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적인 미국산 반도체 제품을 최대 1조엔(약 9조5000억원) 규모로 수입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번 제안으로 미국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자국 기업의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와 연계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구매 대상으로 AI 연산 처리에 특화된 엔비디아 고성능 반도체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본 정부는 자국 정보기술(IT) 기업이 미국산 반도체를 도입하면 구매 비용 일부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기업이 일본 내에서 반도체 제조에 활용되는 웨이퍼, 첨단 화학 소재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제안은 오는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4차 미·일 관세 협상을 앞두고 마련됐다. 일본 측 협상 대표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참석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등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예정이다.

일본은 이번 토토사이트 프리미어토토에서 자국 산업의 핵심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하를 주요 요구 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의 대미 수출 가운데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은 자동차를 포함한 개별 품목의 관세 조정에는 여전히 부정적 의견을 고수하고 있어 양국 간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본이 내놓은 반도체 대량 구매안은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협상 국면에서 일본의 ‘실질적 양보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685억달러(약 94조원)에 육박했다. 반도체 수입 제안이 실현되더라도 전체 적자의 10%에 불과하다. 일본은 그간 농산물 수입 확대, 조선 분야 협력, 자동차 수입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해왔다.

NHK는 “일본 정부는 미국의 추가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제안을 추가로 검토 중”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다음주 프랑스 국제회의 일정에 맞춰 미국과 다시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다음달 중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앞서 미·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관세 문제 일부를 매듭짓는 것을 목표로 협상 중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