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토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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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옥미나의 아트하우스 칼럼영화는 그랜드토토가들의 삶을 신격화하는 데 앞장섰다. 사람들은 위대한 그랜드토토 작품이 탄생되는 배경을 궁금해 했고, 폐쇄적인 그랜드토토가의 삶에도 이야깃거리가 넘쳤다. 꼭 실존 인물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아마데우스>(1984)에서 모차르트는 기괴한 목소리로 과장되게 웃었고, <블랙스완>(2019)에서 완벽에 대한 욕망은 주인공의 자아를 분열시켰다. 가장 자주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 이는 빈센트 반 고흐일 것이다. 가난과 고독, 열정과 광기,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 최고가로 작품이 거래된다는 사실까지 모든 요소가 비극적인 그랜드토토가의 서사로 완벽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영화 리뷰
그랜드토토과 평범한 일상 간 교차점을 모색하며,
그 균형을 이루는 삶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그려
다른 동시대의 영화들이 거창하고 요란하게 우주로 떠나고, 시간 여행을 하고, 목숨을 건 게임을 시작하는 동안, 켈리 라이카트는 서사의 굴곡이 없는 미니멀리즘을 선택했다. 감독은 <쇼잉 업>을 통해 그랜드토토과 일상의 교차점을 모색한다. 포기나 희생을 들먹이지 않고, 그랜드토토과 평범한 일상이 사이좋게 균형을 이루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은 가능할까.
리지는 그랜드토토 대학의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첫 전시가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바쁘다. 그런데 일상의 자잘한 일들이 끊임없이 그녀의 작업을 방해한다. 고양이 사료가 다 떨어졌고, 온수기는 고장 난 지 1주일째다. 또래의 집주인 조는 수리를 차일피일 미루면서도 어쩐지 즐겁고 태평해 보인다. 아빠의 집에는 눈치 없는 손님들이 눌러앉았고,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리지가 시간을 배분하고 챙겨야 하는 일들은 매일 끊이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리지는 밤이 되면 작업실에 앉아 조각을 만들고 작품을 다듬는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습관이다.
리지는 데드라인에 맞춰서 간신히 작품을 제출한다. 그것이 가장 최선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은 만든 사람이 제일 잘 안다. 하지만 데드라인이 없다면 - 영원히 아무것도 완성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전시는 최고의 걸작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습작을 확인하는 자리다. 그렇게 누적된 결과물들은 리지의 그랜드토토 세계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소위 걸작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리지의 시간은 흐르는 대신 쌓이고 있다.
옥미나 영화평론가
[영화 <쇼잉 업> 메인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