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이 400조원을 돌파했다. 해외 진출 22년 만이다. 그룹 차원에서 명운을 걸고 시도해 온 ‘글로벌 인수합병(M&A) 승부수’가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은 인공지능(AI) 기반 혁신 상품을 중심으로 연금시장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ETF 운용사 잇따라 M&A

비타임 토토 해외진출 22년…400조원 시대 열었다
21일 비타임 토토운용은 총 403조원을 운용 중이며, 이 중 약 45%인 181조원을 미국 베트남 브라질 인도 등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타임 토토운용의 운용자산은 2022년 250조원에서 2023년 305조원, 2024년 378조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고성장 배경에는 박현주 비타임 토토그룹 회장의 선구안이 있었다는 평가가 많다. 비타임 토토그룹의 글로벌전략가(GSO)를 맡은 박 회장은 2010년 초부터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를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었다. 국내에 ETF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그는 2011년 캐나다 ETF 운용사 ‘글로벌X 캐나다’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 2023년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사 스톡스팟, 2024년 인도 증권사 쉐어칸 등을 인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

당시 국내에서는 한국과 글로벌 금융회사 간 경쟁은 무리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지만, 박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장기 비전을 강조하며 M&A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는 성장률의 차이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ETF 운용사들의 연평균 성장률은 17.8%였는데 비타임 토토운용은 약 2배인 34.4%를 기록했다. 미국 글로벌X의 운용자산은 2018년 비타임 토토운용이 인수할 당시 8조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80조원으로 약 10배 증가했다.

국내 ETF 시장에서도 ‘TIGER’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해외 증시 기반 ETF를 출시했다. ‘TIGER 미국S&P500’(순자산 8조1735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4조9403억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 미국 대표지수 ETF로 성장했다.

◇뉴욕 AI 법인 중심으로 시너지 강화

미래에셋의 다음 성장 키워드는 ‘AI’와 ‘연금’으로 압축된다. 박 회장은 “AI는 투자상품의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효율적인 자산 배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해외 진출 방식을 따로 고민할 게 아니고 AI가 곧 글로벌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비타임 토토운용은 AI를 기반으로 혁신 상품 발굴에 집중해 미래 금융시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뉴욕에 설립한 미국 AI법인 웰스스팟, 호주 스톡스팟, 인도법인 등 3개 거점을 중심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연금시장은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함께 노후자금 마련의 중요성이 커지며 운용사들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미래에셋운용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4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국내 운용사 중 처음으로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엠 로보(M-ROBO)’를 선보였다.

퇴직연금 상품을 따로 팔아 현금화하지 않아도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실물 이전 제도가 활성화하면서 은행에서 계좌를 옮기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란 게 회사 측 기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