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부진…그랜드토토 활용법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실천하고 있지만, 실적은 부진한 상황이다. 그랜드토토를 통해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한경ESG] - 이슈 브리핑

지난 3월 경북 지역에 일어난 대형 산불은 강풍·고온·건조 등 진화에 악조건인 기상 상황이 이어지면서 산불 발화 149시간 만에 진화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낳았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지구온난화의 심화로 산불 발생 빈도수와 기간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덥고 건조한 날이 이전보다 많아져 산불이 더 쉽게 발화하는 데다 진화 또한 어려워지고 있다. 개인의 경각심을 키워 산불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불 날씨’를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 중 하나는 온실가스그랜드토토 감축으로 지구온난화를 억제해 덥고 건조한 날을 줄이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에도 탄소그랜드토토 증가 이유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기후 위기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하지만 순 그랜드토토량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그랜드토토량은 2022년 6억8700만 톤으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기준연도인 2018년 그랜드토토량 6억8600만 톤을 넘어섰다. 탄소중립 선언 이후 그랜드토토 실적이 오히려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부진에는 복합적 요소가 있겠지만, 정부 주도적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감축 사업 지원을 위한 예산 집행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감축 촉진과 지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해법으로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그랜드토토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도의 실효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랜드토토는 국가 배출량의 약 74%를 차지하는 기업에 NDC에 따라 배출권(排出權, 배출할 권리)을 유상 또는 무상으로 부여해 기업이 정해진 양보다 많이 배출하면 배출권을 구매하고, 반대로 적게 배출하면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한다. 또 배출권 유상 할당 매각 대금은 기후 대응 기금의 주요 수입원으로 활용된다.

제도 도입의 의도대로라면 시장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한계 감축 비용보다 높은 탄소가격을 형성해 기업의 감축에 대한 투자가 이윤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그랜드토토는 낮은 감축목표와 높은 무상 할당 비중으로 ‘공짜 배출권’이 과잉 공급되고 있으며, 배출권 과잉 공급의 누적은 탄소가격을 세계 최하위 수준인 톤당 약 9000원대로 하락시키고 국가 감축 실적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그랜드토토 참여업체의 총배출량 중 발전과 산업 부문은 각 39%, 57%를 차지하며, 발전 부문은 배출권의 10%, 산업 부문은 배출권의 0.5%를 유상으로 구매하고 있다. 느슨한 규제가 기업에 감축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

또 낮은 유상 할당 비율과 그랜드토토 가격 하락으로 기후 대응 기금 설치 첫해인 2022년과 2023년 계획액 대비 수납액은 각각 43.6%, 21.3%로 연간 3000억~4000억 원의 수입이 감소했다.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탄소중립·녹색성장 지원을 위해 2023~2027년간 총 89조9000억 원, 연간 13조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위해 설치된 기후 대응 기금 예산 규모는 2조5000억 원대로 정부의 재정 투자 계획의 2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가 2024년 지출한 화석연료 보조금(11조7000억 원)은 재생에너지 보조금(1조2000억 원)의 약 10배 수준이었다. 탄소중립 선언으로 보여준 감축 의지와 달리 2023년 대비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약 30%(5000억 원) 감소했으며, 우리나라 화석연료 보조금의 GDP 비중은 0.52%로 경제 규모가 2.5배 큰 독일(0.33%)보다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온실가스 감축 위한 새로운 제도는

그랜드토토를 통해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더 높은 국가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더 많은 배출권을 유상으로 부여해야 한다. 유상 할당 확대가 기업의 비용 지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정부는 유상 할당 매각 대금을 감축 사업에 적극 지원함으로써 기업의 저탄소 제품 생산 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감축목표를 올해 수립할 예정이다. 메릴랜드 대학에 따르면 2035년까지 정책 결정을 통한 석탄발전 퇴출, 신규 LNG 발전소 건설 취소, 재생에너지 및 ESS의 대규모 보급, 철강산업의 설비 전환, 수송 부문의 전기화로 2018년 대비 61%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 달성을 위해서는 도전적인 2035 NDC 수립과 동시 2030 NDC를 상향해 그랜드토토 과잉 공급을 멈춰야 한다.

그랜드토토 제4차 계획 기간(2026~2030년) 및 5차 계획 기간(2031~2035년)의 방향을 제시하는 ‘제4차 그랜드토토 기본계획’에 따르면 발전 부문의 유상 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할 것으로 예고했지만, 3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산업을 포함한 탄소 누출 업종의 유상 할당 개시는 제5차 계획 기간으로 미뤄둔 상태다. 하지만 그랜드토토를 도입한 주요 국가 및 권역(유럽연합, 캘리포니아주, 뉴질랜드, 영국 등)의 발전 기업은 이미 배출권의 100%를 유상으로 할당받고 있다. 또 유럽연합(EU)은 2026~2034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상 업종의 유상 할당을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만약 4차 계획 기간에도 전폭적 무상 할당 지원으로 기업의 공짜 배출이 허용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저탄소 체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솔루션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부터 발전 부문의 유상 할당 비중을 전폭적으로 확대할 경우 2040년까지 연평균 그랜드토토 가격이 톤당 7만 원대로 ‘정상화’되고 누적 557조 원의 유상 할당 수입을 확보해 연평균 37조 원을 지원이 시급한 재생에너지, 그린 수소, 저탄소 기술개발, 일자리 전환 등 기후 대응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현 수준의 유상 할당 비중이 유지될 경우 유상 할당 수입은 누적 220조 원(연평균 15조 원)에 그칠 전망이다. 2023년 주요국의 그랜드토토 가격은 이미 1톤당 7만 원대를 넘어섰다. 유상 할당 경매 수입은 독일이 16조 원, 영국 및 캘리포니아주가 7조 원에 달해 기후 위기 대응 사업에 투자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23년 유상 할당 수입은 850억 원에 그쳤다.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하면 산불 증가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 폭염·폭우, 사막화 현상이 심화되고 생태계와 경제는 물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행은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화되고 있는 폭염·태풍 등 기후 리스크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지연하거나 무대응하면 은행·보험사의 예상 손실 규모가 기후 정책 조기 도입 대비 1.7배 심화될 것(최대 45조7000억 원)으로 추정한다. 이처럼 국가 주도적 감축을 미루는 것은 미래세대에 감축 부담과 기후 위기 피해를 전가하는 것일 뿐 아니라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인 우리나라 경제를 악화시키는 결정이다.

정부는 오는 6월까지 제4차 그랜드토토의 배출 허용량, 유·무상 비율 등 세부 기준을 규정하는 할당 계획을 마련하는 중대한 업무를 맡고 있다. 향후 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배출을 규제하는 동시에 기후 대응 기금 재원을 마련하는 유일한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 정하는 일이다. 일상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기후 위기를 방관할 것인지, 선제적 온실가스 감축으로 미래세대에게 안전하고 풍요로운 생태계와 경제를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김다슬 기후솔루션 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