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진실을 들을 수 없는 CEO가 되어 있었다.” 스티브 잡스가 말년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 고백이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역시 자신의 책 『규칙 없음』에서, "아무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을 때 회사는 몰락한다"고 경고한다.

리더 주변에는 수많은 메시지가 공기처럼 떠다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말로 표현되진 않는다. 리더에게 오는 피드백은 종종 비언어적 형태를 띤다. 회의에서의 침묵, 늦어지는 이메일 답장, 줄어드는 미팅 참석률, 형식적인 동의나 반응. 이 모두가 리더가 놓치기 쉬운 ‘히든 피드백(Hidden Feedback)’이다.

‘히든 피드백’이란 직접적 언어가 아닌 행동과 분위기, 태도의 미묘한 변화로 드러나는 메시지를 말한다. 조직문화 연구에 깊은 영향을 끼친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에드가 샤인(Edgar Schein) 교수는 “조직 내 의사소통의 70%는 비언어적 신호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강조한다. 이런 비언어적 소통은 리더와 팀원 간 지위 차이가 클수록 두드러진다. 상사의 직급이 높을수록 솔직한 의견이나 피드백을 직접 표현하기 꺼리는 것이다. 그 결과 말 대신 행동이나 분위기 같은 우회적 방식으로 감정과 생각을 드러낸다.

한 IT 기업의 박 과장은 최근 서비스 개발팀장으로 승진했다. 열정과 추진력 넘치는 그는 빠른 성과를 중시하는 성향이다. 회의에서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중요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승진 두 달 만에 팀 내에 미묘한 기류를 느낀다. 예전에는 회의마다 팀원들의 활발한 의견이 오갔다. 이제는 하나둘 말을 아낀다. 질문을 던져도 “네, 좋습니다” 같은 짧고 형식적인 대답만 돌아온다. 자발적인 보고는 눈에 띄게 줄었고, 보고서에는 더 이상 깊이 있는 분석이나 맥락이 담기지 않았다. 최소한의 정보만 간신히 적힌 보고가 대부분이었다. 팀 회식 자리도 어색하기만 하다. 예전의 웃음과 편안함은 온데간데 없고, 사무적인 대화만 오가는 무거운 분위기만 남았다.

박 팀장은 이 모든 변화가 팀원들이 새 원탑토토에 적응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불편함일테니 곧 나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우연히 팀원들 사이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박 팀장은 우리 의견을 전혀 안 들어. 회의에서 물어보는 척하지만, 결국 혼자 결정하잖아." "맞아. 지난주에 내가 일정 문제 얘기했는데 그냥 무시하더라." "말해봤자 소용없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스트레스가 덜해." "나도 요즘 보고서 대충 써. 어차피 안 읽는 것 같아."

그제야 박 팀장은 깨닫는다. 회의에서의 침묵, 줄어든 보고, 어색한 회식, 형식적인 대답.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적응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소리 없는 항의, 바로 ‘히든 피드백’이었던 것이다.


# 팀원들은 왜 진짜 피드백을 꺼릴까?

리더가 ‘히든 피드백’을 알아채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갤럽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직원 10명 중 8명 이상은 상사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면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 된다고 답했다. 승진이나 성과평가에 악영향을 미칠까, 또는 상사와의 관계가 어색해질까 하는 우려로 팀원들은 입을 닫는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불만이나 메시지가 이미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착각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에이미 에드먼슨(Amy Edmondson) 교수는 사람들이 감정이나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할 때 상대가 이를 알아챌 가능성을 과대평가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이렇게 짧게 대답했으니 팀장님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거야”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비언어적 신호는 제대로 해석되지 않거나, 아예 무시된다. 심지어 잘못 이해되기 일쑤다. 결국 피드백은 전달되지 않고 오해와 단절만 깊어진다.

다음으로 ‘히든 피드백’을 놓치기 쉬운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무에 치이고 스트레스가 쌓인 환경에서는 ‘내가 왜 불편한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느끼거나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조직심리행동 연례리뷰(Annual Review of Organizational Psychology and Organizational Behavior)>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약 40%만 정확히 인식하고 표현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팀원들 스스로도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말을 아끼는 경우도 있다. 이를 ‘사회적 동조 현상(social conformity)’이라 부른다. 누군가 침묵을 시작하면, 다른 이들도 “굳이 내가 나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입을 닫는다. 이런 소극적 태도가 반복되면, 팀 전체에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기 어려운 분위기가 굳어진다.


# ‘히든 피드백’을 발견하는 세 가지 방법
리더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신호를 읽고 해석하는 감각을 키워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팀원의 반응과 분위기, 태도 속 ‘감춰진 메시지’를 읽어내야 진짜 리더십이 시작된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실천법을 소개한다.

미묘한 변화 속 신호 읽기
탁월한 리더는 일상 속 작은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한다. 팀원들이 회의에서 평소보다 말을 아끼는가? 특정 주제에 불편한 표정을 짓는가? 이메일 어조가 차갑게 느껴지는가? 이런 미묘한 변화는 단순한 우연이나 기분 탓이 아니다. 대개 말로 표현되지 않은 ‘히든 피드백’의 신호다. 리더는 이런 순간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내 리더십에 대한 팀원들의 메시지일까?”

심리적으로 안전한 대화 공간 만들기
솔직한 피드백은 심리적 안전감이 있을 때 나온다. 팀원들은 ‘진솔한 의견을 표현해도 안전하다’고 느낄 때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를 위해 리더는 먼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1:1 대화에서 이렇게 말해보자. “나도 팀장 역할이 처음이라 서툴러서 그러는데, 내가 놓친 게 있다면 꼭 알려줘.” “내가 다르게 해보면 좋을 점이 있을까?”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 지금 상황을 정확히 알고 싶어.” 이런 질문은 팀원들이 마음을 열고 편히 말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리더가 먼저 벽을 낮추면, 팀원도 한 걸음 다가온다.

배우려는 자세로 경청하기
피드백을 대할 때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방어적 태도다. 효과적인 리더십은 단순히 듣는 것 그 이상이다. 들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대의 말을 탐색하고 진정한 의도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래?" 또는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해볼게. 그 말은 이런 뜻이지?"와 같은 질문을 통해 대화의 깊이를 더한다.

이런 적극적 경청은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선다. 팀원에게 "당신의 의견이 가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한 피드백 루프를 만든다. 리더가 보이는 이 작은 태도 하나가, 팀원이 앞으로 솔직한 이야기를 꺼낼지를 결정한다.

하지만 미묘한 신호를 읽고, 안전한 심리 공간을 만들고, 경청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작은 변화라도 실천하는 원탑토토를 팀원들은 금세 알아챈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을 줄이고 의견 공유 시간을 늘리거나, 의사결정을 팀 의견 중심으로 바꾸거나, 소통 채널을 더 자주 여는 등의 작은 행동이 큰 신뢰를 쌓는다. 피드백의 가치는 그것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진실을 외면하면 조직은 흔들린다. ‘히든 피드백’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니다. 이는 탁월한 리더십에 이르는 핵심 열쇠다. 조직 속에 어떤 ‘히든 피드백’이 숨어 있는지 주목해보자. 회의 중 미묘한 분위기, 대화 속 시선 회피, 적극적이던 팀원의 갑작스러운 침묵, 출퇴근 패턴의 변화, 팔짱을 끼는 등의 방어적 자세, 웃음소리가 사라진 사무실, 소극적인 협업 태도 등 이 모든 신호가 당신에게 조용히 말을 걸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겸허히 받아들이고 발전하려는 자세다. ‘히든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마주하는 리더야말로, 자신과 팀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진짜 리더다.

김주수 휴넷L&D연구원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