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이고 치밀하게… MZ들이 꾸린 500억 '돈세탁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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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법인 218개 세워 대포통장 개설
보이스피싱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에 공급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원 90%가 20대 초중반
동네 선후배, 고등학교 동창 등
서울 용산경찰서는 범죄단체토토사이트 잘못환전 및 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총책 A씨(26) 등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원 28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중 20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2022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유령법인 218개를 설립해 법인 명의 대포통장 약 400개를 개설한 뒤, 이를 국내·외 보이스피싱 운영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에 제공해 범죄 수익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총 89명에 달하며, 피해 금액은 500억 원에 이른다.
범행은 철저히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으로 이뤄졌다. 일명 '장집'으로 불리는 이 조직은 총책과 부총책, 팀장급 관리자 외에도 현금 인출·전달을 담당하는 '현장직', 전화상담 및 대포폰 관리를 맡은 '전산직'으로 역할을 나눠 활동했다.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원의 90%는 20대 초·중반 청년들로, 고등학교 동창이나 동네 선후배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텔레그램을 이용해 가명으로 소통하고, 검거 시 허위 진술을 교육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이어갔다.
수사는 지난해 7월 한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원이 은행에서 출금을 시도하다 통장을 버리고 달아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유기된 법인통장의 거래 내역을 분석해 해당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원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표로 인출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경찰은 CCTV 분석과 렌터카 동선 추적 등을 통해 10개월간 잠복·추적 수사를 벌였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총책과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경찰은 검거 현장에서 확보한 현금 6000만 원을 검찰에 송치했다. 또 일부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원으로부터 압수한 범죄수익금 3억 원에 대해선 기소 전 몰수보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된 일당 외에도 범행에 명의를 제공한 가담자와 공모한 보이스피싱 토토사이트 잘못환전원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강력히 처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주겠다며 개인 명의나 사업자등록을 통해 계좌 개설을 유도하는 경우 대포통장으로 악용된다"며 "이 같은 제안에는 절대 응하지 말고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