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현대차 노조는 울산광역시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이 담긴 임단협 요구안을 논의했다. 단협 개정안에는 주 4.5일제 도입, 정년 연장, 새법개정안에 따른 소득세 보전, 통상임금 확대 적용, 신규 인원 충원 등 요구 사안이 포함됐다. 노조는 이 요구안을 확정해 다음 달 중순 상견례를 열고 사측과 본격적인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주 4.5일제와 법정 정년 연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만큼 올해 노사협상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지난해 별도 요구안에 처음으로 주 4.5일제를 언급했던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협에서 이를 정식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는 격년으로 임금협상과 임금단체협상을 번갈아가면서 진행한다. 기아 역시 주 4.5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소식지에서 “일과 삶의 균형의 현실적인 시작점인 주 4.5일제 쟁취로 새로운 워라벨을 만들고, 산업계를 선도하는 기아 노조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년 연장도 주요 화두다. 현대차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현재 63세에서 2033년 65세로 연장되는 점을 감안해 정년을 만 64세로 늘려달라는 주장이다. 현대차 생산 현장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2000명 이상 퇴직하고 있어 숙련 생산직의 근로 연장은 중요한 쟁점으로 떠떠올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정년 연장 대신 숙련 재고용 제도’를 62세까지 늘리는데 합의했고, 정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산업계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정년을 연장하는 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평균 실근로시간은 2008년 2200시간대에 달했지만 2023년엔 1800시간대로 줄어 감소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주 4.5일제는 법정 근로시간(40시간)을 단축하지 않고 기업이 주중 근무를 늘리는 식으로 유연성 있게 조정할 수 있다”이라며 “정년 연장 역시 고용의 유연성과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기업들이 계속 고용 등을 통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하이브리드 수요와 환율 효과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을 낸 만큼 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높은 수준의 보상을 받아내려 할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조가 올해 단체교섭 관련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2만7534명) 가운데 60.5%는 성과급을 3500만∼4000만원 수준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대차 노조는 세법 개정안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직원들은 근무 연한에 따라 자사 차량을 구매할 경우 8∼30%의 차량할인 혜택을 받아왔는데, 올해부터 개정 세법 시행령이 적용되면서 관련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신정은/곽용희/양길성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