발행하도록 하면 테더를 국내에서만 원화 스테이블 코인으로 환전하는 정도로만 쓰일 것"이라며 "통화 영토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과 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자들을 통해서 시장 전체 지분율을 올리는 방식으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육성하고 정책 당국자는 글로벌 유동성 관리 관련 협상의 주체로서 해외 중앙은행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용처를 행정 영역으로까지 확대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 민 의원은 "지역화폐는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디지털 시스템으로 설계해 정책 효과를 손쉽게 구현할 수도 있다"고 자신의 SNS에 썼다. 결제할 때마다 10% 할인 적용, 지방세·공공시설료 납부 허용, 잔액 실시간 공개 등의 기능을 시스템에 내장하는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