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기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행정법, 노동법 전문 변호사, 前 국민건강보험공단 전문연구위원)

'30분 그림자 노동', 장기요양제도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고령사회의 필수 안전망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3등급·4등급 수급자들이 이용하는 ‘방문요양’ 서비스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게 해주는 핵심 급여 유형으로, 요양보호사 수급자의 가정등을 방문하여 신체활동 등을 지원하는 장기요양급여이다.

그러나 그 최전선에 있는 요양보호사의 근무 실태를 들여다보면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로 인해 구조적인 불합리함이 방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70분 이상 방문요양 서비스 제공 시 요양보호사의 근무시간 중 30분이 ‘급여 산정 제외’되는 문제이다. 표면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 4시간 이상 근로 시 30분의 휴게시간 부여 원칙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는 그 ‘휴게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명목상의 휴게’, 실제는 30분 더 일하는 요양보호사

방문요양에서 하루 270분 이상 급여를 제공한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급여 산정 시 30분을 ‘휴게시간’으로 간주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실제로 요양보호사는 300분 이상 근무하고도 270분에 대한 급여만 인정받는다.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 30분은 어디로 갔는가? ‘휴게’로 분류된 그 시간 동안 요양보호사가 실제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방문요양의 특성상 수급자의 가정 안에서 혼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에게 실질적 휴게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서비스 중간에 수급자를 방치하거나 이동하여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법정 휴게시간’이라는 명분으로 30분 분량의 노동이 제도적으로 무시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법정 휴게시간의 취지에도 반하고, 요양보호사의 인권 및 노동조건 보장이라는 정책 목표에도 역행한다.

현장의 목소리와 정책의 공백

실제 현장에서 요양보호사들은 “270분 급여를 제공하면 항상 30분을 더 일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장기요양기관은 수급자의 요구와 공단 급여 기준을 맞추기 위해 요양보호사에게 사실상 ‘무급 연장근무’를 요청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요양보호사들은 저임금·비정규직 구조 속에서 고용 불안을 안고 있고, 기관은 급여산정기준을 따를 수밖에 없어 누구도 개선을 요구하지 못하는 구조적 침묵이 이어진다.

제도 개선 방안

1. 방문요양에서 실질적 휴게시간 보장 불가능성을 반영한 급여 기준 개정
방문요양의 현장 특성을 고려할 때, ‘270분 이상 급여제공 시 30분 급여제외’라는 공단의 급여비용지급방식 개선되어야 한다. 요양보호사가 수급자와 함께 있는 동안 실질적 휴게시간을 취할 수 없는 현실을 정책이 인정해야 한다.

2. 방문요양 급여기준에서 ‘휴게시간 차감’이 아니라 ‘전 근무시간 인정’으로 개편
270분 이상의 급여 제공 시, 제공시간 전부를 공단 급여로 인정하고, 별도의 수당 지급 또는 탄력적 근무시간 운영 방안 등을 병행할 수 있다.

3.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 노동조건 관련 실태조사 및 기준 개편을 위한 정책연구 강화
제도설계의 전제와 현실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한글지원 해와 토토사이트의 실제 근무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그에 따라 급여 산정 기준과 근로기준법 적용 방식이 유기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맺으며

요양보호사는 대한민국 돌봄의 최일선에 있는 전문인력이다. 제도 설계의 형식논리로 인해 이들의 노동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 ‘30분의 그림자 노동’은 작지만 명백한 불공정이며, 이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가 고령사회의 인프라를 무너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제도가 먼저 응답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