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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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해와 토토사이트 팔고 갈아탔어요"…자녀계좌 보던 엄마들 '돌변' [마켓PRO]
"테슬라가 급락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어요."

미성년 자녀 두 명의 주식 계좌를 관리하는 40대 전업주부 이모 씨는 고민 끝에 지난 2월 테슬라를 팔았다. 지난해 고공행진하는 주가를 보고 테슬라를 샀지만 올 들어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서둘러 처분했다. 이 씨는 "자녀를 위한 종목은 대부분 대형 우량주 중에서 고르고 있다"며 "그동안 삼성전자가 많이 떨어졌으니 지금이 다시 들어갈 타이밍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녀를 위한 '주식선물' 선호주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부모들은 서학개미 최고 인기 종목인 실시간 해와 토토사이트보다 삼성전자를 더 많이 매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5만 전자'로 저렴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내역에선 고수익을 볼 수 있는 3배 레버리지 ETF가 새롭게 순위권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 '삼전·현대차'…자녀에게 사주는 '톱2'

<미성년 고객 순매수 상위 종목>
 표=NH투자증권(5월은 지난 19일까지)
표=NH투자증권(5월은 지난 19일까지)
28일 토토사이트 추천신문이 NH투자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국내·해외 주식을 통틀어 미성년 고객 계좌(20만개 이상)에서 순매수 1위를 기록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순매수 1위인 삼성전자의 왕좌를 빼앗았다.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 투자자들이 총 10억9265만달러(약 1조5015억원)어치를 순매수한 해외 인기 종목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62.52% 급등한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32.23% 급락했다. 장기적으로 테슬라의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에 따라 해당 종목을 매수해준 것으로 해석된다. 미성년 고객의 계좌 관리는 대부분 부모가 하는 경우가 많다. 순매수 2위와 3위는 각각 삼성SDI, 팰런티어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순매수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올 2분기(4월1일~5월19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시 1위를 탈환했다. 현대차도 순매수 2위를 기록했다. 실시간 해와 토토사이트는 순매수 3위로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지난해 급등했던 실시간 해와 토토사이트가 올해 1분기 35% 하락한 데다 부정적인 주가 전망이 나오면서 선호도가 떨어진 것이다. 특히 미국 상호관세 부과 소식으로 미국 증시가 타격을 받은 점도 투자 심리 위축에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실시간 해와 토토사이트 주가가 주춤한 사이 삼성전자의 저가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올해 1분기 말 1.11배에서 이달 27일 0.93배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투자 심리가 개선돼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본 것이다. 현대차 역시 지난 27일 PBR이 0.44배로 집계됐다. 관세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PBR이 지난해 말 0.6배에서 현재까지 0.16%포인트 낮아졌다. 현대차는 올해(1월2일~5월27일) 국내 개인 투자자 순매수 1위(1조3120억원 순매수) 종목에 오를 만큼 투자자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 ETF도 지각변동…'X3배' 최고 인기

<미성년 고객 순매수 상위 ETF>
 표=NH투자증권(5월은 지난 19일까지)
표=NH투자증권(5월은 지난 19일까지)
ETF 시장에서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줄곧 1위를 석권하던 'TIGER 미국S&P500'는 올해 2분기(4월~5월19일) 2위로 주춤세를 보였다. 이 자리를 꿰찬 것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하루 수익률의 세 배를 추종하고 있어 수익률이 높지만 그만큼 하락장에선 손실이 커 위험도가 높은 ETF다. 최근 2년 사이 미국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다. '속슬'이란 별명도 붙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미성년 계좌 순매수 10위권 목록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ETF가 단숨에 1위로 급부상한 것은 이례적인 흐름이다. 미국 반도체 지수가 올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레버리지 ETF가 인기를 끌면서 순매수 1위 종목으로 떠오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술주가 향후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TIGER 미국S&P500는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 지수에 투자하면서 투자 실부담 비용이 낮아 장기투자처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동종 상품 중 업계 최저 실부담 비용을 제공하고 있어 장기투자에 초점을 두고 있는 부모 고객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ETF는 지난 27일 기준 순자산 규모가 8조원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외주식형 ETF다.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부모 고객들이 "장기적으로 S&P500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KODEX 장기종합채권(AA-이상)액티브'가 순매수 3위에 오른 것은 미·중 관세 분쟁으로 증시가 요동치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에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비례하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할수록 상승한다. 최근 금리인하 국면에서 채권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고 채권형 ETF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뱅가드 S&P500’(VOO)가 순매수 4위를 기록했다. 순매수 5위는 미국 인기 배당 ETF인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로 집계됐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과 테슬라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해와 올해 1분기 각각 순매수 2위에 올랐던 ‘2X 이더리움’(ETHU)과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2X’(TSLL)는 상위 5위권을 이탈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