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머니는 방직공장 여공 출신입니다. 장녀로 다섯 동생 학비를 보탰고 평생 노동하며 저희를 키웠지만 한 번도 어머니 학력이 부족해 지혜가 부족하다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치열했던 삶에서 우러나오는 그 지혜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데 도대체 유시민 같은 자는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인가요."

한 변호사가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토토사이트 은행 조회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남긴 글 중 일부다.

유 전 이사장이 지난 28일 김어준의 유튜브에 출연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설난영 씨를 두고 '인생에 갈 자리 못 갈 자리' 운운하며 "여자 노동자가 대선 후보 배우자까지 되고 나니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저격해 후폭풍이 거세다.
TV조선 뉴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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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유 전 이사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명백한 계급적·성차별적 발언으로, 내재한 엘리트 의식의 발로"라며 "대통령 후보 배우자의 자리가 무겁고 높은 자리인 건 맞지만 그것이 곧 전자부품회사 노조위원장 출신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라고 판단하는 것도 편협한 비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고졸 출신 대통령이라고 조롱했던 이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1981년 9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설난영 씨의 결혼 사진. 설 씨는 웨딩드레스가 아닌 원피스를 입고 식을 올렸다. (사진 = 김문수 후보 측 제공)
1981년 9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설난영 씨의 결혼 사진. 설 씨는 웨딩드레스가 아닌 원피스를 입고 식을 올렸다. (사진 = 김문수 후보 측 제공)
민주노총도 논평에서 "유시민은 설난영 씨에 대해 학벌 낮은 여성 노동자가 남편을 잘 만나 신분 상승한 도취감에 취해 있다고 평가했다"며 "이 발언은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비하이고 학력에 대한 차별"이라고 꼬집었다.

또 "설난영 씨를 비판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여성, 노동자, 학력에 대한 자신의 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유시민과 이를 방송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는 사과하고 방송 중 해당 부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설인숙 전 한국노총 여성상임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유시민은 설난영 여사를 비롯한 모든 여성 노동자에 대한 천박한 인신공격 비하 행위와 노동 계층에 대한 저열한 학벌 갈라치기를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설 전 위원장은 "여성을 남편의 사회적 지위에 종속된 존재로 보는 아주 천박한 여성관, 대졸 노동자와 고졸 노동자를 다른 계급으로 보고 두 노동자 사이의 혼인조차 특이한 케이스로 취급하는 저열한 학벌주의, 평소 노동자와 여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저에 박힌 무의식이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여성을 주체적이지 않고 판단 능력조차 없는 존재로 조롱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권 후보는 이날 '노동자 여성의 삶을 비하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지난겨울 광장의 목소리가 열망한 새로운 사회는 여성이 결혼을 통해 어떤 자리에 오르거나, 그래서 '남편에 대해 비판할 수 없다'고 간주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설난영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여성 일반에 대한 힐난이고 여성혐오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유시민 씨의 발화에는 노동자에 대한 멸시와 엘리트주의가 느껴진다. 노동자들을 '무지'한 존재, '열등'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음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이 역시 변절자 설난영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노동자 일반에 대한 조롱"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또한 "유시민 발언에 경악했다"면서 "이 말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한 여성의 삶 전체를 남편의 존재에 기대 형성된 허상으로 규정한 것이며 뿌리 깊은 멸시와 오만이 배어있는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설난영 씨 관련 설화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토토사이트 은행 조회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SNS)
설난영 씨 관련 설화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킨 토토사이트 은행 조회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SNS)
김문수 후보는 해당 논란에 "저는 7남매의 6번째인데 형제간에 저 혼자 대학을 졸업했을 뿐이다. 집안 형편상 큰 누님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나머지 형제들도 고등학교를 겨우 나왔다. 형제간에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아내가 고졸이라고 해서 다른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을 일축했다.

김문수 후보는 "더욱이 제가 결혼할 당시에는 서울대학을 다니다가 2번 제적당해 공장에 취업해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할 때였고, 아내도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이었다"면서 "금속노조의 청년부장과 여성부장을 맡아 일하고 있을 때 서로 알았고 우리는 동급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대는 13년이 지나서야 복학 후 졸업했다"면서 "40년을 넘도록 부부로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남의 집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얘기하고 있다. 설난영이 김문수고, 김문수가 설난영"이라고 응수했다.

앞서 유 전 이사장은 "설난영 씨는 자신과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남자와의 혼인을 통해 자신이 고양되었다고 느꼈다"라거나 "남편이 국회의원이 돼서 국회의원 사모님이 됐고, 경기도지사가 돼 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됐다"며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가,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자리에 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설 씨의 인생에선 갈 수 없는 자리라서 이 사람 발이 공중에 떠 있다"며 "본인 입장에서는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했다.
6.3 대선 투표를 사흘 앞두고 정치권 핵폭탄급 파장을 일으킨 유 전 이사장의 토토사이트 은행 조회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을 끈다. 구글 트렌드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따르면(30일 오후 5시 기준) 유시민은 24시간 기준 검색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키워드로 나타났다. 이 지표는 특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이 검색량이 증가하는 키워드를 나열해주는 지표다. 전날 대비 유 작가의 검색량은 5000회, 비율로는 500% 증가했다. 검색량이 급증하기 시작한 것은 29일 밤부터다.

박민영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유시민 씨의 발언은 기득권화된 운동권 세력의 뒤틀린 학력주의와 고압적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발언"이라며 "계층이 없어야 한다면서도 누구보다 계층과 위계로 세상을 바라보는 위선적인 생각을 국민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해당 발언의 파장을 의식한 듯 "유시민이 당내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입장을 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 전 이사장의 입장을 들어보려 했지만 현재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미나 토토사이트 추천 기자 helper@hankyung.com