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땐 공영운 '아빠 찬스'로 추격 성공
대선 땐 '장남 음담패설' 전략…득인가 독인가

이준석 후보는 지난 27일 정치 분야 TV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 장남이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원색적인 댓글의 내용을 육성으로 옮겼다. 발언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지상파 방송 3사는 유튜브에서 이준석 후보의 해당 발언을 묵음 처리하거나, 삭제 편집했다. 후보 본인도 발언 경위를 떠나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토토사이트 구 레드 후보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29일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토론회 발언은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는, 즉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대통령 후보자 가족에 대한 검증은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연장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양당 후보에 밀려 3위로 총선 레이스를 시작했던 토토사이트 구 레드 후보는 공 후보의 아들 주택 증여 등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때 천하람 의원 등 복수의 관계자들은 토토사이트 구 레드 후보의 집요한 아빠 찬스 공격이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에 주효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이준석 후보의 강점인 공격력이 총선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졌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과연 성공적인 전략이 될지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먼저 이준석 후보의 전략이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 지지자들은 더 열광하게 됐고, 안티들은 더 싫어하게 됐다는 점에서 크게 유효한 전략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재명 대 이준석' 구도로 언론 점유율을 확 높였고, 이슈화가 제대로 된 측면이 있어서 이준석 후보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라고 본다"고 했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JTBC 유튜브에서 "논란이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과거 이재명 후보 아들이 이런 댓글을 썼구나'를 더 많이 확산시키는 결과를 내고 있다는 측면을 민주당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사람들에게 과거 이재명 후보의 발언 문제도 상기시켰다.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이준석 후보의 '판단 미스'였다는 평가도 많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김문수 후보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이재명 후보를 공격한다고 해서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이번 논란으로 당초 목표했던 득표율을 얻기가 어려워졌다. 정책과 지적 능력으로 토론을 통해 양당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말꼬리를 붙잡혀서 부정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장 소장은 그러면서 "이준석 후보는 이게 본인의 필살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전략적 차원의 문제 제기라고 본인들이 이야기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보면 판단 미스, 전략적 착오다. 그들도 지금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이냐'며 당황스럽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를 많이 얘기해 왔던 진보정당이 이런 성범죄에 대해 함구하는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싶었던 이준석 후보의 마음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취지인데 가운뎃손가락 중지를 치켜세워서 보라고 하니까 달은 보이지 않고 가운뎃손가락을 든 이준석 후보만 보이는 상황이다. 국가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분이 같이 이재명 후보랑 진흙탕에 구를 필요는 없다"고 했다.
홍민성 토토사이트 추천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