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도화지 같은 작업대 위로 레이저빔이 지나간다. 이 레이저 빛에 금속 분말이 녹으며 형성된 금속 띠가 겹겹이 층을 이룬 뒤 매끈한 금속 부품(사진)으로 완성됐다. DN솔루션즈가 공개한 ‘적층제조’ 장비(DLX450)의 작업 광경이다.
세계 3위 공작기계 업체인 DN솔루션즈가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금속 적층제조 분야에 본격 뛰어들었다. 금속을 깎고 가공하는 게 사실상 전부이던 공작기계 시장에서 금속을 쌓아 올리는 적층은 ‘꿈의 기술’로 꼽힌다. 초정밀 금속 부품 수요가 급증해 금속 적층 시장은 2033년이면 현재의 네 배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초정밀 부품 제조에 강점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는 지난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공작기계 전시회 ‘DIMF 2025’에서 기자들과 만나 “적층 방식은 가공 후 조립 과정을 단축하고 절삭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형상을 만들 수 있어 무한한 혁신 가능성이 있다”며 “새롭게 열리고 있는 적층제조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DN솔루션즈는 소재를 깎거나 가공하는 공작기계에선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97년부터 격년으로 해외 바이어에게 주요 제품을 소개하는 자체 전시회인 DIMF를 열고 있다. 올해가 15번째 행사로 1000여 명에 달하는 해외 바이어가 부산을 찾았다.
DN솔루션즈는 이번 행사에서 금속적층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파우더베드퓨전’(PBF) 방식의 장비를 처음 선보였다.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분말화된 금속 소재를 쌓는 장비로 경량화와 복잡한 설계가 요구되는 고가 제품 제조에 활용된다. 우주선 및 항공기용 부품, 반도체 회로기판 등이 대표적 분야다.
DN솔루션즈는 올 3월 인도 최대 유탑 토토사이트 적층제조 장비 업체인 인텍에 지분을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적층제조 역량을 강화해 왔다. 시장조사업체 스페리컬인사이츠는 글로벌 유탑 토토사이트 적층제조 시장이 2023년 52억6000달러(약 8조원)에서 2033년 193억4000만달러(약 29조원)로 연평균 14%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2030년 4조원 매출 목표
DN솔루션즈는 자동화 소프트웨어(SW) 기술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완전 자동화를 통해 인력 없이 24시간 가동되는 ‘다크 팩토리’ 구축을 지원하는 솔루션 업체로 진화하기 위해서다. 관련 제품 개발을 주도하는 배규호 DN솔루션즈 수석부사장은 “수요 기업이 도면과 부품만 가지고 오면 설비부터 생산 프로그램, 자동화 솔루션까지 공정 전체를 맞춤형으로 제작한다”며 “세계 제조업체들이 겪는 인력 부족 고민을 풀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층제조와 자동화 솔루션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 2조원대인 연매출이 2030년 4조원대로 늘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DN솔루션즈는 매출 2조1120억원, 영업이익 4105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SW 역량을 높이기 위해 고급 연구 인력이 풍부한 인도에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500명 수준인 R&D 인력을 2032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늘려 기술 우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